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전환 시범사업 9월부터 시행 … 3년 후 제도화 계획"상급종합병원, 본연의 기능인 중증 진료·연구에 집중해야"전공의 진료 비중 줄여나갈 것 …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 ▲ 노연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노연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빅5(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 병원 등 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이 본연의 기능인 중증 진료·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된다. 정부는 9월 시범사업을 통해 상급종합병원의 일반병상을 최대 15% 줄이고, 중증 수술 수가를 대폭 인상할 방침이다.

    11일 정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열고 9월부터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을 시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중증·응급·희귀질환자가 긴 대기 없이 최우선적으로 충분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한 대대적 개편에 나선다.

    노연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상급종합병원이 본연의 기능인 중증 진료·연구에 집중하고, 지역의 병·의원과 상생 협력하며, 수련을 수련 답게 이끄는 거점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인력구조·보상체계·전달체계 전반을 혁신하는 시도가 상급종합병원발 의료체계 정상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의료 공백에 따른 현행 비상진료체계를 강화해 환자 진료 차질을 최소화하는 한편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혁신적 의료 공급·이용체계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의료기관은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의원으로 구분되는데, 상급종합병원부터 의원까지 비슷한 환자군을 두고 경쟁해 왔다. 특히 경증 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 등에서 진료받는 것을 두고 의료자원이 합리적으로 쓰이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이 처치 난도가 높고 생명이 위중한 환자를 전문적으로 진료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시범사업을 통해 상급종합병원의 중환자실 수가, 중증 수술 수가 등 보상을 강화하고, 상급종합병원이 본래 기능에 적합한 진료에 집중할수록 더 많은 보상을 받는 성과 기반 보상체계도 도입한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상급종합병원은 시범사업 기간 내 일반병상의 5~15%를 감축해야 한다. 감축 시 지역 병상 수급현황과 현행 병상 수, 중증자 진료 실적 등이 감안된다.

    시범사업 참가를 원하는 상급종합병원은 권역 내 진료협력병원을 지정해 신청해야 하고 '5대 혁신 이행 계획서'를 수립·제출해야 한다. 5대 혁신 이행 계획서는 병원 여건에 맞게 수립하되, 중증환자 등 상급종합병원 적합질환자 비중 상향 목표‧이행계획‧일반병상 감축 계획 등이 필수적으로 포함돼야 한다.

    정부는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상급종합병원에는 구조 전환을 하면서 운영이 지속가능하도록 충분한 수준으로 보상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같은 구조 전환 방안을 향후 3년간 시범사업 후 제도화할 계획이다. 시범사업에는 모든 상급종합병원이 참여 가능하다.

    상급종합병원의 병상당 전문의 기준 신설도 검토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전공의들의 과도한 근로에 의존하던 기존의 상급종합병원 운영 시스템에서 벗어나 전문의 등 숙련된 인력 중심으로 진료체계를 바꿀 계획이다. 중증 환자 치료 역량 제고를 위해 의사, 간호사 교육·훈련을 강화하고 전문의 중심으로 병원을 운영해 전공의 진료 비중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간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인력 감축이나 무급 휴가 등으로 고용이 단절되지 않도록 병원별로 인력 운영 계획을 수립·이행하게 한다.

    전공의 수련과 관련해서는 주당 근무시간은 80시간에서 60시간으로, 최대 연속근무 시간은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단계적으로 줄인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을 거쳐 제6기 상급종합병원이 지정되는 2027년부터는 본사업을 통해 단계적으로 제도를 개선한다.

    '상급종합병원'이라는 명칭이 서열을 암시하고, 의료전달체계상 최종 치료를 맡는 역할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문제 등을 고려 명칭 개편도 검토한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시 병원이 제 기능에 적합한 중증 진료를 더 많이 볼수록 유리하도록 전체 환자에서 고난도 전문진료질병군이 차지하는 비율의 하한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노 위원장은 지난 8일 정부가 내놓은 전공의 행정처분 철회 등 대책을 언급하며 "중증·응급 등 진료공백 해소와 교육·수련 정상화를 위해 정부가 어려운 결단을 내린 만큼 전공의 복귀 등 의료 현장이 빠르게 정상화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국민과 의료현장이 바라는 진정한 의료개혁에 집중해야 할 시간"이라며 "오랫동안 논의만 무성한 채 구체화되지 못했던 의료개혁 과제들이 특위와 전무위 논의 등을 거쳐 하나하나 구체화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논의할 과제 모두가 난제이지만, 여기 모이신 의료계, 환자·소비자, 전문가, 정부가 힘과 지혜를 모은다면 혁신적 대안이 마련되고 구체적 실행방안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