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화재 절정 '7~8월'이사 등 잘못된 설치·노후 전선 등 주 원인화재 예방 기술 개발 힘 쏟는 LG·삼성… 공식 설치 서비스 이용 권고이삿짐센터 등 '싼 가격' 앞세운 비전문 설치… 안전 관련 법 보완 시급
  • ▲ LG 휘센타워 에어컨 ⓒLG전자
    ▲ LG 휘센타워 에어컨 ⓒLG전자
    올 여름에도 폭염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사용량이 늘어난 에어컨으로 인한 화재 사고에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에어컨으로 인한 화재 중 상당수가 노후화된 전선에 합선이 생기거나 잘못된 설치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에어컨 설치 안전과 관련한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9일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5년 간(2018~2022년) 에어컨 화재 사고는 총 1234건으로 매년 240건 이상 발생했다. 더위가 시작되고 에어컨 가동을 시작하는 매년 5월부터 화재 건수가 발생하고 더위가 절정에 이르는 7~8월에 가장 많은 에어컨 화재 사고가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에어컨 화재의 주요 원인으론 전기적 요인이 78%(957건)로 가장 많았다. 전기적 요인에는 잘못된 설치나 이전 설치로 전선 등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파악된다. 노후화된 에어컨을 사용하거나 전선 등이 외부에 무방비하게 노출돼 손상된 경우도 에어컨 화재를 일으킬 수 있는 전기적 요인에 해당한다.

    앞서 소방청은 지난 2013년부터 2022년 10년 간 제조사별 에어컨 화재 건수도 공개했다. △A사 720건 △B사 434건 △C사 149건 △D사 42건 △E사 37건 △제조사 미상 594건이다. 다만 제조사별 화재 원인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에어컨 제조 기술이 발전하면서 제품 자체에 결함이 있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0년부터는 소방청이 에어컨 화재 원인 조사에서 '제품 결함'을 따로 발표하고 있지만 지난 2021년 5월 통계까지 제품 결함으로 인한 에어컨 화재는 한 건도 없었다.

    실제로 에어컨 제조사 양대산맥인 LG전자와 삼성전자는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적용하고 관련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우선 LG전자는 지난해 '아크(전기불꽃)'으로 발생하는 가전제품 화재 예방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한국전자기술연구원과 손을 잡았다. 물리적인 차단기 설치 없이도 에어컨 같은 가전 내부에서 아크를 감지하고 전원을 차단하는 기술을 제품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는 최고의 절연 성능 소재를 에어컨 부품으로 사용해 화재를 예방하고 있다. 에어컨에 전원을 공급하는 전기 접속 단자에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 여기에 멜라닌 소재 부품을 사용해 절연 효과를 최대화했다. 이 소재는 우수한 절연 효과를 입증하는 비교 트래킹 지수(CTI) 테스트에서 최고 등급(0등급)을 받았다.

    그 밖에도 △설치 오류까지 계산한 화재 발생 감소 설계 △안전장치를 탑재한 핵심 부품 컴프레서 인버터 제어기 △과전류·과온도 감지 기술 등이 에어컨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적용되고 있어 제품 자체 결함으로 화재가 나긴 쉽지 않은 구조다.
  • ▲ 삼성 무풍에어컨 ⓒ삼성전자
    ▲ 삼성 무풍에어컨 ⓒ삼성전자
    결국 에어컨 설치 단계에서 발생한 오류를 막는 것이 화재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핵심으로 꼽힌다. 설치자의 숙련도에 따라서 설치 과정 어느 한 곳에서라도 오류가 발생하면 화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인증받은 전문가에게 에어컨 설치 혹은 이전 설치를 받는 것이 필수다.

    하지만 특히 이사 등으로 인한 이전 설치에서 비전문가가 낮은 비용을 앞세워 하는 경우가 많다는게 문제다. 대부분 에어컨 제조사에서 처음 에어컨을 구입해 설치할 때는 설치비 없이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이후 이전이나 이사로 제품 설치를 다시 해야 하는 경우엔 제조사에서 유료로 이전 설치를 받아야 한다.

    비용은 제조사와 제품 유형, 대수에 따라 달라지지만 최소 10만 원대부터 50만 원대까지 부담이 적지 않은 수준이다. 요새 가정용으로 스탠드형 에어컨과 벽걸이형 에어컨을 한개의 실외기에 연결해 사용하는 '2 in 1' 제품을 선호하고 방마다 에어컨을 설치해 사용하는 경우도 많아 비용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공식 설치센터가 아닌 사설업체를 활용하거나 이사업체를 통해 쉽고 빠르게 이전 설치를 하려는 수요 또한 커졌는데 이런 경우 안전하게 설치가 됐는지 확인하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가전업계에서도 에어컨 화재 원인의 상당수가 설치 상의 오류에서 비롯될 수 있어 재차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현재 국가가 공인하는 에어컨 설치 기사 자격증은 따로 없다. 대신 한국냉동공조산업협회 등과 같은 협회 인증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고 삼성과 LG 등 제조사에서 자체적인 교육을 통해 설치 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에어컨 설치 기사가 양산된다.

    최근엔 비전문가에게 설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플랫폼도 다양해졌다. 그만큼 가격 경쟁도 치열해져서 공식 설치센터를 통하지 않더라도 에어컨을 설치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다.

    다만 그만큼 설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경우가 늘었다는게 맹점이다. 잘못된 에어컨 설치로 발생한 화재 건수가 늘고 있는 것에 비해 법 제도가 미비한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에어컨 화재의 가장 큰 원인으로 설치 과정에서의 미비점이 드러난 가운데 건축법 상 실외기 공간 마련 등의 법 개정이 이뤄진 것 외에 설치 안전 관련 부분은 아직도 사각지대에 있는게 현실"이라며 "제조사의 공식 설치를 받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화재가 발생해도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을 묻기 어려운 구조이고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