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신용잔고 5238억, 1년 5개월 새 최대반도체주 신용잔고 급증… 업황 회복 기대 선반영빚투 우려 "고평가 우려 속 조정 압력 가능성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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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기업들이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 열기가 되살아나자 이 종목에 빚을 내 투자하는 ‘빚투’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다.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1일 기준 삼성전자의 신용거래융자 잔고(신용잔고)는 5237억9000만원을 기록했다.이는 2022년 10월 25일(5463억8000만원) 이후 1년 5개월 만의 최대 규모로 늘었다.신용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변제를 마치지 않은 금액이다. 이 잔고가 늘었다는 것은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증가했다는 뜻이다.SK하이닉스의 신용잔고는 3125억7000만원으로 2021년 10월 18일(3227억5000만원) 이후 2년 5개월 만의 최대 규모다.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신용잔고는 이달 들어 각각 10%, 52% 증가해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 전체 신용잔고 증가율(6%)을 크게 앞질렀다.미국 최대 메모리 칩 제조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반도체 기업들의 호실적이 예상되는 데다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의 HBM(고대역폭 메모리)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면서 투자심리를 자극했다.실제로 마이크론의 2024회계연도 2분기(2023년 12월~2024년 2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한 58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마이크론이 예상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기록한 데에는 인공지능(AI) 칩 수요가 크게 증가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마이크론 실적을 주목하는 이유는 반도체 업황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메모리 3사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하며 반도체 업계의 실적 바로미터로 통한다. 반도체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이에 따라 흑자 기지개를 켠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폭도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1분기 메모리 사업의 흑자전환이 예상되고 있다.지난해 4분기 흑자로 돌아선 D램 사업 호조가 이어지고 있고 낸드까지 회복하면서 메모리반도체 사업의 실적 정상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이 같은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정적인 수요 회복과 함께 엔비디아에 HBM 공급 기대감도 커지고 있어서다.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인 'GTC 2024' 둘째 날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서 삼성전자의 HBM을 테스트하는 중이라고 언급했다. 엔비디아가 삼성의 HBM 공급 관련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황 CEO는 "삼성의 HBM을 아직 사용하고 있지 않다"며 "현재 테스트하는(qualifying) 상황이고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황 CEO가 삼성 HBM에 대해 높은 기대감을 드러내면서 앞으로 삼성과 엔비디아의 협력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여기에 지난달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HBM3E 12단 제품을 올 상반기 중 양산하게 되면 HBM 시장 판도가 빠르게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이런 상황에서 코스닥 시장도 급등하는 반도체주에 올라타려는 빚투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HPSP의 신용잔고는 지난 19일 983억5000만원로 늘어나 역대 최고를 기록했으며, 리노공업의 신용잔고도 지난 14일 575억6000만원로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이오테크닉스의 신용잔고는 지난 18일 792억3000만원까지 증가해 올해 들어 최고를 기록했다.일각에서는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 과열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증시의 사상 최고가 행진을 주도해온 엔비디아 등 AI 반도체주들이 조정을 받을 경우 국내 반도체주에도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작년부터 선반영됐기에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높아진 밸류에이션을 고심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