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LH, 전관업체 계약해지…공공공사 '강제휴무' 뉴홈·3기신도시·공공시설·기초인프라 상당부분 포함 LH, 7월발주 1조→ 3200억 급감…종심제 72건→2건 "LH전관 없는 곳 얼마나 되겠나…초보적인 접근방식"
  • ▲ 수도권 한 공공아파트 공사현장. 사진=박정환 기자
    ▲ 수도권 한 공공아파트 공사현장. 사진=박정환 기자
    중견건설 주요 먹거리중 하나인 공공공사 입찰이 당분간 '강제휴무'에 들어간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관업체와 맺은 용역계약을 전면 백지화하기로 선언하면서 사업을 추진하는데 상당기간 지연이 예상된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LH는 지난 20일 'LH 용역 전관 카르텔 긴급회의'를 개최하고 전관업체가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 11건, 총 648억원 규모 설계·감리용역 계약을 해지했다. 

    현재 입찰공고와 심사를 진행중인 설계·감리용역 23건, 총 892억원에 대해서도 절차를 전면 중단키로 했다. 

    여기엔 공공주택 '뉴홈'과 3기신도시외 공공시설, 기초인프라 등도 상당부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다. 

    당장 이번주부터 '남양주왕숙 공공주택지구' 등 3기신도시 관련 용역과 '시흥권 주거지원종합센터 건설공사', '층간소음 기술혁신 시험시설 설계용역' 같은 공공시설 및 설계용역이 모두 포함됐다.

    LH 역시 올 하반기에만 8조2000억원 규모 공공공사를 발주할 예정이었지만 실제 발주량은 이보다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한준 LH 사장은 긴급회의 석상에서 "공공주택 50만가구 공급일정 차질과 관련해 미뤄진 사업을 당겨서 전체적으로 공급물량에 차질이 없도록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자신했지만 이미 공공공사 발주지연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LH는 7월에만 1조원이상 공공공사를 발주할 계획이었지만 실행에 옮긴 것은 '인천계양 A2BL 및 A3BL 아파트 건설공사 1공구' 등 3200억원에 그쳤다.

    또한 하반기에 종합심사낙찰제 방식 기술용역 72건을 추진할 예정이었지만 발주로 이어진 것은 '파주운정3 GTX-A 운정역 환승주차장 건설공사 건설사업관리용역'과 '하남교산 공공주택지구 조성공사 2공구 건설사업관리용역' 2건에 불과했다.

    민간정비사업 대신 공공부문에 주력해 온 중견건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공공공사 입찰과 발주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급격한 수익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국토부가 LH 전관업체를 솎아내거나 하반기 발주예정 아파트의 무량판 구조를 다른 구조로 변경 및 보완하는 등 이런저런 절차를 진행하려면 적어도 3개월이상이 소요돼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며 "종심제 등 공공공사는 설계가 완료된후 공사를 발주하는 방식이라 설계업체가 전관 특혜로 찍혀 용역이 중단될 경우 시공까지 지연돼 건설사가 입는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견건설 B사 관계자는 "3기신도시 등 공공주택과 인프라·시설 공공공사가 중단되면 중견·지역건설사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최근 민간시장 양극화가 심화해 적은 수익성을 감수하면서 공공공사에 집중해왔는데 '철근누락' 사태로 그마저도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LH 입찰에 참여한 설계업체들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건축사무소 C사 관계자는 "보통 종심제에선 입찰공고일 몇개월 전부터 기술자를 배치 및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입찰이 지연되면 인건비 부담이 상당하다"며 "참여했던 공모가 취소될 경우 응모작 제출비용을 돌려받기까지 적잖은 시일이 소요돼 영세업체 경우 재정적인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예고한 LH 전관업체 입찰차단 방안도 업계에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국토부는 공공공사 설계 및 감리용역업체 선정시 LH 퇴직자 미보유업체에 가점을 부여하고 퇴직자명단 제출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즉시 시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LH 퇴직자 및 전관업체 관련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관리에도 나선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퇴직후 새일터로 옮긴 LH 직원들이 한둘이 아닐텐데 설계업체든 건설사든 LH 전관이 없는 곳이 얼마나 되겠나"라며 "'전관 업체만 막으면 된다'는 초보적인 접근은 근본적인 부실공사 원인 해결은커녕 건설업계만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철근누락' 사태가 LH 등 공공공사 발주처 '갑질'을 억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긍정론도 나오고 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당장 일감감소로 인한 보릿고개는 피할 수 없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공사비 '후려치기'와 공기연장 미인정 같은 공공 발주처 횡포를 억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