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美 위스키 50% 관세에 '200%'로 맞불1기 행정부 부터 이어진 관세 마찰 … 글로벌 주요 업체 촉각증류소 감산·인원감축 불가피 … 장기적 가격 상승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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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U(유럽연합)가 4월 1일부로 미국산 위스키에 대한 관세 50%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우려됐던 글로벌 위스키 관세 전쟁이 점화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SNS에 이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200%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인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유럽 연합은 미국을 이용하려는 유일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면서 “(미국산) 위스키에 50%의 엄청난 관세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세가 즉시 철폐되지 않으면 미국은 곧 프랑스와 EU의 모든 와인, 샴페인 및 알코올 제품에 2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는 미국이 필요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Canada needs America, America does not need Canada)”며 관세 200%를 관철할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미국과 EU간의 무역 분쟁은 트럼프 1기 시절인 2018년부터 이어져왔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철광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면서, EU는 미국산 위스키에 대한 25% 보복관세를 매기기도 했다. 이후 미국산 위스키의 EU 수출이 20% 줄어들기도 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EU는 미국산 위스키 관세를 50%까지 올리기로 결정했다. 다만 2022년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합의하면서 해당 관세는 오는 3월 31일까지로 유예된 바 있다.

    만일 미국의 200%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유럽에서 생산되는 와인과 위스키를 비롯한 브랜디, 코냑 등의 피해는 심각해질 예정이다. 미국과 EU는 상호 가장 큰 위스키 수출지역이다. 2023년 미국 증류주 수출액(14억 달러)의 40%에 달하는 8억8300만달러가 EU에 수출됐다. EU 역시 전체 증류주 수출 매출의 20%가 미국에서 발생한다.

    중국과 무역 마찰 심화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EU산 주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앞서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최대 45.3%의 관세를 적용하면서, 중국은 브랜디와 코냑에 대한 반덤핑 조치에 나섰다.

    이에 따라 중국에 EU산 브랜디와 코냑을 수입할 때 업체는 중국 세관에 최대 39%에 예치금을 내야한다. 중국의 이러한 조치에 헤네시 코냑을 보유한 루이비통모에헤네시 주가는 5% 가까이 줄었으며, 지난해 프랑스의 주류 수출은 전년 대비 6.5% 줄었다.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SNS에 올린 글. EU가 관세를 철폐하지 않을 경우 200% 관세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Truth Social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SNS에 올린 글. EU가 관세를 철폐하지 않을 경우 200% 관세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Truth Social
    관세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

    주요 제조 업체에서는 제3국에 수출되는 주류 가격을 인상함으로써 이를 상쇄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증류소들의 감산(減産)과 직원 감축으로 인해 공급이 줄어들 경우 관세와는 별개로 추가적인 가격 상승도 우려된다.

    무역 갈등에 글로벌 주류업체들은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EU가 미국산 위스키 관세를 적용하기 전인 지난 2월 디아지오의 최고재무책임자 닉 장지아니(Nik Jhangiani)는 상반기 실적발표에서 “지난 몇 달 동안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춰 상당한 비상 계획을 수립했다”면서 “가격 책정, 프로모션 및 재고 관리, 공급망 최적화, 투자 재분배 등이 그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증류주협회 크리스 스윙거 회장 역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EU와 주류 협정을 체결해 관세를 되돌려 미국 일자리를 창출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우리는 관세가 아닌 건배를 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미국과 EU간의 관세 갈등이 국내에 수입되는 와인과 위스키의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산 위스키는 켄터키주의 주력 생산품인데 이는 트럼프의 텃밭인데 이를 희생하면서까지 (관세를) 밀어붙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관세로 인한 상승이유가 있더라도, 제3국에서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들이 물량을 소진하기 위해서는 함부로 가격을 올리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장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보다는 증류소가 생산과 인력을 줄이면서 수년 뒤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