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전세가격, 오름폭 키우면서 4주 연속 상승 지속서대문 -70% 등 13개구서 연초대비 전세물건 반토막'전세난 가늠자' 전세수급지수 오르고 입주물량 '뚝'"재계약 시점 도래, 금리 불안…역전세난 해소 안 돼"
  • ▲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230726 ⓒ연합뉴스
    ▲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230726 ⓒ연합뉴스
    하반기 서울 전세 시장이 다시 '긴장 모드'다. 전셋값이 오르고 전·월세 물건이 빠르게 자취를 감추면서 다가오는 가을 이사철에는 '역전세난'이 '전세난'으로 바뀌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역전세난 우려가 줄어든 것은 맞지만, 고비를 100% 넘겼다고 해석하기는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20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전세물건은 연초대비 모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전세물건이 가장 많이 줄어든 자치구는 서대문구다. 연초 1922개였던 물건은 17일 기준 562건으로, 70.7% 쪼그라들었다.

    이어 △마포구 69.6%(2359→716건) △동작구 66.5%(2040→682건) △광진구 65.5%(1463→504건) △성북구 63.2%(1828→671건) △관악구 60.4%(1148→454건) △양천구 59.9%(2392→957건) △강서구 59.6%(2324→937건) △성동구 58.7%(2116→873건) △구로구 58.6%(1506→623건) △중구 56.7%(909→393건) △종로구 53.2%(381→178건) △영등포구 50.9%(2657→1302건) 등 13개 자치구가 절반 넘게 전세물건이 감소했다.

    △강북구(-48.8%) △강동구(-47.1%) △송파구(-45.6%) △동대문구(-42.6%) △금천구(-41.8%) △중랑구(-41.8%) 등은 40%대로 내렸고, 도봉구·용산구는 30%대 노원구·강남구는 20%대, 서초구는 10%대 감소율을 기록했다. 은평구만 2.41% 내려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서대문구 A공인 대표는 "원래 대단지가 많아 전세물건도 많은 지역인데, 요즘엔 전셋집 찾아주기가 어렵다"며 "연초만 해도 역전세난을 걱정했는데 이젠 전세난을 걱정해야 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전세물건이 감소한 배경에는 연초 전셋값이 많이 내린 이후 전세를 찾는 수요가 유입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송파구 B공인 관계자는 "연초 급전세 수준의 물건이 많이 나오면서 같은 단지 내에서도 가격이 더 낮은 전셋집으로 갈아탄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세대출 금리가 내리면서 월세 대신 전세를 찾는 세입자들도 다시 늘었다. 전세대출 이자 부담 때문에 월세를 택했지만 그럴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마포구 C공인 관계자는 "한동안 전세대출 금리가 높아지면서 계산기를 두드려보고 월세 혹은 반전세를 택하는 세입자들이 많았지만, 최근엔 대부분 전세를 찾는다"며 "세입자들이 전세물건을 많이 찾으니 집주인들도 전세로 물건을 내놓는다"고 말했다.

    전셋값도 오름폭을 키우면서 4주 연속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8월 둘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 전셋값은 0.11% 오르면서 6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송파구 0.28% △광진구 0.22% △성동구 0.20% 등의 오름폭이 큰 가운데 교통이나 학군 등 입지 측면에서 주거 여건이 좋다는 평을 받는 단지 위주로 가격 상승세가 나타났다.

    부동산원 측은 "전셋값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초 많이 떨어진 상황이어서 최근에는 수치상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가 역전세 대책을 내놓은 데다 전세대출 금리가 최근 낮아진 것도 전세 시장 회복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 ▲ 서울 서대문구와 마포구 일대 아파트 단지.  201021 ⓒ연합뉴스
    ▲ 서울 서대문구와 마포구 일대 아파트 단지. 201021 ⓒ연합뉴스
    현장공인중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KB부동산의 전세가격 전망지수를 보면 서울이 지난해 12월 53에 불과했지만, 지난달 100.8로 지난해 5월 이후 14개월 만에 처음 100을 돌파했다. 지수가 100을 초과할수록 '상승' 비중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며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지난해 12월 50까지 추락했던 전세수급지수도 7월 말 100을 넘어섰다. 이 지수는 수요와 공급의 상대적 우위를 조사해 0~200 사이 숫자로 나타낸 것이다. 지수가 100을 초과할수록 '공급 부족' 비중이 높음을 의미한다.

    앞서 주택 시장에서는 역전세난 이후 전세수급지수가 100을 넘기면 전세난이 발생했다. 2004년 12월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53.3까지 떨어지며 역전세난이 벌어졌지만, 2005년 3월 100을 넘긴 이후 전세난으로 돌변했다.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전세수급지수가 45.7까지 하락했지만, 2009년 2월 100을 돌파하고 같은 해 10월에는 183까지 치솟으며 전세난이 나타났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위원은 "전셋값이 오르면서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중에서 재계약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며 "정부가 내년 7월까지 기존 전세보증금 대비 신규 전세보증금 차액분에 대한 대출을 완화해주면서 역전세에 대한 리스크는 소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전세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입주 물량은 갈수록 고갈되고 있다.

    아실의 집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19년 4만7225가구 △2020년 4만5978가구(-2.64%) △2021년 3만1609가구(-31.2%) △2022년 2만2429가구(29.0%) 등으로 매년 감소했다. 내년에는 1만4856가구로, 올해 2만3323가구보다 36.3% 줄어든다. 아실이 분석한 서울 아파트 적정수요 4만7056가구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매매시장 흐름이 반등하면서 전세 시장도 이를 후행적으로 따라가고 있다"며 "전세 물량 감소는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져 역전세난 우려는 서서히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역전세난의 상대적인 위험도는 줄었지만, 일각에서는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2021년 10~11월 전셋값이 한창 고점을 찍었던 시기 체결된 전세계약만기가 도래하는 만큼 아직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이사는 "지난달 정부가 전세보증금 반환 대책을 시행한 후 임대인들의 자금흐름이 개선되면서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역전세난 위험은 많이 낮아졌다"면서도 "입주 물량이 단기간에 몰리는 지역도 주의할 필요가 있고 2021년 10~11월 한창 전셋값이 고점에 있던 물량들의 재계약 기간 도래해 해당 물량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리 불안이 지속하고 있는 점도 역전세난 해소에 발목을 잡는다는 목소리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정부가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전셋값이 회복세를 보이지만, 2년 전 고점에 비해 격차가 여전히 크다"며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고, 금리 인상에 따른 전세 시장의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