채권발행 자제령에 대출 타진하나은행 6000억, 우리은행 9000억 조달연내 2조 계획… 안전자산 인식에 은행들 호응올해 적자 30조~40조… 자금조달 다변화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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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은행들이 누적된 적자와 채권시장 약세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한전에 구원투수로 나섰다. 연말까지 2조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을 통해 돈맥경화를 풀어나간다는 계획이다.

    23일 금융기관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는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진행한 2차 운영자금 차입 금융기관으로 우리은행을 선정했다. 대출규모는 9000억원으로 5% 후반 금리가 책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입찰에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이 참여했다. 한전은 이달 초 진행된 1차 입찰에서 하나은행으로부터 6000억원 차입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연말까지 3차 입찰을 통해 목표치인 2조원을 채우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올해 26조5000억원 규모의 한전채를 발행해 채권시장 자금 블랙홀로 지목받아 왔다.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혼란이 본격화된 지난달 이후 발행한 채권만 3조원이 넘는다. AAA 신용도를 앞세운 한전채가 6% 금리에 육박할 정도로 시중자금을 급격히 빨아들였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물론 은행들도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올해 한전 적자 규모는 30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전력생산비용이 늘어난데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산매각도 난항을 겪고 있다. 3분기까지 누적적자만 21조8432억원이다. 이를 메우기 위해 올들어 순발행 채권만 22조원 발행했다. 내달에도 4000억원 규모의 한전채 만기가 돌아온다.

    은행 자금 수혈로 6% 금리 돌파를 코앞에 뒀던 한전채도 다소 안정세를 찾고 있다. 이달 초만 해도 금리 5.9%대 입찰에도 수요도 저조했지만, 전일 4600억원 규모 한전채 금리는 5.6%로 내려앉았다.

    이번 은행 대출 조달을 계기로 한전은 본격적인 자금조달처 다변화를 꾀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의 채권발행 자제 요청도 있었지만,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추가 자금수요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채권 약세가 당분간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한전이 내년에도 자금조달에 나설 공산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