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규모는 줄지만… 내년 낸드사업 '적자' 가능성삼성, '11조 흑자 vs 1조 적자' 예상… SK도 격차 커질 들내년 이후 업황 회복 관건… D램 사업 병행 삼성·SK 중심 시장 재편 촉각
  • ▲ 삼성전자 1Tb(테라비트) 8세대 V낸드 ⓒ삼성전자
    ▲ 삼성전자 1Tb(테라비트) 8세대 V낸드 ⓒ삼성전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내년에도 낸드 플래시 메모리 사업에서 적자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도 이미 수조원대의 적자가 예고된 상황인데 이 같은 시장 분위기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반면 D램은 인공지능(AI) 수요가 폭발하며 내년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성장가도를 달릴 것으로 기대된다.

    8일 반도체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2년 연속 동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보단 적자 규모를 대폭 줄이는데는 성공하지만 양사 모두 턴어라운드에는 실패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우선 올해 삼성과 SK하이닉스가 낸드사업에서 적자를 피하기는 어렵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바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양사가 각각 5조~6조 원 가량 누적 손실을 냈는데 하반기엔 업황이 더 악화되며 추가적으로 4조~5조 원 가량 추가 손실이 예고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올해는 삼성과 SK하이닉스 모두 연간 기준으로 낸드에서만 각각 10조 원대, 8조 원대 적자를 볼 것이라는게 증권업계의 전망이다. 다만 낸드 뿐만 아니라 D램도 다운턴으로 인한 저조한 수요로 연간 적자를 내거나 가까스로 흑자를 유지하는 수준이 예상되면서 메모리업계 전반에 걸친 수요 감소 영향이라 해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년부턴 D램과 낸드가 완전히 다른 노선을 걷게 되면서 낸드 부진이 더 부각될 상황에 놓였다. D램 분야가 AI 서버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폭발하는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에 나서면서 빠른 속도로 실적 회복에 나서는 반면 낸드는 여전히 수요가 되살아날 모멘텀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이유로 증권업계에선 낸드시장의 경우 내년까지도 실적을 회복하지 못하고 적자상태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삼성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 삼성전자가 D램에서는 11조 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봤지만 낸드사업에선 여전히 1조 원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른 증권사들 중에서도 일부 차이는 있지만 낸드사업이 흑자전환을 하지 못할 수 있다고 의견을 제시한 곳이 여럿이다.

    SK하이닉스도 D램에선 HBM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실적회복에 나서지만 낸드는 적자와 흑자를 오가는 수준에 만족해야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메리츠 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 SK하이닉스가 D램 사업에선 8조 원대의 연간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반면 낸드에서는 소폭이지만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내년 낸드시장에도 볕이 들기는 어렵다는 전망은 전문 시장조사업체에서도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부분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낸드시장이 연내에 D램과 같은 상승 기조를 보기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D램 대비 다수의 공급사들이 경쟁하는 구조에선 수급 개선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분석했다. 내년에도 주요 제조사들의 감산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긴 하지만 구매처에서 재고를 비축할 의향이 높지 않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실제로 현재 메모리 시장 수요는 AI 서버를 구축하기 위한 투자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AI 서버 구축에 우선순위를 두고 기존에 스토리지를 구매하던 투자금을 그래픽저장장치(GPU)와 HBM 같은 고성능 D램에 쓰고 있다. 클라우드와 같은 일반 서버향 매출 비중이 가장 높았던 낸드업체 실적이 고꾸라질 수 밖에 없는 셈이다.

    내년까지 길어지는 낸드시장 불황으로 업계 구도가 재편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매해 수조원대 적자를 감당해야 하는 낸드 전문 기업들은 이번 다운턴이 끝날 때까지 재무적으로 버틸 여력이 적은 반면 삼성이나 SK하이닉스 같이 내년부터 D램 사업에서 고수익을 올리는 사업을 안고 있는 곳들은 장기전에 대비할 수 있는 총알을 갖췄기 때문이다.

    낸드시장 2위와 4위인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합병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키옥시아는 이미 자본에 상당부분 손실이 불가피했고 여기에 미래를 위한 신공장 투자나 연구·개발(R&D)까지 이어가려면 웨스턴디지털과 합병 후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 마련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낸드시장이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두 회사 모두 생존 기로에 놓였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