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볼 참여한 완성차 업체들, 브랜드·차량 검색량 크게 증가기아 EV9, 슈퍼볼 광고 집행 후 검색량 2497% 늘어제 58회 슈퍼볼 평균 시청자 수 1억2340명… "1969년 달 착륙 중계방송 뛰어 넘은 사상 최대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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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비싼 광고판으로 불리는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 슈퍼볼(Super Bowl)에 참여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값비싼 광고 효과를 톡톡히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비싼만큼, 제 값을 한 셈이다.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LA)에서 열린 제 58회 슈퍼볼에는 기아(Kia)를 비롯해 폭스바겐(Volkswagen), 토요타(Toyota), BMW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경기만큼이나 치열한 광고 경쟁을 벌였다.30초 당 700만 달러(한화 약 93억원)를 쏟아부어야 하는 슈퍼볼 광고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할뿐만 아니라,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강력한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신선한 크리에이티비티(creativity)로 승부해야하는 브랜드의 자존심이 걸린 무대다. 내로라하는 수십개의 브랜드들이 각축을 벌이는 광고전에서 '기억에 남는' 광고를 선보이는 것이 최대 과제로 꼽힌다.올해 완성차 업체들은 고유의 브랜드 스토리를 담은 슈퍼볼 광고를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미국 유력 자동차 전문 평가 웹사이트인 '카즈닷컴(Cars.com)'에 따르면, 슈퍼볼 광고를 집행한 이후 기아와 폭스바겐, 토요타, BMW에 대한 검색량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매달 3000만 명 이상의 소비자가 방문하는 카즈닷컴의 방문자를 기준으로 수치를 산정한 결과, 폭스바겐 검색량은 394% 증가했으며 이어 기아는 265%, 도요타는 223%, BMW는 158% 늘었다.광고에 등장한 차량에 대한 관심은 더욱 뜨거웠다. 폭스바겐의 마이크로버스와 비틀은 방영 직후 4020%, 1307%씩 검색량이 증가했으며 기아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인 EV9은 2497% 증가했다. 토요타 광고에 등장한 뉴 타코마 픽업트럭은 방영직후 트래픽이 1223% 늘었으며, BMW 뉴 5시리즈는 검색량이 1008% 껑충 뛰었다.카즈닷컴은 "소비자들은 해당 브랜드와 차량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사이트를 방문했다"며 "(슈퍼볼과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데 좋은 기회가 된다"고 전했다.△ 폭스바겐
- 10년 만에 슈퍼볼 광고에 복귀한 폭스바겐은 2분 분량의 '아메리칸 러브 스토리(An American Love Story)' 캠페인을 선보였다. 이 캠페인은 가수 닐 다이아몬드(Neil Diamond)의 곡 'I am, I said'를 배경으로 '노스탤지어(nostalgia,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폭스바겐의 브랜드 역사를 담고 있다.폭스바겐이 미국 뉴욕에 첫 선을 보인 1949년부터 2024년 현재까지, 75년 간의 브랜드 스토리를 따뜻한 시선으로 보여주며 'We shape its metal, You shape its soul(우리는 그것(차량)의 메탈을 형성하고, 당신은 그것의 영혼을 만듭니다)'라는 핵심 메시지를 전한다. 광고엔 폭스바겐의 아이코닉 차량인 마이크로버스 T1(불리)과 비틀, T1을 순수 전기차로 재해석한 ID.BUZZ(ID.버즈) 등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이 캠페인은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요하네스 레오나르도(Johannes Leonardo)가 대행했다.△ 기아
- 국내 브랜드 중 유일하게 올해 슈퍼볼 광고에 참여한 기아는 '감동' 코드를 내세운 1분 분량의 '퍼펙트 10(Perfect 10)' 캠페인을 집행했다. 기아의 EV9을 전면에 내세운 이 캠페인은 피겨 스케이팅 대회에 참여한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소녀와 그의 아버지는 몸이 불편해 참석하지 못한 할아버지를 위한 특별한 공연을 기획한다. 두 사람은 EV9을 타고 눈 덮힌 산길을 달려 할아버지 댁에 도착한 뒤, 꽁꽁 언 앞마당에 무대를 설치하기 시작한다. 소녀의 아버지는 EV9에 코드를 연결해 스피커와 조명을 켜고, 소녀는 단 한 명의 관객을 위한 특별한 피겨 공연을 펼친다. 손녀의 공연을 본 할아버지는 최고 점수인 '10점'을 주고, 광고는 "당신이 한 번도 보지 못한 전기차, 기아 EV9이 여기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끝난다. 이 캠페인은 기아 전기차 중 최초로 'V2L(전기차 배터리 전력을 외부로 끌어 사용할 수 있는 기술)' 기능을 탑재한 EV9의 특장점을 감동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노션의 미국 자회사인 데이비드 & 골리앗(David&Goliath, 이하 D&G)이 대행했다.△ 토요타
- 현대자동차(Hyundai)에 이어 올해 NFL의 새로운 공식 자동차 스폰서로 나선 토요타(Toyota)는 픽업 트럭인 2024년형 타코마(Tacoma)를 내세운 '데어풀 핸들(Dareful Handle, 대담한 핸들)' 캠페인을 슈퍼볼에서 공개했다. 30초 분량의 이 캠페인은 거친 오프로드를 거침없이 질주하는 타코마의 강인함과 역동성을 유머러스하고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영화감독 타셈 싱(Tarsem Singh)이 연출했으며,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사치 & 사치(Saatchi & Saatchi)가 대행했다.△ BMW
- BMW는 아카데미 수상 배우 크리스토퍼 월켄(Christopher Walken)이 등장한 60초 분량의 '토킹 라이크 월켄(Talkin Like Walken, 월켄처럼 말하기)' 캠페인을 선보였다. 이 캠페인에는 크리스토퍼 월켄의 말투를 흉내내는 다양한 사람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주차요원부터 커피숍 직원, 반려견을 산책시키던 여인, 재단사, 분장사, 웨이터까지 모두 크리스토퍼 월켄의 말투를 따라하며 그를 당황시킨다. 광고 마지막엔 올해 슈퍼볼 하프타임쇼의 주인공인 어셔(Usher)가 등장해 깜짝 웃음을 선사한다. 광고는 "크리스토퍼 월켄은 오직 한 명만 존재하듯, 궁극의 드라이빙 머신 또한 오직 하나 뿐입니다. 나머지는 그저 흉내만 낼 뿐"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끝난다.BMW의 100% 전기차 i5모델을 홍보하기 위한 이 광고는, 명배우 크리스토퍼 월켄에 i5를 대입시켜 i5만의 독보적인 존재감을 유머러스하게 강조하는 크리에이티비티를 선보였다. 굿비 실버스타인&파트너스(Goodby Silverstein & Partners, GS&P)가 대행을 맡은 이 캠페인은 현재까지 약 70개의 슈퍼볼 광고를 감독한 브라이언 버클리(Bryan Buckley) 감독이 연출을, 영화 '오펜하이머(Oppenheimer)'와 '인터스텔라(Interstellar)'의 촬영 감독 호이트 반 호이테마(Hoyte van Hoytema)가 촬영했다.마커스 케이시(Marcus Casey) BMW 북미 최고 마케팅 책임자(Chief Marketing Officer, CMO)는 "완벽한 슈퍼볼 광고를 떠올리면, 성공을 위한 비법이 있다는 것을 바로 깨닫게 될 것"이라며 "물론 쉽진 않지만 흥미로운 신제품과 최정상 할리우드 스타, 훌륭한 대본, 재능있는 팀을 조합한 뒤 거기에 어셔와 같은 세계적인 슈퍼스타까지 더한다면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재밌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한편, 올해 슈퍼볼 경기는 지난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중계방송 이후 가장 많은 시청자를 끌어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CBS방송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LA 일러전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 치프스(Kansas City Chiefs)와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San Francisco 49ers)의 슈퍼볼 경기를 관람한 평균 시청자 수는 1억2340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슈퍼볼 역사상 최대 흥행이다.슈퍼볼의 폭발적인 인기는 세계적인 팝가수인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와 NFL 선수인 트래비스 켈시(Travis Kelce, 캔자스 시티 치프스 소속)의 열애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슈퍼볼 경기를 보기 위해 일본 도쿄 공연을 마친 뒤 전용기를 타고 LA까지 날아오는가 하면, 경기장에서 켈시와 뜨거운 입맞춤을 나누는 모습이 포착돼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 모았다. 이 날 슈퍼볼은 연장전까지 이어진 뒤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극적인 역전승(25-22)으로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