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인건비 상승에 국내주택 수익성 악화GS건설·DL이앤씨, 영업익 전년比 각 51%·30% '뚝'삼성물산·현대건설만 그나마 해외시장서 '수주선방'"국내 악재 장기화에 전쟁 등 해외 리스크도 여전"
  • ▲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 시공 현장. 사진=성재용 기자
    ▲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 시공 현장. 사진=성재용 기자
    고금리와 원자재가격 인상 등 악재가 지속하면서 3분기 대형건설사들의 수익성이 일제히 악화했다. 그나마 해외수주로 실적을 키운 현대건설이 전체적인 실적을 방어하고 있다. 경기·물가·금리 등 여건이 당장 개선되기 어려운 만큼 4분기는 물론 내년까지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중론이다.

    6일 잠정실적 보고서 분석결과 잠정실적을 발표한 주요 상장건설사 7곳 영업이익은 모두 1조946억원으로 전년동기 1조1547억원에 비해 5.2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GS건설이 전년동기 1250억원에서 601억원으로 반토막 난(-51.9%) 가운데 △DL이앤씨 803억원(-30.9%) △HDC현대산업개발 620억원(-10.8%) △대우건설 1902억원(-7.44%) △삼성물산 건설부문 3030억원(-6.48%) △삼성엔지니어링 1534억원(-4.42%) 등 현대건설을 제외한 6개사 모두 전년보다 영업이익이 하락했다.

    현대건설 경우 기저효과로 전년동기 1537억원에서 2454억원으로 59.7% 증가하면서 전체 실적급락을 방어했다.

    이같은 실적부진은 부동산시장 침체와 고금리, 원가부담 가중 등으로 국내 주택사업부문 수익성이 떨어지면서다. 7개사 가운데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한 GS건설도 인천 검단신도시 재시공에 따른 손실(5500억원)을 2분기에 선반영한 만큼 원가부담이 지속해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대내외 환경악화로 인한 고금리와 지속적인 원자재가격 및 인건비 상승 등으로 주택건축사업 원가율 부담이 지속하고 있다"며 "주택시장 침체로 업계 전반적으로 매우 어려운 한 해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해외수주와 비주택부문 성과가 좋은 건설사는 그나마 견조한 실적을 유지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경우 영업이익이 감소했지만 매출은 4조1890억원에서 5조2820억원으로 26.0% 늘어났다. 카타르 태양광, 사우디아라비아 네옴터널 등 해외사업 매출이 본격화하면서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이다.

    유일하게 플러스 변동률을 기록한 현대건설도 순항중이다.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폴란드 올레핀 확장공사 등 해외 대형공사가 본격화한 영향이다. 현대건설 측은 "3분기에 미수금을 회수한 사업장도 여럿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앞으로 실적개선을 기대할만한 소재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국내 부동산경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공사비와 인건비 상승세가 좀처럼 수그러들 조짐이 보이지 않는 데다 고금리 기조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국내 주택수익 개선이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국내 주택시장 지표는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9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들어 9월까지 착공물량은 모두 12만5862호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57.2% 감소해 절반이하로 고꾸라졌다. 같은기간 인허가물량은 25만5871호로 32.7% 감소했고 준공물량은 25만1417호로 12.5% 줄었다.

    해외정세도 만만치 않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고유가가 지속하는 가운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까지 터지면서 국내기업들이 주력하는 중동시장 불안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불안한 중동정세는 해외수주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발주일정이 연기되거나 규모가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7개사 4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1조832억원에서 올해 1조1437억원으로 5.58%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현대건설 2117억원(+184%)과 삼성물산 건설 2653억원(+10.0%)외 △대우건설 -19.7% △GS건설 -16.1% △DL이앤씨 -13.3% △HDC현대산업개발 -12.5% △삼성엔지니어링 -4.14% 등은 부진한 실적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도 "2020~2021년 분양한 현장들 준공전까지 주택부문 수익성 개선 여지가 제한되는 반면 해외는 원가율 변동성이 낮다"며 "주요건설사 4분기 실적도 3분기와 유사한 흐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건설사 매출액은 기대이상으로 나왔지만 영업이익은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분양도 기대치를 하향했다"며 "해외·플랜트는 섣부른 기대감을 품기 힘든 상황이고 특히 중동에서 수주를 좋게 보기 어려운 암울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내년 국내 건설경기 반등에 어려움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내년 국내 건설수주는 올해보다 1.5% 줄어든 187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29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던 건설수주 규모는 올해 17.3% 감소한 190조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내년에도 감소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하고 금리인하 시기가 불확실하다.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건설기업 자금조달 어려움은 지속할 것"이라며 "경기회복을 위해 건설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과 인프라 투자가 요구되는 한편 건설기업은 현금유동성 확보, 사업 포트폴리오 수정, 맞춤형 대응전략 수립 등을 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 ▲ 2024년 건설수주 전망. ⓒ한국건설산업연구원
    ▲ 2024년 건설수주 전망. ⓒ한국건설산업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