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임신·출산' 보험보장 대상 포함키로… 상품개발 급물살펨테크 시장, 하반기 여성특화보험 2차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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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반기 임신과 출산을 본격적으로 보장하는 새 보험 상품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돼 보험업계가 '펨테크'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당국이 임신·출산을 보험의 보장대상으로 전격 편입하기로 결정하면서 특약 경쟁에서 상품 경쟁으로 판이 커지게 됐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일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들은 하반기 임신·출산을 보장하는 신상품 라인업을 선보이기 위해 상품기획 일정을 조율 중이다. 특히 여성 특화보험 라인업을 보유한 손보사들이 팸테크 전쟁에 발 빠르게 참전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임신·출산도 보험 보장 대상" 결정… '20만 임산부' 보험사 새 고객 되나

    '펨테크'는 '여성(Femal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AI(인공지능) 등 신기술을 활용한 여성용 의료·건강관리 솔루션을 일컫는다. 펨테크 시장 규모는 오는 2030년 973억 달러(약 13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수명이 길고 건강관리에도 적극적이어서 특화 보험시장 잠재력이 높다.

    지난 8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신뢰회복과 혁신을 위한 제 2차 보험개혁회의'에서 임신·출산을 보험 보장대상에 포함시킨다고 발표한 것이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기존에는 임신·출산이 보험 보장 대상에 포함되는지 해석이 모호해 본격적인 상품 개발에 한계가 있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보험에서 보장하지 않았던 임신·출산을 보험 보장 영역으로 확대하겠다"며 "생활밀착형 보험상품 위주로 제도를 개선해 국민들이 보험개혁의 성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경제적 부담 해소 등 혜택을 보게 될 임산부의 규모를 2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화손보 '여성 가장 잘 아는 보험사' 표방… 2분기 연속 최대 실적 경신

    이날 회의에 참석한 4개 보험사 중 한화손해보험은 '여성을 가장 잘 아는 손해보험사'를 표방하며 발 빠르게 여성 특화보험사 행보를 보이고 있다.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상반기 실적도 반기 기준 최대치를 경신한 데는 이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한화손보의 지난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547억원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25.8%나 증가했다. 지난 1분기 세운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을 한 분기 만에 고쳐 썼다. 

    한화손보의 대표 여성 특화상품 '시그니처 여성 건강보험'이 실적을 견인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이 상품의 신계약 건수는 14만건. 누적 원수 보험료는 929억원을 돌파해 실적에 톡톡히 기여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한화손보의 실적은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상품은 나 대표가 취임 직후 금융권 최초로 설립한 '라이프플러스 펨테크 연구소'의 여성 전용보험 연구에 기반해 기획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소장으로 여성 임원 한정선 부사장을 영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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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화손해보험
    '시그니처 여성 건강보험 2.0'은 기존 버전보다 확대된 임신·출산 관련 특약을 제공한다. 기존 상품에서 '출산지원패키지'를 통해 △출산 후 1년간 보장보험료 납입면제 △출산·육아 등으로 휴직시 1년간 보험료 납입유예 혜택은 유지하고 이에 더해 출산으로 인한 실업이 발생해도 납입유예가 가능하다.

    또 항암치료 등 가임력 손상이 예상되는 치료 전 난자동결을 시술하는 경우 치료비 담보 보험금50%를 200만원 한도 내에서 선지급한다.

    ◇하반기 손보·생보사 임신·출산 고빈도 질환 보장상품 릴레이 출시 예고

    여성의 초혼 연령, 평균 출산연령이 높아져 난임·불임·노산에 따른 기형아 출산 위험이 커짐에 따라 보험사들의 관련 특약도 꼼꼼하게 추가됐다. 산후우울증 등 출산 이후 정신질환의 위험성에도 노출돼 있어 주 보장에서 다룰 수 있는 영역이 넓다.

    신한라이프의 '신한건강보장보험 ONE더우먼'은 △조기 폐경 진단 △난소기능 검사 할인 △난자동결 시술 우대 등을 지원한다.

    지난 5일 출시한 현대해상의 '굿앤굿여성건강보험'은 출산기, 폐경기, 노화기 등 여성 생애주기에 맞춘 질환을 집중 보장한다.

    롯데손해보험은 지난 3월 산후우울증 등으로 건강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육아맘을 위한 'MY FAM 알파맘보험'을 출시해 산후우울증 문제를 보험 보장의 영역으로 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아직 국내 연구와 통계 자료가 많지 않아 임신·출산 전영역을 아우르는 상품 개발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하반기 중 임신과 출산 관련 고빈도 질환을 보장하는 상품이 다량으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석영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향상됨에 따라 보험 소비자로서의 여성의 역할 및 보장 수요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며 "여성 특화 보험에서 주담보 중심의 여성 특화 보험상품이 개발된다면 보장 담보와 가격 측면에서 상품의 효율성을 높여 여성 특화 보험시장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