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보유 지분 1270만7028주 매입… 약 493억원 “주식시장 하락으로 주식 저평가… 향후 투자이익 기대”최대실적에도 주가 ‘요지부동’… 내년 업황도 낙담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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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광
    태광산업이 흥국생명이 보유한 흥국화재 지분을 사들이면서 우회지원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회사는 투자 차원이라는 입장이지만 손해보험사들의 내년 전망을 마냥 긍정적으로만 예단 할 수 없어 단기간에 성과를 장담하긴 어려워 보인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지난 27일 흥국생명으로부터 흥국화재 보통주 1270만7028주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로 취득했다. 주당 3876원으로, 총 492억5200만원 규모다. 

    이날 거래로 태광산업이 보유한 흥국화재 지분은 기존 19.63%에서 39.13%로 늘고, 흥국생명이 보유한 흥국화재 지분은 59.56%에서 40.06%로 조정됐다. 

    태광산업은 “최근 주식시장 하락으로 흥국화재 주식이 저평가됐다”면서 “지분법 이익 증가 등 향후 기대되는 투자이익을 반영해 흥국화재 지분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흥국생명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없게 된 태광산업이 흥국생명을 통해 우회 지원에 나선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흥국생명은 흥국화재 지분 40.0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즉, 이번 거래에 따라 약 493억원의 금액이 흥국생명으로 흘러 들어간 셈이다. 

    태광산업은 자금지원적 성격과 관련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 등 법률적 문제는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상법 제542조의9 제1항에 따르면 상장회사는 ▲주요 주주 및 그의 특수관계인 ▲이사 및 짐행임원 ▲감사를 상대방으로 하거나 그를 위해 신용공여를 해선 안 된다. 신용공여 행위에는 금전 등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재산의 대여, 자금지원적 성격의 증권 매입, 그 밖에 거래 상의 신용위험이 따르는 직접적‧간접적 거래 등이 포함된다.

    흥국생명이 보유한 흥국화재 보통주를 매수하는 것은 관련 법률에서 금지하는 행위가 아니라는 게 태광산업 측 설명이다. 

    자금지원적 성격의 증권 매입은 계열사의 회사채를 인수하는 것과 같이 채권을 떼일 위험이 있는 경우로만 한정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흥국화재의 시가를 기준으로 산정된 공정가격으로 매매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와는 관련이 없다고 회사는 선을 그었다.  

    태광산업이 흥국화재 지분인수로 기대하는 효과는 크게 두 가지다. 주가 반등 시 지분 가치 상승과 지분법 이익 증가다. 

    전날 종가기준 흥국화재는 보통주 1주당 3295원이다. 태광산업의 주당 취득가가 3876원인 점을 감안하면, 해당 금액 이상 주가가 올라야 투자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흥국화재의 주가는 수년간 2000~4000원 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상장 당시 흥국화재 액면가는 5000원이었으나 최근 1년간 최고가는 4385원에 그쳤다. 최근 3년간 종가기준으로는 액면가를 넘은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 

    아울러 올해 들어 손해보험사들의 실적이 대부분 개선된데다 흥국화재 또한 3분기 누적 영업이익 1457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지만 주가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수익성만 놓고 본다면 결코 훌륭한 투자처로 보긴 어렵다는 말이다. 

    지분법 이익 증가 효과가 얼마나 될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지분법은 20%이상 출자한 자회사의 순이익을 보유한 지분만큼 모회사의 경영실적에 반영하는 제도다. 즉, 흥국화재의 장사가 잘될수록 태광산업의 수익성 또한 함께 증가한다는 말이 된다. 반대로 흥국화재의 실적이 좋지 않으면 태광산업의 수익성도 함께 줄어든다.

    올해 흥국화재는 손해보험업황 개선에 힘입어 큰 폭의 수익성 개선을 이뤄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02.4%나 늘었다. 내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맞춰 건전성 지표도 부채와 자산을 동시에 시가 평가하는 ‘신지급여력제도(K-ICS)’로 개편,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는 것은 호재다. 

    그러나 경기침체 우려 등에 따라 원수보험료 성장세 둔화를 겪을 수 있다. 실제 보험연구원은 손해보험 원수보험료 성장률이 올해 5.6%에서 내년 3.9%로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여기에 신차 등록대수 증가세 둔화와 보험료 인하 추세로 자동차보험의 성장도 둔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예금금리가 상승하면서 해약과 저축성보험 환급금도 증가한 상황인데다 경제활동 정상화로 실손보험과 장기보험의 손해율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흥국화재는 2~3년 전 악성계약을 정리하는 등 리밸런싱되면서 건전성이 나쁘지 않다”면서 “내년부터 새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면서 장부상이든 실제상이든 지금보다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보여 실적이나 미래 방향성으로도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