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경기침체 영업익, 2014년후 최저치 기록포트폴리오 부실…주택매출·착공목표만 상향'기성불' 구조만이 비빌언덕…실적부진 우려
  • DL건설이 2010년대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의 원가율을 기록하면서 수익성이 쪼그라들었다. 현금창출력 회복을 위해 주택사업에 힘을 더 쏟기로 했다. 여전히 원가상승 부담이 남아 있는 등 비우호적인 시장환경에도 불구하고 주택 착공물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기성불구조로 수주했다는 복안을 갖고 있지만 앞선 10%대 수익률 회복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주택통' 곽수윤 대표의 묘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17일 사업보고서 분석결과 지난해 DL건설 영업이익은 810억원으로 전년 2296억원에 비해 64.6% 줄어들었다. 삼호시절인 2014년 675억원이후 가장 낮은 실적이다. DL건설은 2020년 7월 고려개발과 합병했다.

    영업이익률은 4.13%로 최근 5년(2017~2021년) 평균 10.6%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순이익도 전년 1755억원에서 554억원으로 68.4% 감소하면서 2015년 400억원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원가관리에 실패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매출은 1조9624억원으로 전년 2조103억원에 비해 2.38% 줄어들었다. 그러나 매출원가는 1조7055억원에서 1조8044억원으로 5.79% 증가했다. 그러면서 원가율은 84.8%에서 91.9%로 크게 올랐다. 지난해 매출원가와 원가율은 2010년대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판관비도 751억원에서 769억원으로 2.38% 늘어났다. 사업이 줄면서 수주비와 광고선전비는 감소했으나 임직원 급여와 복리후생비용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판관비도 2010년대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결국 원자재 및 인건비 상승효과가 고스란히 수익성 저하로 드러난 셈이다.

    문제는 올해도 부동산 경기침체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DL건설은 국내 주택사업외엔 별다른 포트폴리오가 없기 때문이다.

    DL건설은 매출의 80%가량이 국내 주택건축사업일 정도로 주택부문 비중이 높다. 나머지 20%는 국내 토목사업이고 해외사업은 없다. 수주잔고 6조7329억원 가운데 80.8%인 5조4448억원이 주택건축부문이다.

    실제 DL건설도 올해 목표에서 주택건축부문에 방점을 두고 있다. 사업다각화보다는 주력사업에 힘을 쏟겠다는 것이다. DL건설은 매출 목표치로 지난해 매출보다 22.2% 증가한 2조4000억원을 제시했다. 이중 2조원을 주택부문 매출로 설정했다.

    지난해 주택 착공물량은 1만2529가구로 직전 3개년 평균 4800가구에 비해 2.5배가량 늘었으며 올해도 1만1900가구 적지 않은 착공계획을 갖고 있다. 이는 모회사인 DL이앤씨(9080가구)보다도 높은 목표치다.

    최근 주택시장 상황과 같이 좋지 않은 분양환경속에서 분양가구수가 많다는 것은 우려가 될 수 있다. 하지만 DL건설은 과거 법정관리 영향으로 사전에 리스크를 관리했다는 점이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앞서 삼호는 2009년 1월 워크아웃에 돌입했으며 고려개발은 2011년 11월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이후 삼호는 2016년 12월, 고려개발은 2019년 11월 졸업했다.

    DL건설은 주택사업 수주시 기성불방식으로 사전 사업위험관리에 나섰다. 기성불은 PF를 통해 토지비와 공사비를 조달하고 공사진행률에 따라 시행사가 시공사에 공사비를 지급하는 구조다. DL건설은 분양에 대한 책임 없이 시공만 하는 셈이다. 때문에 미분양으로 현금흐름이 막히더라도 공사비를 확보한 만큼 유동성 문제에서 자유롭다.

    다른 방식으로는 입주자들이 잔금을 치르면서 분양수익이 생기면 공사비를 정산하는 분양불 방식이 있다. 이는 PF대출이 토지비와 초기사업비 확보 수준에 그치게 되면 시공사가 공사비를 자체적으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위험이 커진다.

    리스크를 감수하는 대신 수익성을 높일 수 있지만 최근과 같은 분양시장 경색시기에는 공사비 회수마저 어려워지는 셈이다. 반대로 기성불은 수익성은 낮지만 분양성적과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공사비를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분양경기가 악화하는 상황에서는 빛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분양시장이 아직 해빙기가 도래하기 전인 만큼 선뜻 분양에 나설 분위기가 아니라는 점이 우려된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3월 전국 아파트분양전망지수는 73.6으로 전월대비 2.5p 개선됐지만 여전히 기준치인 100을 하회하고 있다. 이 지수는 100을 넘어서면 분양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많다는 뜻이고 100미만일 경우에는 그 반대다. 아직은 분양시장 개화기가 도래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이다.

    DL건설 측은 "올해는 주택사업 중심에서 벗어나 물류센터 등 일반건축이나 디벨로퍼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사업 리스크관리에 더욱 고삐를 죄려 한다"며 "국내 건설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지만 원자재가격이 점차 안정화되면 수익성 역시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택사업에 힘을 싣는 데에는 지난해말 조남창 대표 중도사퇴이후 수장에 오른 곽수윤 대표 이력도 한몫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곽 대표는 1992년 서울대 건축과 졸업후 대림산업(현 DL이앤씨)에 입사했다. 그는 주택산업본부 건축기술팀장과 NHN춘천 현장소장 등을 거쳐 주택기획담당 상무보로 승진한 주택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