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갤럭시S23 공시지원금 50만원으로 대폭 상향신도림 테크노마트 휴대폰 집단상가, 불법 지원금 56만 원 지원“기자에요? 방통위 사람이에요?” 단속 피하며 영업
  • ▲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 휴대폰 집단상가ⓒ김병욱 기자
    ▲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 휴대폰 집단상가ⓒ김병욱 기자
    ‘찰칵’ 사진을 찍자 건장한 직원 서너 명이 기자를 둘러쌓았다. 

    그들은 “기자냐, 방통위 사람이냐?”며 사진을 지우라고 위협했다. 기자는 순간 위협을 느껴 112에 구조 요청을 할 수밖에 없었다.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설명 한 번 듣고 가시라, 안 사셔도 된다”며 접객하던 휴대폰 판매업자들은 180도 돌변했다.

    한 직원은 “여기에 휴대폰 판매업자만 170곳이 있는데, 단속 때문에 벌금을 얼마나 많이 맞았겠냐”며 “사진을 찍으면 오해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정말 방통위에서 채증하러 나온 사람이 아니냐?”며 단속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지난 14일 기자는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 휴대폰 집단상가를 찾았다. 금요일 저녁 신도림은 새로 출시된 갤럭시 S23을 찾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이통 3사가 ‘봄맞이 이벤트’로 갤럭시 S23에 대한 공시지원금을 최대 50만 원으로 대거 인상한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S23 출고가는 115만 5000원. 이통사 공시지원금 50만 원과 판매자 추가지원금 할인 7만5000원을 받으면 가격은 58만 원으로 뚝 떨어진다. 법적 최대 할인가가 58만 원인 셈.

    하지만 신도림에선 치킨 한 마리보다 싼 가격인 2만 원에 구매할 수 있었다. 바로 불법 지원금 덕분이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1일 불법 지원금을 지급한 전국 휴대폰 판매점 30곳에 총 1억104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방통위를 비웃듯 신도림에선 버젓이 불법 지원금 영업이 한창이었다. 

    9층에 들어서자마자 한 휴대폰 판매업자는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냐?”며 흥정했다. 그는 기존 사용 통신사를 다른 통신사로 변경하는 조건으로 갤럭시 S23을 10만 원에 제시했다. 불법 지원금으로 48만 원 추가 할인을 해주겠다는 것. 한술 더 떠 제휴카드로 결제 시 ‘차비’ 명목으로 현금 25만 원을 주겠다고도 했다.

    다른 판매업자는 심지어 LG유플러스로 통신사 변경 시 갤럭시 S23을 2만 원에 판매하겠다고 했다. 불법 지원금으로 56만 원을 할인해 주겠다는 것. 가격이 저렴한 이유를 묻자 그는 “LG유플러스가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해서 그렇다”며 통신사에서 불법 지원금을 공공연히 간접 지원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조용히 듣고 있던 옆 가게 판매업자는 “오후 3시부터 SK텔레콤으로 갤럭시 S23 개통이 막혔다”며 “정부에서 낌새를 눈치채고 개통을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곧 LG유플러스도 막힐 것 같으니 휴대폰을 바꿀 생각이면 빨리 바꿔라”고 조언했다.

    사진을 찍고 판매업자들과 실랑이를 벌일 동안 경찰이 도착했다. 경찰은 “불법 지원금을 걸리면 판매업자들은 행정 처분받아 영업정지를 당한다”며 “장사를 못할 수 있어 그런 것이니 이해하라”며 타일렀다. 

    갤럭시 S23을 2만 원에 구매하는 데는 기형적인 유통 구조가 기인한다. 일반적으로 불법 지원금은 통신사가 판매점에게 제공하는 ‘판매 장려금’에서 마련된다. 판매 장려금이란 통신사 측에서 판매자들에게 휴대폰을 판매할 때마다 지급하는 일종의 인센티브다. 

    문제는 통신사에서 판매자들에게 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지만, 판매자들이 장려금을 보조금으로 고객에게 지급하는 것은 불법이다. 사실상 통신사가 고객 유치를 위해 판매점들을 방패막이로 쓰는 셈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불법 지원금 단속을 위해 모니터링 하고 있다"며 "다만, 인력 부족으로 단속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