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상위 50개사중 12곳 공급계약 정정공시 '총 26건' 계약액 9.8조→11.5조…전년동기엔 2411억원 증액 그쳐시멘트값 42% 뛰어 수익률 급감…"공사비 올려도 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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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잿값 인상 여파로 수익성 난조에 직면한 건설사들이 공사비 증액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자잿값과 인건비 상승 여파로 '적자공사' 우려가 커지자 계약액을 상향조정해 마진을 개선하려는 전략이다.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월 한달간 시공능력평가 상위 50개 건설사중 12곳이 총 26건의 단일판매·공급계약체결을 정정공시했다.변경된 계약액은 총 11조5495억원으로 기존 9조8479억원대비 1조7016억원(17.2%) 늘었다. 한달만에 2조원 가까운 증액계약이 이뤄진 셈이다.전년동기 변경계약 정정공시가 11건, 증액액수가 2411억원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계약액 변경건수가 가장 많은 건설사는 HDC현대산업개발과 코오롱글로벌로 각각 4건이 증액됐다.HDC현대산업개발은 '이문3재정비 촉진구역 재개발사업' 계약액을 5116억원에서 6286억원, '숭어리샘 재건축사업'을 2683억원에서 2732억원으로 늘렸다.이밖에 '춘천 레이크시티 아이파크 신축공사'를 2425억원에서 2473억원, '한양연립 일대 가로주택정비사업'을 835억원에서 862억원으로 각각 증액했다.이들 4개사업 총계약액은 1조1061억원에서 1조2354억원으로 11.6% 증가했다.코오롱글로벌은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을 비롯한 4개사업 계약액을 5623억원에서 6898억원으로 22.6% 늘렸다.단일 계약별로 증가폭이 가장 큰 것은 삼성E&A의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4공장 변전소·복합동 마감공사'로 계약액이 1조2650억원에서 1조9250억원으로 52.1% 뛰었다.그다음으로 증가폭이 큰 곳은 동부건설의 '광명~서울 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이었다. 본사업 계약액은 기존 720억원에서 1065억원으로 47.9%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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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이 너도나도 공사비 증액에 나선 것은 자잿값 상승 여파로 사업수익률이 곤두박질친 까닭이다.최근 국토교통부가 '건설자재 수급 안정화를 위한 업계간담회'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시멘트가격은 주요 원자재인 유연탄값과 전기요금 인상, 공장내 친환경설비 설치비용 등 영향으로 최근 3년간 42.1% 뛰었다.같은기간 시멘트와 연계되는 레미콘가격은 32%, 자갈·모래 등 골재는 36.5% 올랐다.이같은 원자잿값 상승 여파로 지난해 건설공사비지수는 153.3으로 2020년(118.9)대비 28.9% 상승했다.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다소 안정세를 찾은 유연탄가격과 달리 전기료 경우 하반기 추가인상 가능성이 높아 결과적으로 시멘트 등 원자잿값은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신규수주를 늘리고 싶어도 자잿값 등 리스크가 커 소극적인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이어 "현시점에서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은 기수주 공사비를 늘리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현재 물가인상 상황을 고려하면 공사비를 올려도 겨우 본전만 찾는 수준"이라고 부연했다.가파르게 늘어난 미청구공사, 미수금도 건설사들이 공사비 증액에 나서는 이유로 꼽힌다.1분기 시공능력평가 상위 30대건설사 미청구공사액은 22조4075억원으로 전년동기 19조9474억원대비 2조4601억원(12.3%) 늘었다.급격한 자잿값 상승이 분양가 인상과 미분양 적체로 이어지며 미청구공사액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뛴 것이다.이런 가운데 공사비 증액 요구에 반발하는 발주처와 정비조합이 적잖아 건설사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최근 쌍용건설은 KT에 판교 신사옥 건설공사의 공사대금 상승분 171억원을 요구했지만 KT가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하며 법정다툼에 돌입했다.앞선 지난 3월 GS건설은 최근 미아3구역 재개발조합을 상대로 공사비 인상액 256억원을 포함, 323억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중견건설 B사 관계자는 "공사비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그렇다고 소송까지 가는 것은 건설사에게도 부담"이라며 "업계 '톱' 수준이 아닌 이상 자칫 발주처 등 관련업계에 찍히거나 불이익을 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물가인상분을 반영한 공사비 증액이 가능하도록 관계부처나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야 한다"며 "전문가 파견제도나 공사비 표준계약서 같은 유명무실해진 정책이 아닌 보다 강제성·현실성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