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 15년 만에 최저…일본 통화 완화 정책 유지 영향기존 투자자 1년째 손실…저점 판단 및 추후 반등 기대증권가 "현재 엔화 저평가…추가 하락 가능성 낮다"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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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원‧엔 환율이 1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일본 주식과 엔화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 몰리고 있다.

    이들은 향후 엔화 반등을 기대하고 환차익 투자에 나섰으나, 예상보다 엔저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문가들은 엔화가 이르면 연말부터 강세장을 나타낼 수 있다고 전망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원‧엔 환율은 100엔당 864.94원에 거래를 마쳤다. 

    통상 원‧엔 환율은 100엔당 1000원대에서 등락해왔다. 그러나 지난 6일 15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860원대를 기록한 이후 반등에 성공하지 못하면서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일본은행(BOJ)이 완화적 통화 정책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그간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매우 낮은 수준으로 억제하는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해왔다.

    엔화 약세가 장기화하면서 추후 환차익을 노리고 '엔테크(엔화+재테크)'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다만 이들은 길어지는 엔저 현상에도 일본 주식과 관련 ETF 투자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8월부터 현재까지 국내에 상장된 유일한 엔화 상장지수펀드(ETF)인 'TIGER 일본엔선물'을 281억원가량 순매수했다. 올해 들어선 무려 1083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그러나 8월부터 현재까지 TIGER 일본엔선물 ETF는 –3.62%, 올해 들어선 –11.19%의 손실을 기록 중이다. 원·엔 간 환율을 기초로 엔선물 지수를 추종하는 해당 ETF는 올 초부터 원·엔 환율이 하락하면서 수익률도 함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주식을 향한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도 지속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일본 주식을 4월 이후 7개월 연속 순매수 중이다. 지난 9일까지 누적 순매수액은 5억5646만달러(약 7356억원)로 집계됐다.

    이 밖에 환율 변동에 노출된 일본 대표지수 추종 ETF인 'TIGER 일본니케이225'와 'KODEX 일본TOPIX100'에도 올해 들어 각각 100억원, 27억원의 개인 자금이 유입되는 등 일학개미들의 투자 열기가 식지 않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선 현재 엔화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이르면 올해 말부턴 일본의 통화정책 변화로 엔화가 반등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해제는 적어도 내년 2분기 이후 글로벌 경기의 연착륙 여부를 확인한 뒤에야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라며 "엔·달러는 연말까지 147~152엔 범위에서 등락을 예상한다"라고 분석했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일본은행이 시행하고 있는 양적완화, YCC(수익률곡선통제) 수정, 정책 금리 상향 등의 정책변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라면서도 "다만 이러한 정책 변경에 매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 통화 정책 변화에 따른 급격한 엔화 강세 전환보단 점진적인 강세에 무게를 둔다"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일본 경제가 역대급 엔저로 수혜를 보는 측면도 있어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가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일본의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는 전년 대비 3배의 흑자 규모를 나타내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물가상승률도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 말 일본은행이 예상과 달리 YCC 정책의 유연성을 강조했다는 점과 기시다 내각이 경기부양 조치를 내놓은 것은 여전히 엔화 약세를 지지한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여기에 일본 정부의 경기부양 조치 등을 고려할 때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이 당장 실시되지 않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