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 하에 IBNR 인식 기준 변경…900억원 환입 효과여성특화상품 실적 견인…장기신계약매출, 전년比 47% 상승'여성보험 명가' 도약 목표 특화전략 지속 추진…"질적 향상까지 제고"
  • ▲ 한화손해보험. 사진=권창회 기자
    ▲ 한화손해보험. 사진=권창회 기자
    한화손해보험이 나채범 대표의 '여성 특화 전략'에 힘입어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지난 1분기에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여성 특화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10일 잠정실적 분석 결과 한화손해보험은 1분기에 124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분기 369억원에 비해 237% 급증한 수치이며 전년동기 995억원에 비해서는 25.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실적은 발생사고부채 조정 관련 900억원가량의 환입효과와 손실요소 관련 약 19억원의 환입이 나타나는 IBNR(미보고발생손해액) 제도 변경에 따른 영향이 크게 나타났다.

    연초 진단비 증가 등에 따른 장기 위험손해율 악화, 요율 인하에 따른 자동차보험 적자전환, 교체매매 약 110억원 등 이익 감소 요인이 일부 발생했지만, IBNR 관련 환입 요인으로 이를 방어하면서 양호한 실적을 냈다. 

    IBNR은 보험사고가 발생해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생겼지만, 아직 계약자가 청구하지 않은 추정보험금이다. 보험사는 이를 통계적으로 계산해 책임준비금(부채)으로 적립한다.

    기존 회계체계 IFRS4에서는 IBNR 산출에 생명보험사는 '지급사유일(보험금 지급일)'을, 손해보험사는 '원인사고일(보험사고일)'을 주로 사용했다. 진단금 등 정액지급이 원칙인 생보사와 실제 손해액을 주로 보상하는 손보사 각각 상품 포트폴리오에 맞게 설정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말 금융당국이 IBNR 인식 기준을 지급사유일에서 원인사고일로 통일하면서 생보사와 손보사의 희비가 엇갈렸다. 원인사고일로 기준이 변경되면 부채를 인식해야 하는 시점이 빨라지는 만큼 지급사유일보다 반영해야 할 책임준비금 적립액이 커지기 때문이다.

    다만 이전에도 원인사고일 청구시점이었던 손보사는 관련 부채를 환입하게 돼 수익 효과를 누리게 된 것이다.

    설용진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제도변경으로 환입이 발생해 일회성 이익이 생긴 것"이라며 "장기발생사고부채라고 장기보험 부채 항목에 잡혔다가 책임준비금 환입으로 조정돼 장기보험손익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화손해보험의 1분기 보험손익은 전년동기대비 63% 개선된 1494억원으로 집계됐다. IBNR 제도 변경에 따라 장기보험손익이 71.2% 늘어난 1373억원으로 개선되고, 일반손해보험도 흑자로 전환되면서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 ▲ 나채범 한화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 ⓒ한화손해보험
    ▲ 나채범 한화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 ⓒ한화손해보험
    ◇'여성보험 명가' 도약…장기보장성 신계약도 고공행진

    장기보험손익에 크게 이바지한 또 다른 요인은 장기보장성 신계약이다. 1분기 장기보장성 월납신계약 실적은 181억원으로, 전년대비 48.4% 증가했다. 이에 따른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은 1986억원으로, 전년대비 48.9% 늘어나면서 큰 성장세를 보였다.

    여기에 영향을 미친 1등 공신은 여성특화상품이다. 지난해 한화손해보험은 한화생명 부사장 출신 나채범 대표를 영입한 후 '여성보험 명가' 도약을 목표로 여성특화 전략을 추진해왔다.

    특히 미래 먹거리로 주목되는 펨테크에 집중하며 '여성을 가장 잘 아는 보험사'로 각인시킬 수 있도록 관련 상품을 개발하는 데 공을 들였다. 펨테크는 여성을 의미하는 'Female'과 기술을 의미하는 'Technology'의 합성어로, 여성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기술 및 상품, 서비스 등을 통칭한다.

    한화손해보험이 여성특화 보험사로 기반을 닦은 것은 지난해 6월 펨테크연구소를 설립하면서다. 이 연구소는 경쟁사보다 빨리 맞춤형 상품을 출시해 여성보험시장을 선점하려는 나 대표의 의지를 담아 같은 해 7월 '한화시그니처 여성건강보험'을 선보였다.

    한화손해보험 관계자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생애주기에 따른 건강관리 수요가 커질 것에 대비해 펨테크에 주목하게 됐다"며 "팸테크연구소는 여성 중심 사업의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화의료원, 차병원 등과 협약을 맺고 펨테크시장 관련 연구와 스타트업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올해도 차병원과 협업해 한층 강화한 '한화시그니처 여성건강보험 2.0'을 출시했다. 이 상품의 경우 유방암 진단비 특약과 출산장려 가입력 보존서비스를 탑재했다. 이를 통해 한화손해보험은 올해 처음 배타적사용권도 획득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여성운전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상해진단비와 동승한 반려동물의 안전을 보장하는 '한화시그니처 여성운전자상해보험'을 내놓아 차별성을 부각했다.

    이와 함께 2.0 상품 출시 3개월째인 지난달부터 가입고객을 대상으로 임신·출산 관련 정보, 치료 지원,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레이디헬스케어 서비스 전용 콜센터를 개소했다. 여성 건강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임신·출산을 희망하는 고객에게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주기 위해서다.

    한화손보는 출시 8개월 만에 신계약 매출 기준 100억원을 돌파한 '여성건강보험' 시리즈의 순풍에 힘입어 올 1분기 신계약 CSM의 급성장을 이뤘다. 실제 장기보험 중 여성 관련 특약 비중이 높은 질병보험상품 매출로만 전년동기대비 97.2% 증가한 142억원을 올렸다.

    여성전문보험사로서 한화손보의 행보는 올해도 업그레이드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정확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여성건강보험 3.0'에 대한 구상도 이미 나왔다"며 "2030여성을 위한 특화상품 및 서비스를 꾸준히 마련해 보험뿐만 아니라 여성 삶의 질적 향상까지도 높일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