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반환보험 가입기준 주택공시가 150%→126%로 강화주택가격 산정기준 공시가 150%→140%로 낮춰…역전세상황공시가 전년비 18.6%↓…2억짜리 빌라 보증한도 3억→2.52억세입자, 보증금미반환·보험가입물건 품귀현상에 '발만 동동'
  • ▲ 서울 강서구 화곡동 빌라 밀집 지역. 230423 ⓒ연합뉴스
    ▲ 서울 강서구 화곡동 빌라 밀집 지역. 230423 ⓒ연합뉴스
    "세입자는 전세사기가 무서워 전세계약을 꺼리고 집주인도 세입자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역전세로 앞서 계약한 전세보증금을 계속 토해내야 하는 실정이에요. 승자가 아무도 없는 셈이죠. 이미 임대차3법과 종합부동산세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전세보증보험 요건도 바뀌어 집주인들이 파산위기에 놓였어요." (경기 수원시 소재 주택임대인 A씨)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조건을 강화하면서 세입자는 이사할 전세매물을 찾기 어려워졌고 임대인은 전셋값을 수천만원가량 낮추지 않으면 세입자를 들이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전세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내린 조치가 되레 역전세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HUG 전세보증보험 가입조건이 이달부터 주택 공시가격의 150%에서 126%로 강화됐다. 이는 정부가 전세사기 방지를 위해 보증보험 가입기준을 종전 전세가율을 100%에서 90%로 조정하고 주택가격 산정기준을 공시가격 150%에서 140%로 낮춘데 따른 것이다.

    이러한 기준을 적용하면 현재 공시가격 2억원짜리 빌라 경우 보증한도가 3억원에서 2억5200만원으로 낮아지게 된다. 또 올해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18.6% 하락하면서 실질적인 보증한도는 더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정부는 2월 '전세사기대책'을 발표하면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전세금 반환보증보험 가입요건 강화방안을 내놨다. 정부가 급증하는 전세사기를 조사한 결과 100%까지 보증가입이 가능한 점을 악용해 세입자를 안심시킨뒤 고위험주택의 전세계약이 체결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당시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로인해 보증보험 가입대상 가구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해 보증금을 낮추면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전세가율이 100%면 가입이 거절되지만 보증보험 가입심사를 할 때 임대보증금만 보기때문에 전세금을 90%로 낮추고 10%를 월세로 돌릴 경우 가입이 가능하다"며 "원천적으로 보증가입을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월세로 돌리면 언제든 가입을 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감정평가 적용방식도 바뀌었다. 기존에는 신규‧갱신보증 신청시 주택 감정평가금액을 최우선으로 적용했으나 이제는 KB시세나 부동산테크, 공시가격 등이 없어야만 후순위로 감정평가금액이 적용된다. 또 다세대‧연립주택도 감정평가금액 100%를 주택가격으로 인정했으나 앞으로는 그 기준이 90%로 낮아진다.

    문제는 이같은 HUG의 전세보증보험 가입조건 강화조치로 정상적인 임대사업자마저 연쇄 파산위기에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공시가격 하락에 더해 다세대·연립주택 전세가율이 떨어져 역전세상황으로 내몰렸기 때문이다.

    서울 강서구에 빌라를 소유하고 있는 B씨는 "올해 소유한 빌라 공시지가가 2억2000만원이고 지난 5년간 공시가격이 2500만원가량 떨어졌지만 KB시세는 4억1000만원이 넘는다"며 "오피스텔이나 아파트는 주택가격으로 KB시세를 인정해주면서 빌라라는 이유만으로 시세가 존재해도 낮은 공시지가를 적용해 보증금을 강제로 낮추고 있다"고 허탈해 했다. 

    그는 이어 "빌라는 무조건 낮은 공시가로 주택가격을 산정하도록 해 강제 역전세상황에 놓이게 됐다"며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고 싶어도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10~20채 가진 일반적인 임대사업자도 연쇄 파산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때문에 일부 임대사업자들은 지난달말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선량한 임대인들조차 주택담보대출이 불가능하다"며 "보증금 반환을 임대인이 책임질 수 있게 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성창엽 주택임대인협회 협회장은 "정부가 보유세 부담완화 차원에서 공시가격을 하향하는 등 속도조절에 나서면 사실 가만히 있어도 공시가격이 계속 내려가 보증보험 가입요건은 자동으로 강화가 된다"며 "인위적으로 단기간에 보증보험 가입요건을 강화해버리면 보증금 미반환 우려가 커지는 것은 물론 임차인들 입장에서도 보증보험 가입이 안 되는 불안정한 주택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사를 앞두고 있거나 새로운 집을 구해야 하는 세입자 역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전세물건을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서울 광진구에서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는 C씨는 "전세사기가 걱정돼 전세보증보험이 되는 빌라 등 주택을 새로 알아보고 있지만 중개업소에서 '보증보험 가능한 물건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답변만 돌아와 이사를 못 하고 있다"며 "그래도 보험가입이 안되는 집에는 들어갈 수 없다 보니 다른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D공인 대표는 "집주인이 나이가 많은 어르신이라면 전세금을 몇천만원까지 낮춰가면서 보험에 꼭 가입해야 하냐고 묻는다"며 "잘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한다.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물건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한편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면 세입자가 부담해야 할 월세는 점점 더 오를 수밖에 없다. 실제 전셋값은 낮아지고 있지만 평균 월세는 상승하는 추세다.

    부동산 정보플랫폼 스테이션3는 올해 서울 자치구별 전용 33㎡이하 원룸 전셋값과 월세를 분석한 결과 전셋값은 평균 1억2757만원, 월세는 평균 6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대비 전셋값은 6.86% 하락, 월세는 10.2% 상승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