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주담대 혼합 4.13~6.664%당국 압박속 7~8%에서 3~4%로가계대출 감소세… 한달새 3.9조 줄어하락분 신규만 적용… 기대출자 체감 안돼
  • ▲ 서울 한 시중 은행 대출금리 안내문ⓒ연합뉴스
    ▲ 서울 한 시중 은행 대출금리 안내문ⓒ연합뉴스
    지난해 1월 전세대출 2억5000만원을 받은 직장인 A씨의 한달 이자납입액은 127만원에 달한다. 대출당시 79만원에서 지난해 7월 87만원으로 늘었을 때만 해도 '버텨보자'는 마음이었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A씨는 "뉴스에는 은행들이 금리를 내리고 있다고 하는데 대출이자는 왜 늘어나는지 모르겠다"며 "이자 부담 때문에 마이너스 통장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시중은행들이 속속 대출금리를 인하하고 있지만, 대출자들은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기존 차주에게는 인하조치가 적용되지 않는데다, 각종 우대금리 조건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안심전환대출, 특례보금자리론 등 취약 주택담보대출자들을 대상으로 정책대출이 출시된 것과 달리 전세대출은 이렇다 할 대안이 없어 사실상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4.950~6.890%로 집계됐다. 지난달 6일 5.080~8.110% 보다 상단은 1.22%p, 하단은 0.130%p 하락했다. 전세대출 금리도 4.06~6.83%로 전달대비 상하단 모두 감소했다.

    대출금리 하락은 채권시장이 안정화되면서 은행채 금리가 내렸기 때문이다. 주담대 혼합형 금리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는 3.97%로 지난달 2일 4.7% 대비 크게 하락했다. 전세대출 금리 기준인 은행채 2년물도 같은기간 4.43%에서 3.64%로 감소했다. 은행 자금조달 금리가 3% 수준으로 내리면서 시중은행 대출금리 하단은 당분간 4%대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신규대출에만 적용되는 금리여서 기존 대출자들의 느끼는 부담은 여전히 높다.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지난해 12월 신규 취급액 코픽스는 4.29%로 11개월만에 전월대비 0.05%p 하락했지만, 잔액기준과 신잔액 기준 코픽스는 각각 0.34%p, 0.29%p 올랐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만큼 시중금리 하락세도 길게 이어지긴 어려워 보인다.

    기존 대출자의 이자부담은 지나치게 높았던 가산금리 탓이다. 한은이 사상 초유의 빅스텝(기준금리 0.5%p 한번에 인상)을 2차례 밟는 등 가파르게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시중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덩달아 올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3%p 수준이었던 가산금리는 금리인상이 정점에 달하면서 1%p 안팎으로 줄었다. 지난달 한은이 발표한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금리가 0.08%p 하락했지만, 잔액기준으로는 0.24%p 상승한 이유도 이때문이다.

    때문에 은행들이 앞다퉈 금리인하에 나선 것도 생색내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따른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고, 400%에 달하는 성과급 잔치를 벌이면서 생긴 따가운 시선을 피하려는 속셈이라는 얘기다.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이자마진 전망치는 65조9566억원에 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공공재' 발언을 기점으로 은행권이 이자장사 비판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고금리에 가계대출이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대출영업에 나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688조6478억원으로 전월대비 3조8857억원 줄었다. 특히 전세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이 첫 감소세로 돌아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실율이 높은 신용대출 감소세는 은행 입장에도 반가운 일이었지만, 주담대까지 줄어들면 곤란해질 수 있다"며 "자사 카드를 쓰거나 적금을 들면 추가 우대금리를 주는 등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재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