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장 계열사 방문후 '칼바람'…고령행정직 42명 등 파견발령현장경험 없는데 신공법개발?…불면증·두통 등 스트레스 호소노조 "해고목적, 명백한 노동탄압"…그룹 "법·원칙 따라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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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순위 34위 SM그룹이 '갑질 부당인사' 논란에 휘말렸다.단순히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건설계열사 5개사 직원 42명을 타계열사로 발령낸데 이어 이를 거부하는 직원은 개인의사나 업무수행 경험과 상관없이 현장직으로 파견을 보낸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난 여론이 확산하는 분위기다.특히 30년 넘게 인사·총무 등 행정업무만 수행해 현장경험이 전혀 없는 직원마저 현장으로 내몬 것으로 밝혀져 갑질 인사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은 9일 오전 서울 강서구 마곡동 SM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M그룹은 새해 벽두부터 고령직원들을 해고하기 위해 파견을 보내고 업무강도를 높이는 등 직원을 소모품으로 만들려는데 혈안이 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노조에 따르면 SM그룹의 인사 '칼바람'은 지난해말부터 시작됐다. 우오현 그룹회장은 지난해 12월 계열사를 방문해 "고령직원과 유휴직원이 많다", "고용안정 협약은 끝났다"는 등의 정리해고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이후 사측은 그룹 건설계열사인 동아건설·삼환기업·경남기업·우방·우방산업 등 5개사 직원 42명을 대상으로 일제히 그룹 파견발령을 냈다.조경한 삼환기업 노동조합 위원장은 "30년 넘게 인사·총무업무만 수행해 현장경험이 없는 행정여직원 등에게 신공법을 개발하라며 현장근무를 강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면서 "아무런 연고도 없는 직원을 계열사로 파견을 보내 고립시키고 버티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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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가 공개한 피해사례를 보면 임모씨는 1987년 SM그룹 계열사에 입사해 35년간 행정업무를 수행했다. 2018년 7월부터는 건축CS파트에서 건축물 하자보수 관련 업무를 맡았다.그러던 중 사측의 갑작스러운 인사발령으로 서울 노원구 상계동 청년주택 건설 현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임씨는 "현장에서 기존 업무와 유사점이 전혀 없는 원가절감 및 누수 금액 찾기 등 업무를 맡고 있다"며 "다른 계열사 현장에서 혼자 근무하고 있어 그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와 불면증, 두통 등 증상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인사발령의 또 다른 피해자인 김모씨는 35년간 계열사 인사총무팀에서 총무행정 업무를 수행했다. 그동안 그가 담당했던 업무는 △직원 복리후생 △제증명관리 △세금 및 공과금 납부 △차량 관리 △복합기·신문·인쇄·명함 등 도서인쇄 업무 △행사지원 등이었다.하지만 인사발령으로 경기 양주시 장흥면 일영리 건설 현장으로 파견된 뒤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기존 업무와 연관성이 전혀 없는 원가절감 감사업무를 담당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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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그룹 계열사에 경력직으로 입사했던 장모씨도 예정에 없던 인사 칼바람을 맞았다. 그는 이전까지 계열사 인사총무팀에서 인사평가·포상 징계·자산관리 등을 수행했는데, 갑작스러운 인사발령으로 부산 기장군 동부산 오수관로 하수처리시설 현장으로 자리를 옮겨 원가절감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장씨는 "집이 서울 영등포동인데 월요일에 부산 현장으로 이동해 금요일 오후에 귀가하는 일정을 견뎌내고 있다"며 "본사에서 행정업무만 맡아왔기 때문에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원가절감 업무수행은 고사하고 현장 상황파악과 적응에만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그룹의 이 같은 인사발령 조치에 대해 노조는 "50세 이상 고령 직원과 여직원을 타 계열사로 전출시켜 버틸 수 있으면 버텨보라는 의도로 판단한다"며 "이는 해고를 목적으로 한 명백한 노동 탄압"이라고 주장했다.이어 "우오현 회장이 직접 나서 건설계열사 노동자들에게 불이익을 강제하고, 고령자를 차별하며 직장 내 괴롭힘을 통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라면서 "그룹의 부당 인사발령에 대해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을 접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부당 인사발령 논란에 대해 SM그룹 측은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노조 측의 구제신청에 대해서는 결과에 따라 맞춰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