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소식에 시장 수급 저PBR주로상승 모멘텀 부제 속 정책 수혜주 찾기 분주반면 고PBR주 성장주 급락…시장선 정책 기대·우려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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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 '왜오르株?(왜내리株?)'에서는 주식시장의 이목이 집중되는 핫(HOT)한 종목을 다룹니다. 주식은 둘 중 하나죠. 오르거나 내립니다. 그리고, 시장 참여자들은 관심있는 종목의 오르고 내리는 이유를 찾기 마련인데요, 간혹 해당 종목이 왜 오르는지 혹은 왜 내리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유를 모르고 투자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앞으로 해당 기사를 통해 상승·하락하는 종목들의 이유와 이에 대한 시장의 정확한 해석, 향후 전망까지 톺아봅니다. 

    최근 주식시장 관심이 저PBR주로 쏠리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한국 증시의 저평가)를 위해 주가순자산비율(PBR) 비교 공시를 핵심으로 하는 이른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한다는 소식이 시장에 알려지면서죠. 

    PBR이 낮다는 건 기업 시가총액이 청산가치(장부가치)보다 낮다는 걸 의미합니다. 어떤 회사의 PBR이 1배보다 낮다는 말은 보유한 자산을 싹 다 매각하고 사업을 청산했을 때보다 그 회사 주가가 낮다는 겁니다. 바꿔 말하면 해당 종목이 저평가됐다는 말이죠.

    이번 증시 부양책은 1년 전에 일본이 시행했던 방식과 내용이 꼭 닮아 있습니다. 지난해 3월 도쿄증권거래소는 증시 활성화를 위해 PBR 1배 미만 기업에 저평가 해소 개선 방안을 공시하도록 요구했는데요.

    실제 효과도 컸습니다. 최근 일본 증시가 활황을 이어가는 건 엔화 약세 등 매크로적인 도움이 상당했지만 세부적으로 저PBR주 주주가치 제고안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지난해 배당금은 사상 최대치로 기록됐으며, 이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기록적인 자금 러시가 이어졌습니다.

    구체적인 정책이 발표되지 않은 시점이지만 일본 사례를 비춰볼 때 벌써부터 국내에서도 일부 저PBR 종목들은 기대감만으로도 급등세가 연출되며 주가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지난 29일엔 이마트(PBR 0.2배)와 롯데쇼핑(0.23배), 현대백화점(0.26배) 등 전통적인 저PBR 종목들이 8~15% 급등했고, 지난 30일엔 미래에셋셍명(13.5%), 한화생명(8.4%), 한화손해보험(6.7%) 등 PBR이 낮은 보험주들의 주가가 치솟았습니다. 모두 평소 주가 흐름이 무거웠던 종목들이죠. 

    텔레그램에선 저PBR종목들의 리스트와 분석 글들이 온종일 돌아다녔어요. 상승 모멘텀과 이렇다 할 주도주 없이 2차전지, 인공지능(AI) 등 섹터를 중심으로 순환매가 진행되면서 시장 흐름에 답답해 했던 시장 참여자들도 수혜주 찾기가 분주합니다. 저PBR종목이 하나의 테마주가 된 듯한 모습입니다.

    반대로, 연초부터 성장주에 집중했던 개인투자자들은 날벼락을 맞았는데요. 이마트와 롯데쇼핑이 급등했던 날 포바이포·플리토·한글과컴퓨터·폴라리스오피스·이스트소프트 등 AI 관련주는 급락했습니다.

    저PBR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보니 반대로 고PBR주, 이른바 성장주들은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저PBR 종목들에 새로운 자금이 들어오는 형국이기보단 고PBR주를 팔아다가 저PBR주를 사들이는 모습입니다. 

    증권사 PB들도 정책 발표를 앞두고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면서 분주히 비중 관리에 나서는 분위기지만 혼란스러운 건 마찬가집니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 증시에서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은 성장주가 여전히 주도주 지위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시장 방향을 예상하기가 쉽진 않기 때문이죠. 

    시장참여자들 사이에선 이번 정책에 대한 기대감과 우려감이 공존합니다. 우선 정부의 방향성에 대한 공감과 기대가 적지 않습니다. 

    증권사 한 센터장은 "성장주가 급락하고 그간 소외됐던 종목들이 급등하며 시장 스타일이 갑자기 완전히 바뀐 모습"이라면서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포인트를 잡은 게 고무적이고, 정책적으로 공감한다. 밸류가 말도 안되게 낮은 종목들이 정상적인 밸류를 받게끔 나라에서 정책을 깔아주는 게 수급에도 참 중요하다"고 기대감을 표했습니다. 

    저PBR 상장사에 대한 재평가 흐름이 실제로 이어질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됩니다. 산업 특성상 PRB이 천차만별이어서 한계가 있다는 걱정도 나옵니다.

    투자에 있어서도 단순 저PBR 종목이 아닌 실전개선주 가운데 영업이익 등이 개선돼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상승하는 종목들을 걸러낼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요. 무작정 저PBR주에만 주목하면 안됩니다. 전문가들은 저평가 업종 중에서도 향후 긍정적인 수익성이 뒷받침될 수 있는 종목을 선별해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결국 우리나라 기업들의 낮은 PBR이 오르려면 자기자본이익률(ROE)가 올라야 한다"면서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들이 앞으로 어떻게 구체화되는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 기업들의 행동까지 연결되지 못한다면 큰 의미를 지니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