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 최근 전 세계 증시 하락 주도…AI 낙관론 의구심 커져'매그니피센트 7' 이익률 반토막…실적 성장세 둔화 뚜렷 평가변동성 장세 지속 전망…"AI 거품 과도한 우려" 반론도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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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 미국을 중심으로 쏟아진 악재들이 전 세계 주식시장을 강타한 가운데 추풍낙엽처럼 고꾸라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향방에 이목이 쏠린다.

    최근 월가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낙관론'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지만, 현시점에서 AI 거품론은 과도한 우려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0.30%(8200원) 급락한 7만1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까지 3거래일 연속 하락한 삼성전자는 해당 기간 주가가 15% 이상 내렸다.

    SK하이닉스도 전날 9.87%(1만7100원) 내린 15만61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최근 3거래일간 주가가 20% 이상 급락, 올해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급락한 건 올해 상반기 미 증시 랠리를 주도한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기술주‧반도체주들의 주가가 급락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뿐만 아니라 올해 전 세계 시장을 주도해온 빅테크주가 숨고르기에 들어가자 월가에선 'AI 거품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 애플을 제외한 매그니피센트7(M7) 종목들은 모두 연중 고점 대비 10% 넘게 꺾인 상황이다. M7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알파벳 ▲아마존닷컴 ▲메타 ▲테슬라 등 7개 주요 빅테크로 구성됐다. 

    끝없이 주가가 상승하던 이들의 발목을 잡은 건 수익성 논란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M7 가운데 아직 실적을 내놓지 않은 엔비디아를 제외한 6개 기업의 2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이익 성장률은 29.9%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4분기(56.8%)와 올해 1분기(50.7%)에 비해 매우 둔화한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이익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투자자들은 더 이상 AI의 가능성에 대해 감명받지 않는다"라며 "그들은 결과물을 원한다"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불과 1년 전 AI 낙관론을 펼친 골드만삭스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생성형 AI와 오늘날의 기술 구조 등을 고려할 때 향후 10년간 혁신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하면서 빅테크의 성장 둔화가 뚜렷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른바 'AI 거품론'이 과도하다는 분석도 다수 내놓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 의지가 확고한 데다, 아직 투자 성과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주장이다.

    임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변동성이 커지는 국면엔 기술적 해자가 견고하고 단기간 대체불가능한 기업에 집중해야 한다"라며 "높아진 실적 기대치가 조정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임 연구원은 이어 "투자심리가 단기적인 부침을 겪겠지만 펀더멘털을 둘러싼 산업 방향성이 크게 바뀌진 않았다"라고 말했다.

    신석환 대신증권 연구원 또한 "일반 IT 수요 증가에 대한 불확실성과 엔비디아 블랙웰 설계 이슈 소식 등으로 인한 테크 섹터의 조정은 있을 수 있으나, 여전히 빅테크 업체들의 AI 설비투자는 확대 여전히 확대 추세"라고 분석했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급락세 또한 과매도로 인한 반사이익이 기대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향후 미 연준이 금리 인하의 시장 요구에 부응할지는 불확실하지만 현시점에서는 경기침체 가능성이 작다는 판단"이라며 "경기침체는 없다는 가정하에 삼성전자 주가는 과매도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특히 과거 24년간 삼성전자 주가가 10% 이상 급락한 7차례의 경우 이후 3개월 주가는 평균 22% 상승했다"라며 "엔비디아 신제품 출시 지연에 따른 반사이익 전망과 과매도 상황 등을 고려하면 삼성전자 주가는 단기 반등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덧붙였다.

    키움증권은 이날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에 대한 목표가를 20만 원으로 유지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SK하이닉스 주가는 12개월 후행 주가순자산비율(PBR) 2.8배에서 1.8배로, 주가매출비율(PSR) 4.8배에서 3.0배로 급락해 단기 매수 접근이 충분히 매력적인 구간에 진입했다"라며 "단기 매수 기회로 판단한다"라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주가가 급락한 현시점에서는 AI에 대한 투자 심리 악화가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디램 업체들의 내년 설비투자 계획을 하향 조정 시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라며 "HBM 고성장에 대한 믿음과 범용 D램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의심으로 바뀌면 부담스러웠던 D램의 설비투자 계획이 하향 조정돼 D램 수급 상황도 예상보다 더욱 견조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