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미식 장인라면' 생산라인, 편의점 PB부터 교촌라면까지 OEM 가동OEM 생산으로 라면 생산라인 가동률 상승 노린 궁여지책인듯팔도 '꼬꼬면' 데자뷔… "가동률만을 고려한 선택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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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산업이 라면 OEM(주문자 상표 생산)에 뛰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하림산업이 2021년 ‘더 미식 장인라면’으로 라면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이후 약 1년 반만이다. 라면업계에서 OEM 생산에 나서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지만 프리미엄 제품을 표방해온 후발주자로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업계에서는 하림산업이 ‘더미식 장인라면’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기록하면서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보고 있다. ‘더 미식 장인라면’에 강한 자신감과 애착을 보이던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도 체면을 구기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2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하림산업은 최근 다수의 라면 OEM 생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의 ‘교촌 시크릿 볶음면’이다. 이 제품은 교촌에프앤비과 계약에따라 하림산업에서 직접 제조, 생산하는 제품으로 지난 26일부터 판매가 시작됐다.이 외에도 하림산업은 편의점 세븐일레븐 PB상품인 ‘매콤 뽀요면’을 생산, 공급하고 있다. 이들 제품의 공통점은 모두 하림산업의 익산공장 라면생산 라인에서 나오는 OEM제품이라는 점이다. 프리미엄 식품을 표방하면서 경쟁제품 대비 높은 값을 받아왔던 하림산업이 비교적 저렴한 OEM 시장에 진출한 것은 이례적이다.지금까지 라면시장에서는 삼양식품과 팔도가 OEM을 양분해왔다. 선두업체인 농심은 아예 OEM을 받지 않고 오뚜기는 계열사를 통해 일부 상품만을 OEM으로 생산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생업체인 하림산업까지 라면 OEM 시장에 뛰어든 배경에는 공장의 가동률에 대한 손익 부담이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하림산업은 지난 2021년 10월 ‘더미식 장인라면’을 론칭할 당시 2022년 매출 목표를 700억원으로 제시했지만 실제로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라면 매출은 지난해 5월 출시한 ‘더미식 밥’을 비롯한 모든 식품 매출을 포함해도 461억원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868억원으로 매출의 두 배에 육박했다. 현재 ‘더미식 장인라면’의 라면시장 점유율은 1% 안팎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진다.업계 관계자는 “제품의 판매 부진이 고스란히 공장 가동률의 부담으로 이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생산라인은 유지만으로 비용 발생하기 때문에 적정 수준으로 가동되지 않으면 손익에 막대한 부담을 끼친다”고 분석했다.실제 하림산업의 라면공장은 연간기준 약 2억3000만봉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다. ‘더미식 장인라면’의 판매량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판매가 가장 높던 출시 이후 5개월간 누적 1000만봉 판매됐던 것을 감안하면 실제 가동률 하락은 수익성 악화의 주요 원인이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결국 라면시장에서 프리미엄을 표방하던 신생업체 하림산업이 OEM에 뛰어든 것도 이런 가동률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실제 이런 사례는 하림산업 외에도 있다. 라면시장 4위 사업자 팔도는 2011년 ‘꼬꼬면’의 흥행에 힘입어 라면 생산 공장을 증설까지했지만 정작 인기가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OEM 시장에 진출 한 바 있다. 이 역시 공장 가동률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현재 팔도는 라면 OEM 시장에서 가장 큰 사업자 중 하나가 됐다.결과적으로 하림산업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미식 장인라면’의 부진이 하림산업을 OEM 시장으로 내몰았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더미식’ 브랜드 론칭을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던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장녀가 최근 하림푸드의 사내이사에서 사임한 것도 이런 하림산업의 부진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까지 나온다.이와 관련 하림산업 관계자는 “이미 볶은밥 등에서는 다양한 OEM을 진행해왔다”며 “‘더미식 장인라면’의 제품의 부진 때문에 가동률만 고려해 OEM을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