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신청한 고려개발, 8년만 졸업시킨 장본인 영업익 '1700억→509억' 3분의1 토막…10년만 최저 원가율개선·사업다각화·수익성제고 등 과제 산적
  • ▲ 곽수윤 DL건설 대표이사 부사장. ⓒDL건설
    ▲ 곽수윤 DL건설 대표이사 부사장. ⓒDL건설
    곽수윤 DL건설 대표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해 11월 DL건설 대표이사로 선임된 곽 대표는 2011년 12월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신청한 고려개발을 8년만에 졸업시키는 등 한차례 위기관리 능력을 검증받은 바 있다. 

    하지만 임기 첫해부터 곽 대표가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찮아 과연 성과를 낼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우선 DL건설이 직면한 수익성 제고와 함께 주택사업에 치중돼 있는 포트폴리오도 손을 봐야 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곽수윤 대표는 지난해말 조남창 전 대표의 중도사퇴로 다시 경영일선에 나서게 됐다.

    1968년생인 곽 대표는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해 1992년 대림산업(현 DL이앤씨)에 입사했다. 2012년에는 주택사업본부 건축기술팀장을 맡았고 2015년 주택기획담당 상무를 거쳐 2018년 고려개발 대표이사 전무에 선임됐다. 2년 전 삼호와 고려개발 합병으로 출범한 대림건설(현 DL건설)에서는 경영혁신본부장 전무를 비롯해 전반적인 운영을 담당했다.

    2024년 3월까지 임기가 남았던 조 전 대표는 중도사퇴했다. 2020년 7월 선임된 이후 2년5개월만에 사임했고 곽 대표가 그 자리를 메웠다.

    곽 대표가 선임된 가장 큰 이유는 고려개발 대표이사 시절 워크아웃을 졸업시킨 공 때문으로 보인다. 2018년 고려개발을 이끌면서 워크아웃을 마무리하고 2019년 졸업했다. 고려개발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경기 침체, 주택 PF사업 지연으로 유동성 악화를 겪었다. 2011년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8년만에 졸업했다.

    당시 고려개발은 부동산경기 침체 등으로 2011년 워크아웃에 돌입하는 등 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곽 대표는 기존 토목에 치우쳤던 사업구조를 다각화했고 정비사업 등을 새로운 먹거리로 선점했다. 또 부실정리 및 구조조정 노력 등을 통해 회사를 위기 속에서 구해냈다.

    이는 경영정상화로 귀결됐다. 자본잠식에 빠졌던 고려개발은 2016년 첫 영업이익을 달성했고 3년연속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부채비율도 2016년 2731%에서 2018년 336%로 급감했다.

    이 같은 곽 대표의 위기관리 능력으로 현재 DL건설이 당면한 실적하락 국면을 타개하겠다는 것이 그룹 판단으로 풀이된다.

    DL건설은 지난해 합병이후 최저실적을 기록했다. 3분기 기준 영업이익은 509억원으로 전년 1700억원 대비 3분의 1(29.9%)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기간을 넓혀보면 2014년 삼호시절 기록했던 479억원이후 가장 낮은 성적이다. 영업이익률은 4.02%로 2012년 2.94%이후 1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주택착공이 지연되면서 관련 매출이 하락한 데다 원자재쇼크까지 덮치면서다. 실제 합병이후 3분기 기준 83% 수준이었던 원가율은 지난해 91.9%까지 뛰었고 판관비율도 가중됐다.

    이에 곽 대표는 수익성 회복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주택사업을 중심으로 본사와 현장 등 여러 부문을 거치면서 역량을 키워온 만큼 주택사업에 잔뼈가 굵은 '주택통'으로 불린다.

    내부적으로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수익성 높은 현장위주로 사업을 재개하는 동시에 기수주한 공사현장 원가율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주택사업 수익성 제고와 함께 사업다각화에도 힘을 실을 전망이다.

    DL건설 주택사업 매출(9828억원)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전체 매출(1조2663억원)의 77.6%에 달한다. 나머지 2835억원은 토목사업에서 발생했다. 해외사업은 전무하다.

    국내시장에 주력하는 기업의 경우 안정적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현재처럼 내수시장이 좋지 않을 때는 타격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DL건설은 포트폴리오가 국내시장에 편중돼 있다는 근본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DL건설은 그동안 국내 주택사업을 생존해 온 기업이다. 부동산시장 침체에 따른 영향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앞으로 꾸준한 성장을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나 디벨로퍼 등 신사업에 눈을 돌려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나마 대행인 것은 DL건설 재무구조가 안정적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차입금의존도는 15.1%, 부채비율은 67.0%에 불과하다. 특히 차입 규모가 1483억원, 보유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가 5128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순현금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최근 국내 건설사들에 나타나고 있는 우발채무 리스크 역시 낮은 편이다. DL건설은 주택·물류센터 건설현장에 대해 1조9000억원 규모의 책임준공약정, 7000억원 규모의 SOC 자금보충약정 등을 제외하고 PF 차입금과 관련해 연대보증이나 채무인수 등이 없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3분기말 순현금 3267억원, 부채비율 67%로 재무현황이 양호한 상황"이라며 "시행사에 지급할 보증이 없고 진행중인 공사도 대부분 기성불로 이뤄져 유동성 및 미분양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DL건설 측은 "현재 회사는 국내 주택사업, 특히 모아타운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중점으로 수주전략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런 점이 작용해 자체 수주 신기록을 경신할 수 있었다"면서 "업계 전반에 위기가 닥친 상황인 만큼 공동주택 비중을 낮추고 디벨로퍼나 도시정비, 일반건축 쪽 비중을 늘릴 예정이다. 장점인 주택사업과 안정적인 재무 상황을 기반으로 호조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