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이사장측 "법은 한번도 정의롭지 못했다"소송 연전연패에 발끈… 보다 못한 재계 "어린아이 생떼 수준"나눔재단 사유화 논란도… 한국타이어측 "신설 재단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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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 청구가 최종 기각되며 조현범 회장의 경영권이 더욱 굳건해지게 됐다. 반면 조 명예회장 및 조 회장과 각을 세워온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재단의 사유화 등으로 자격 논란에 휩싸이며 수세에 몰리고 있다.

    ◆조 이사장 소송 연전연패…“어린아이 생떼” 지적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대법원 특별 1부는 조 명예회장의 장녀 조희경 이사장이 조 명예회장에 대해 청구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 재항고를 심리불속행 기각했다. 심리불속행은 상고 사유가 없다고 판단해 본안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절차다.

    지난 2022년 4월 1심은 조 이사장의 청구를 기각했고, 항고심 재판부 결과도 1심과 같았다. 최근 대법원도 ‘조 명예회장 건강엔 문제가 없다’고 최종 판단하며 해당 청구는 세 번 기각됐다. 특히 법원은 심리불속행 결정으로 이번 청구엔 근거가 전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조현범 회장의 그룹 내 지배력은 한층 굳건해지게 됐다. 조 이사장은 2020년 6월 조 명예회장이 보유하던 한국테크놀로지그룹(한국앤컴퍼니) 주식 전량(23.59%)을 막내인 조 회장에게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하자 ‘아버지의 결정이 온전한 정신상태에서 결정된 게 아니다’며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했고 대법이 최종 기각하며 이에 따른 갈등도 4년여 만에 종결됐다.

    그러나 조 이사장은 성명을 내고 “법은 한 번도 정의롭지 못했고, 진실을 확인하려 하지 않았다. 자식으로써 아버지 치료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으며, 적극적으로 치료받길 바란다”며 사법부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혀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조 이사장은 도리에 맞지 않는 아버지 상대 소송에 연전연패 중”이라며 “부친 건강을 볼모로 생떼 부리는 아이 같은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나눔재단 사유화로 사익 추구…재단 기능 무력화

    아울러 조희경 이사장이 한국타이어나눔재단을 사유화 및 점조직화해 설립 취지를 흐리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자격 논란이 일고 있다. 조 명예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만들어진 재단을 조 이사장이 사익에 동원하며 재단 본연의 기능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한국타이어나눔재단은 1990년 조양래 명예회장의 사회공헌 의지에 따라 설립됐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기반금 30억원을 포함 총 430여억을 출연했다. 나눔재단은 이 출연금 등을 활용해 차랑·타이어 나눔사업으로 160억원가까이 환원했다.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는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에 사회복지재단 한국타이어나눔재단(이사장 조희경)을 상대로 ‘한국타이어 명칭 사용금지 등 청구의 소’를 제기한 상태다. ▲조희경 이사장의 재단 사익(私益)화 ▲사회복지재단 기능 상실 ▲조 이사장의 패륜적 소송 반복 등을 소송 제기 이유로 꼽힌다.

    실제 2018년 조 이사장 취임 후 나눔재단 이사진은 최측근 및 관계자로 모두 교체돼 논란이 일었다. 여기에 저소득층,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지원 규모가 줄어드는 등 재단 설립 목적 제고(提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조 명예회장은 조 이사장에게 자리에서 사퇴할 것을 간곡히 요청하기도 했다.

    조 이사장은 이를 거부하고 이사들을 회유해 현재까지 이사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재단 소개자료에 따르면 현재 나눔재단은 이사 4명(홍헌호·김영소·김주원·권혜진), 감사 2명(홍원희·이희숙)으로 구성됐다.

    조 이사장의 기부 규모 자체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조 이사장은 나눔재단뿐 아니라 함께걷는아이들 재단 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조 명예회장은 함께걷는아이들 재단에 2018년부터 3년간 90억원에 가까운 사재를 출연한 반면 조 이사장의 기부액은 약 4000만원에 그친다.

    ◆‘조부까지 끌어들여 확전’ 비판…사측 “신설 재단 검토”

    조 이사장이 재산 상속을 위한 소송에만 열을 올리며 정작 사회적 약자를 위한 재단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연이은 패소에 불복해 재항고하는 사이 증여를 요구하는 등 합의를 시도하기도 했다.

    실제 조 이사장은 지난해 한정후견 개시 심판 청구를 취소해주겠다며 조 명예회장 측에 “한국타이어 지분 일부를 나눔재단에 증여해달라”고 제안했지만 조 명예회장 측은 이를 거부했다.

    조 이사장은 최근 재단 설립자가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자라며 아버지 조양래 명예회장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 조 이사장 측은 지난달 25일 특허법인 태평양을 통해 조홍제 창업자의 호(만우)를 활용한 ‘만우미래재단’과 ‘만우조홍제재단’ 상표권을 출원했다.

    재계 관계자는 “가족인 한국앤컴퍼니그룹, 효성그룹 모두의 동의를 받지 않고 ‘만우’를 활용한 상표권을 출원한 것”이라며 “조 창업자는 재단 설립일 1990년 훨씬 이전인 1984년 사망해 재단과 무관한데, 이를 끌어들여 이름을 바꾸는 것은 재단명에서 한국타이어를 뺄 경우에 대비해 쥐어 짜낸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했다.

    조양래 명예회장이나 조현범 회장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다만 회사 측은 조 명예회장이 30여년 전 재단을 설립한 순수한 취지에 부합하는 새로운 복지재단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앤컴퍼니그룹 관계자는 “잠시 재단 운영을 맡겼을 뿐인데 조양래 명예회장 취지와 정반대로 가는 조희경 이사장 행보가 안타깝다”며 “향후 나눔재단을 지원할 계획은 없으며 조 명예회장 의지를 반영한 그룹 차원의 신설 재단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