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적자폭 크게 줄이며 회복세 현물價 상승, 수출 증가 등 곳곳서 '반등' 시그널 AI 등 고부가 메모리 수요 기반 "빠르면 내년 1분기 '흑자'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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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반도체 업황이 회복국면으로 전환됐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적자규모를 크게 줄이며 흑자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 영업손실 1조7920억원을 기록했지만, D램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적자폭을 38% 줄였다.

    오는 31일 실적발표를 앞둔 삼성전자도 영업손실폭을 크게 줄였다. 삼성전자는 3분기에 2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데 그쳤지만 1·2분기와 비교하면 개선세가 뚜렷하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부문인 DS 부문이 D램을 중심으로 적자 규모를 줄이며 실적 개선을 이뤄낸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실적 개선은 수요 회복이 조금씩 이뤄지면서 메모리 업황이 반등을 보인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움직임은 현물 가격 반등에서 찾을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의하며 DDR4 8Gb 2666의 현물 가격은 지난 6일 기준 1.518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4일 기록한 연중 최저가(1.448달러)와 비교하면 약 한 달 만에 4.83% 상승했다. 이어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메모리 주요 제품 가격은 1~2%대 상승률을 보였다.

    현물 가격은 대리점 등을 통해 일시적으로 형성되는 거래 가격이다. 통상 4∼6개월 후 기업 간 대규모 거래 가격인 고정거래가격에 수렴해 시장 선행 지표로 통한다. 반도체 업황이 회복국면으로 전환됐다는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반도체 수출이 증가한 점도 이 같은 기대감을 갖게 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작년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12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하는 흐름이 이어지만 최근 들어 다시 증가한 상태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 통계를 보면 지난 2월 59억7000만 달러까지 떨어졌던 반도체 수출액은 9월 99억4000만달러까지 회복돼 100억 달러 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중국 수출도 꾸준한 회복세를 탔다. 지난 1월 92억달러까지 떨어진 대중국 수출은 지난 9월에는 연중 가장 높은 110억달러까지 올라왔다. 이에 따라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도 개선 추세다. 대중국 적자는 지난 1월 39억3000만달러까지 올랐지만, 지난 9월에는 1억4000만달러로 줄었다.

    이 같은 추세는 4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국내 반도체 업계의 적자탈출 시기도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빠르면 내년 1분기께 흑자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4분기에는 메모리 반도체 고정거래 가격이 반등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업계에서는 공급사의 추가 감산 결정 등에 따른 공급 부족 우려로 PC·스마트폰 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렌드포스는 모바일용 D램의 가격이 오는 4분기 13~18%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앞서 예측한 5~10%(LPDDR5 기준)보다 향상된 수치다. 

    무엇보다 수요 회복이 긍정적이다. 대만의 UMC는 지난 3분기 PC와 스마트폰 수요 강세가 목격됐으며 2024년에는 가동률과 웨이퍼 출하량 모두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대부분의 고객들이 여전히 조심스럽고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고는 있지만, PC 및 스마트폰 고객들로부터 오더가 이어지고 있는 점을 보면 재고 정상화도 상당히 진행됐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연말 이후 상당히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던 UMC이기에, 수요에 대한 스탠스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산업의 평균 가동률은 PC와 스마트폰의 수요 회복에 힘입어 올 연말·연초를 저점으로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고부가 메모리 제품의 수요가 여전히 강세를 띄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고성능, 고용량 메모리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도 내년 상반기 흑자전환에 무게를 싣는다. 세계 HBM 시장은 올해 20억 달러에서 내년 33억, 후년엔 49억 달러로 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AI 시장은 D램 시장의 새로운 수요처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기존 주력 고부가제품인 DDR5에 이어 HBM이 AI칩에 필수로 탑재되는 제품으로 각광받으면서 범용 D램 수요를 메우고 있다. 기존 제품보다 5~6배, 많게는 10배 이상 수익성도 높아 D램 실적을 회복시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6일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고성능 메모리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 수요가 증가하면서 회사 경영실적은 지난 1분기를 저점으로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특히 대표적인 AI용 메모리인 HBM3와 고용량 DDR5 등 주력제품들의 판매 호조로 올 1분기 적자로 돌아섰던 D램이 2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한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