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감소에 쌓이는 재고… 한숨 길어져설비 투자 줄여도 첨단 기술 투자 타이밍 놓칠 수 없어200단 개발 선점 YMTC·SK하이닉스·마이크론… 236단 투자 삼성다가오는 호황기 대비 글로벌 1위 삼성전자 '시장 장악' 나서
  • ▲ SK하이닉스 238단 4D낸드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238단 4D낸드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이 지난 1997년 이후 최악의 수급 불일치 상황으로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업계 1위인 삼성전자가 호황기에 대비해 236단 투자에 적극 투자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200단 낸드 기술은 이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중국의 YMTC마저 확보한 상태지만 1위 삼성이 본격적으로 200단 양산에 나서면 낸드시장에 본격적인 생존게임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8일 미국 반도체시장 분석업체인 세미애널리시스(SemiAnalysis)는 현재 낸드시장이 1997년 이후 최악의 수급 불일치 상황을 겪고 있다고 분석하며 주요 낸드업체들은 재고를 줄이고 시장 균형을 되찾기 위해 가동률을 낮추고 있다고 봤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낸드 설비투자(CAPEX)도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세미애널리시스는 올해보다 내년에 낸드 제조사들이 투자 규모를 더 줄일 것으로 내다보며 수급 상황이 개선되는 2025년까진 버티기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낸드 수요가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에서 제조사들이 첨단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 또한 계속할 수 밖에 없다. 현재 낸드시장은 20나노급에서 미세공정 경쟁을 멈추고 위로 쌓는 3차원 방식의 적층경쟁으로 돌아선지 오래다. 삼성이 처음으로 3D 낸드 기술을 선보이며 시장을 주도했지만 최초의 200단 기술은 점유율 6위의 중국의 YMTC가 선점했고 시장 5위인 미국 마이크론도 232단 쌓기에 성공하며 기술 경쟁에선 엎치락 뒤치락이 반복되고 있다.

    삼성은 낸드시장의 34%를 차지하는 1위이자 3D 낸드를 업계에 처음 도입하면서 주도권을 이어온 덕에 현재는 128단 낸드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176단 낸드 비중도 아직은 크지 않은 실정이다. 반면 후발주자들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은 기술 수준을 꾸준히 높이지 않으면 시장 3분의 1을 차지하는 삼성에 대적하기 어려운 탓에 200단 낸드 개발에 속도를 냈다.

    그 결과 현재는 200단 이상 적층 기술에선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이 삼성에 앞서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238단을, 마이크론은 232단 낸드를 개발했고 YMTC도 232단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SK하이닉스가 300단대 낸드 적층 기술을 소개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삼성은 뒤늦게 236단으로 전환해 양산을 시작했다. 세미애널리시스는 삼성이 이처럼 뒤늦게 200단대 투자에 나섰지만 삼성의 막강한 자본력을 동원해 내년 양산 계획에 있는 280단대 등에 투자를 이어가면서 호황기 대비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128단을 중심으로 했던 삼성 낸드가 이같은 투자로 상당부분 노드를 건너뛰고 생산능력(CAPA)를 더 크게 키우면서 기술 전환이 완료되는 시점엔 현재보다 생산량이 70% 가량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 1위인 삼성이 200단대 생산능력까지 갖추게 되면서 내년 이후 낸드 수요가 회복되면 하위업체들 간엔 생존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삼성이 물량 공세에 나서면 사실상 치킨게임이 시작될 수 밖에 없는게 낸드시장의 구조라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합병을 검토하고 있는 2위 키옥시아와 4위 웨스턴디지털(WD)의 계획이 성사되면 호황기에 들어선 이후 낸드시장에 대대적인 판도 변화도 예고된다. 단순 점유율 합산(35.2%)으로 보면 1위 삼성을 넘어서는 수준이지만 오히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하위업체가 타격을 입고 시장에서 물러나는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