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전부터 응급실 의사들이 요구했던 사안경증에 치여 대기 길었던 중증환자들도 환영급한 환자 밀리지 않도록 '치료체계 전환' 기대감 응급실 이용 장벽 형성 등 우려의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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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윤 기자
    감기, 단순 복통, 두드러기, 타박상 등 동네의원에서도 대응이 가능한 경증, 비응급 질환인데 큰 규모의 응급실을 방문하면 진료비가 올라간다. 24시간 진료를 보는 소위 '편의점화·과밀화' 부작용으로 급한 환자들을 먼저 보기 어려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함이다. 의료대란 속 첫 의견 일치 대목으로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측된다. 

    8일 대한응급의학회는 "정부의 응급실 본인부담 상향 조치에 대해 긍정적 입장"이라며 "이를 위한 구체적 방향성을 함께 모색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앞서 정부는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을 통해 증상이 가벼운 경증환자가 권역응급센터를 내원하거나 비응급환자가 권역·지역응급센터에 내원할 경우 의료비 본인 부담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발표한 다양한 의료개혁 방안 중 의료계가 직접 환영의 입장을 낸 안건으로 의미가 있다. 본인부담이 늘어난다는 측면에서 반대 의견을 예상하면서도 제도 추진이 필요한 것은 중증환자부터 살리자는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이경원 응급의학회 공보이사는 "경증 본인부담 상향으로 당장 불만이 발생할 순 있겠으나 응급의료 선진국이 그러하듯이 중증이 제때 치료를 받는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었다"며 "의정 사태 이전에도 과밀화 해소를 위해 응급의학 전문의들이 요청했던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래도 본인이 내는 비용이 올라가는 것 때문에 거부감을 느끼는 국민이 있겠지만 본질적으로 중요한 생명과 직결된 부분을 먼저 고려하자는 취지"라며 "경증환자가 자리를 차지해 정작 촌각을 다투는 환자가 뒤로 밀리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실제 응급실 방문이 잦은 중증환자들은 이 같은 조치에 찬성하고 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응급실에 대한 지원책, 그 중에서도 경증환자 응급실 이용 시 본인부담금을 인상하기로 한 방침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주요 응급센터에는 경증, 비응급 질환자들로 붐벼 빠른 대처가 필요한 환자들이 계속 대기하는 상황을 겪어왔기 때문에 원활한 이용을 위한 대책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경증, 비응급을 배제하면 일단 과밀화 해소가 되고 이는 '뺑뺑이'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축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합회는 "응급실 조치에 긍정하나 전공의 자체가 없는 근본적 인력난을 극복하기엔 역부족"이라겨 "여전히 환자는 불안감에 휩싸인 상태이므로 우선적으로 가을턴 재모집을 통해 전공의 복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증환자 본인부담 상향 조치에 대해 의료계와 환자단체 모두 대체로 긍정의 입장을 보였지만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은 "응급의료 전달체계 정립으로 경증, 비응급 환자가 권역센터로 가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한다"며 "왜 이러한 고질병이 생기게 됐는지를 파악하지 않고 수가와 본인부담 비율로 조정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는 "응급실에 장벽이 만들어지는 것도 고민해야 할 대목"이라며 "경제적 수준의 차이로 응급실 이용이 나눠지는 부작용 문제도 있으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