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역롯데캐슬SKY-L65아파트' 등 랜드마크 경쟁역사 북측 '미주아파트' 재건축 본궤도…초역세권단지'수도권 광역교통허브' 부상…대중교통 日14만명 몰려 부족한 교육인프라·교통체증 단점…재래시장도 뇌관
  • ▲ 청량리역 인근 고층아파트 전경. = 박정환 기자
    ▲ 청량리역 인근 고층아파트 전경. = 박정환 기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일대가 그렇다. 소주한잔 기울이던 역사앞 포장마차들은 모두 자취를 감췄고 허름한 저층 노후상가가 줄지어 있던 곳에는 초고층 마천루 아파트공사가 한창이다.

    '청량리역롯데캐슬SKY-L65'과 '청량리역한양수자인그라시엘' 등이 연이어 입주를 앞둔 가운데 최근 주택재건축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미주아파트'가 청량리재정비촉진사업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2일 직접 찾은 청량리역 일대는 왕복 4~5차선인 왕산로를 사이에 두고 남쪽 신도심과 북쪽 구도심이 어색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특히 청량리역 6번출구 일대는 전체가 하나의 공사판과 같았다. 6번출구로 나와 바로 왼쪽으로 꺾었더니 공사현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제일 먼저 눈에 띈 단지는 최고 59층·1152가구 규모 '청량리역한양수자인그라시엘'이다. 오는 5월 입주를 앞둔 이곳은 마무리공사가 한창이었다. 그 옆에는 지난달부터 입주를 시작한 최고 40층·220가구 규모 '청량리역해링턴플레이스'가 우뚝 솟아있다. 
  • ▲ 청량리역 6번 출구 일대 공사현장. = 박정환 기자
    ▲ 청량리역 6번 출구 일대 공사현장. = 박정환 기자
    길건너 맞은편에는 '청량리역롯데캐슬SKY-L65'와 '힐스테이트청량리더퍼스트'이 경쟁하듯 위용을 뽐냈다. 과거 '청량리588'로 불렸던 집장촌이 있던 자리다.

    일대 아파트중 가장 높은 층수를 자랑하는 '청량리역롯데캐슬SKY-L65'는 최고 65층 1425가구 규모로 오는 7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고층건물이 잇따라 들어서는 청량리역 남측과 달리 북측은 재래시장과 저층상가·빌라 등이 옛모습 그대로다. 다만 1978년 준공된 미주아파트가 재건축되면서 일대 변화가 예측된다. 

    청량리역 23번출구에서 나와 7분가량 걷자 미주아파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미주아파트는 역과 바로 근접한 초역세권인데다 청량리재정비촉진사업, 제기4구역 재개발 등 개발호재에 힘입어 서울에 몇 안 남은 '알짜단지'로 꼽힌다. 그만큼 시공사선정시 대형건설사 참여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역주변 고층아파트 입주가 완료되고 미주아파트를 비롯한 재건축·재개발사업이 완료되면 청량리일대는 1만여가구에 이르는 거대도심으로 재탄생된다. 
  • ▲ 동대문구 청량리동 '미주아파트' 단지 전경(왼쪽)과 단지내에 걸린 현수막. = 박정환 기자
    ▲ 동대문구 청량리동 '미주아파트' 단지 전경(왼쪽)과 단지내에 걸린 현수막. = 박정환 기자
    불과 10여년만에 상전벽해 수준으로 탈바꿈한 이유는 무엇보다 '교통' 때문이다. 이미 청량리역은 철도 10만명·버스 4만명 등 하루 14만명이 환승하는 명실상부 서울 대중교통 요충지다. 

    정부와 서울시는 청량리역을 '수도권 광역교통 허브'로 조성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정부의 '광역교통 2030'이 완료되면 1호선·분당선·경의중앙선 등 기존 6개노선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C와 도시철도 면목선, 강북횡단선이 신규로 포함돼 총 10개노선이 지나게 된다.

    다만 가구수 대비 교육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최대규모 '청량리역롯데캐슬SKY-L65'를 기준으로 가장 가까운 초교가 도보 15분거리에 위치한 신답초다. 등교를 위해선 횡단보도를 두 번이나 건너야 한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외관상으로는 과거 집장촌 이미지를 찾아볼 수 없지만 여전히 청량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탓에 아이를 키우기에는 썩 좋은 환경이 아니"라며 "역 바로 인근을 제외하면 여전히 동네 대부분이 좁고 어두운 것도 장기거주를 망설이게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 ▲ 청량리역 광장에 바라본 역사 전경. = 박정환 기자
    ▲ 청량리역 광장에 바라본 역사 전경. = 박정환 기자
    대중교통 편의성과 달리 자차이용은 쉽지 않아 보인다. 청량리일대는 대표 상습 정체구간으로 꼽힌다.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임모(38)씨는 "왕십리역에서 청계천을 건너 청량리역을 지나는 도로는 2.5㎞ 구간밖에 되지 않는데 정체가 하도 심해 '섬'으로 불린다"며 "도로확장 등 인프라 개선없이 무작정 건물만 올렸는데 갑자기 확 늘어날 교통수요가 감당이 될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청량리일대가 강남·용산 못지않은 곳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주변 재래시장과 불법노점상 등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올 하반기 청량리역 인근 아파트에 입주예정이라고 밝힌 한 주민은 "주변에 재래시장뷰, 빌라뷰뿐인데 아파트가 고층이면 뭐하나"라며 "역주변 재래시장을 재정비 및 현대화해야 청량리일대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 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상인들은 최근 이같은 여론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인근 청과물시장에서 30년째 장사를 해온 윤모(66)씨는 "청량리역이 지금 모습으로 바뀌기 훨씬 이전부터 우리는 이곳에서 삶의 터전을 이뤄왔는데 이제와 집값이 떨어진다느니 재정비를 해야 한다느니 주장하는 것은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동대문구는 청량리역 주변 환경개선을 위해 왕산로·홍릉로일대 260여개에 달하는 노점을 단속 및 정비하고 전통시장환경을 개선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