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먼저 찾고 보자" 방화3·미아9-2, 공동도급 허용 '단독입찰' 고수한 개포한신·용산산호, 시공사선정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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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공동도급(컨소시엄) 불가를 고수해온 재건축·재개발조합에서 변화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잇단 시공사선정 무응찰로 도시정비시장이 가라앉은 가운데 빠른 사업추진을 위해 공동도급을 허용하는 조합이 하나둘 늘고 있는 것이다.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공사선정에 돌입한 서울 강서구 방화3구역 재건축조합은 공동도급을 허용하기로 했다.지난 11일 서울시 정비사업 정보몽땅에 게재된 입찰공고문을 보면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토목건축공사업 등 면허를 만족하는 업체간 공동도급을 허용'이라는 문구가 명시됐다.최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시공사선정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지가 늘자 선제적으로 공동도급 허용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해당사업은 강서구 방화동 9만2139㎡ 부지에 지하 4층~지상 16층·28개동·1476가구 공동주택을 조성하는 것으로 총 공사비는 6920억원이다. 3.3㎡(평)당 단가로 계산하면 769만원이다.앞선 지난 4월엔 서울 강북구 미아9-2구역 재건축조합이 공동도급을 허용한다고 밝혀 업계 이목이 쏠렸다.현재 이곳은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컨소시엄을 이뤄 단독입찰해 한차례 유찰된 상태로 총공사비는 6005억원이다.시공사선정이 여의치 않은 수도권·지방사업장에선 공동도급을 허용하는 사례가 간간히 있었다.지난 3월 현대건설·SK에코플랜트 컨소를 시공사로 선정한 인천 부평구 부개5구역 재개발 등이 그 예다.하지만 서울 경우 시공사 공동도급 불가가 관행처럼 굳어진 만큼 미아9-2, 방화3구역은 이례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업계에선 사업성이 양호하다고 평가되는 사업지마저 줄줄이 시공사선정이 무산되자 위기를 느낀 조합들이 태세전환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조합입장에선 여러 건설사가 입찰해 경쟁을 벌여야 유리한데 특히 사업성이 좋은 서울에선 더욱 그렇다"며 "그럼에도 공동도급을 허용하는 조합이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상황이 좋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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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 4월 시공사선정에 나선 강남구 도곡개포한신아파트 재건축조합은 3.3㎡당 공사비 920만을 제시했지만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가 한곳도 없었다.용산구 한강변 사업지로 주목받았던 산호아파트 재건축도 시공사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4월 1차입찰에 이어 지난 10일 실시한 2차입찰도 무응찰로 마무리됐다.이들 사업지 모두 공동도급 불가를 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조합이 공동도급을 거부해온 이유는 건설사간 수주전이 치열해져야 사업성을 높이기가 수월해서다.수주전에 불이 붙으면 건설사들은 조합원 표심을 얻기 위해 타사보다 좋은 사업조건을 제시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조합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반대로 건설사들이 컨소를 이뤄 입찰에 참여하면 단독입찰, 수의계약으로 이어져 사업조건을 개선하기가 쉽지 않다.이밖에 불투명한 하자책임과 시공사별 품질차 등도 공동도급을 꺼리는 이유로 꼽힌다.하지만 공사비 인상 등으로 시공사 찾기가 더욱 어려워진 만큼 하반기엔 공동도급을 허용하는 조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동작구 한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도시정비는 속도전인데 시공사선정 단계부터 꼬여버리면 답이 없다"며 "시공사선정이 계속 무산되면 콧대 높은 강남권 조합들도 대안을 모색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그러면서 "다만 일단 시공사선정부터 마무리하자는 측과 공동도급 불가를 고수하는 측의 갈등이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부연했다.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요즘처럼 업황이 좋지 않은 시기엔 공동도급이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인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고금리나 자잿값 인상, 미분양 등 위험요인이 여전해 공동도급을 허용한다고 시장이 단기간에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