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놓고 시중은행 전환하나… 대구은행, 고객 몰래 1000여건 계좌개설

시중은행 전환을 앞둔 DGB대구은행이 고객 동의없이 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1000건 개설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긴급검사에 착수했는데 수십 명의 직원이 가담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은행 차원의 조직적 개입이 드러날 경우 시중은행 인허가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10일 금감원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2021년 8월부터 입출금통장과 연계해 다수 증권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 운영해왔다. 대구은행 직원들은 계좌 개설 실적을 부풀릴 목적으로 고객 동의없이 임의로 계좌를 개설했다. 

고객이 실제 영업점에서 작성한 A증권사 계좌 개설신청서를 대구은행 직원이 복사한 뒤 이를 일부 수정해 B증권사 계좌를 임의로 개설하는데 활용하는 방식이다. 특히 대구은행 직원들은 임의 계좌 개설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계좌개설 안내문자(SMS) 차단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대구은행은 지난 6월 30일 관련 민원을 접수한 이후 사건을 처음 인지 지난달 12일부터 현재까지 자체감사를 진행해왔다. 다만 금감원에 사실을 알린 것은 최근으로 한 달가량 금융당국에 신고를 하지 안항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은 지난 9일부터 검사에 돌입했다. 당국은 고객 동의없이 계좌 개설에 가담한 다수의 직원들은 현재 각 다른 지점에 근무 중인만큼 은행 차원의 실적을 부풀리기 위한 불법적인 행위가 이뤄졌는지 주의깊게 살펴본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검사에서 임의 개설이 의심되는 계좌 전건에 대해 철저히 검사하고 검사결과 드러난 위법, 부당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 밝혔다. 

이어 "대구은행이 본 건 사실을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신속하게 보고하지 않은 경위를 살펴본 뒤 문제가 있다면 이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 덧붙였다. 

대구은행의 이러한 불법 계좌개설은 내달 시중은행 전환 인가 신청을 앞두고 악재가 아닐 수 없다. 

대구은행은 지방은행 최초로 시중은행으로 전환을 앞두고 있다. 정부의 시중은행 과점 체제를 깨기 위해 신규 플레이어로 시장 진입을 예고한 상태다. 최근에는 시중은행 전환 인가 추진을 위해 DGB금융지주와 공동으로 '시중은행 전환 전담TF팀'을 꾸렸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고객 신뢰를 기반으로 은행업 진출에  먹구름이 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8일 경남은행 횡령 등 잇따른 금융사고와 관련해 "금융사고 원인 및 금융사의 내부 통제 실태를 철저히 점검해 미흡한 사항은 신속하게 지도하고 금융사의 자체 점검 내역 중 중요한 사항은 금감원도 검증하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