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판 마셜플랜'…우크라, 한국기업 진출 강력요청전쟁탓 전력인프라 50% 상실…원전 등 에너지재건 집중현대건설 美홀텍과 SMR 공급예정…'팀코리아'선전 기대원 장관 현지고위급 면담…모듈러주택 등 진출 가능성↑
  • ▲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 도시 이르핀에서 파괴된 다리 옆으로 새로운 다리가 건설되고 있다. ⓒ연합뉴스
    ▲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 도시 이르핀에서 파괴된 다리 옆으로 새로운 다리가 건설되고 있다. ⓒ연합뉴스
    1200조원 규모 우크라이나 재건시장 문이 활짝 열렸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우크라이나 재건사업과 관련 현지 장·차관급 인사들과 면담을 위한 출장길에 오른 가운데 국내건설사들의 시장진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발전시설 상당수가 러시아군 공격지역에 위치했던 까닭에 원자력발전 등 에너지 플랜트부문을 중심으로 수주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1세기판 마셜플랜'으로 불리는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규모는 최대 9000억달러, 한화 약 1200조원으로 우리나라 1년 총예산 2배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각국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유럽투자은행(EIB)·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등이 차관 및 투자형태로 프로젝트를 제시하면서 사업추진에 속도가 붙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한국기업 재건시장 진출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율리아 스비리덴코 수석부총리겸 경제부장관은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한·우크라이나 미래협력 간담회'에서 "우크라이나는 인프라 재건, 에너지 전환 등 여러 과제를 안고 있다"며 "친환경에너지와 그린수소분야에서 성장 기대감이 높고 원전을 운용하고 있어 원전 특수장비분야에서도 훌륭한 잠재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에너지와 토목, 주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직접적인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관심이 집중되는 부분은 에너지설비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난해 2월이후 현지 전력인프라의 약 50%가 손상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현재 우크라이나는 파괴된 인프라 복구에 그치지 않고 시설 전반의 현대화를 꾀하고 있다"며 "특히 원전건설과 수소, 풍력 등 에너지부문 재건사업이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력시스템 복원을 제1 과제로 삼고 대대적인 발전시설 증설을 준비하고 있다. 전후복구를 위해 향후 25년간 230GW이상 발전용량을 확보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핵심은 원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이나는 원전 4기를 운용하고 있으며 오데사와 체르카시지역에 2기 추가증설을 계획중이다.

    현대건설은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통해 시장선점에 나섰다. 현대건설과 미국 홀텍 인터내셔널을 중심으로 꾸려진 '팀 홀텍'은 최근 우크라이나 원자력공사 에네르고아톰과 SMR 건설 협력계약을 체결했다.

    팀 홀텍은 2029년 3월까지 우크라이나에 SMR-160 20기를 배치하고 전력망을 연결할 예정이다. 현대건설과 홀텍이 개발한 SMR-160은 160㎿급 경수로형 소형모듈원자로로 사막이나 극지 등 환경적 제한 없이 배치 가능하다.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교두보인 폴란드에서 원전사업에 참여중인 두산에너빌리티 등 '팀 코리아'도 선전이 기대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설비 제조에서 강점을 나타내고 있다.

    두기업이 참여중인 폴란드 원전사업은 퐁트누프지역에 가압형경수로(PWR) 2~4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팀코리아는 지난해 10월 폴란드 민간발전사 제팍(ZE PAK)·국영 폴란드전력공사(PGE)와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이 추진되는 핵심지역으로 원전과 신공항, 열병합발전소 등 대형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폴란드에서 수주실적을 쌓고 우크라이나로 우회진출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에너지외 모듈러주택 등 주택, 철도, 도로 부문에서도 국내건설사들의 참여기회가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도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최근 출장길에 오른 원희룡 장관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우크라이나 및 폴란드 인프라부 고위급과 면담할 예정이다. 또 정부는 연내 바르샤바에 우크라이나 재건시장 진출을 지원할 인프라 협력센터 설치를 검토중이다.

    해외건설 한 관계자는 "주택시장 불황이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은 국내건설사들에 또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며 "다만 대규모 프로젝트인데다 전쟁에 따른 시장 불안정성이 큰 만큼 기금이나 펀드 등 적절한 재원조달 방안이 제시돼야 건설사들 참여가 활기를 띨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