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노출·헤지형 상품 수익률·자금유입 규모 엇갈려원·달러 환율, 1391.5원 터치…7월 이후 최고치“미 대선 트럼프 우세…달러화 강세 지속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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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달러 환율이 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과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강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환 노출형’ 상장지수펀드(ETF)가 효자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29일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를 추종하는 키움투자자산운용의 ‘KOSEF 미국S&P500’은 최근 한 달 동안 5.92% 상승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S&P500’과 한화자산운용의 ‘PLUS 미국S&P500’도 각각 5.79%, 5.75% 올랐다.

    반면 동일한 기초 지수를 추종하지만, 환 헤지형 상품인 ‘KOSEF 미국S&P500(H)’은 1.20% 오르는 데 그쳤고 ‘TIGER 미국S&P500선물(H)’은 1.04%, ‘PLUS 미국S&P500(H)’은 1.39%씩 각각 상승했다.

    같은 기간 투자자들의 자금도 환노출형 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TIGER 미국S&P500’은 791억원을 끌어모았지만, ‘TIGER 미국S&P500선물(H)’ 불과 47억원 규모의 자금만 유입됐다. ‘KOSEF 미국S&P500(15억원)’도 ‘KOSEF 미국S&P500(H)’보다 1억원을 더 끌어모았다.

    나스닥100지수를 따르는 ETF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환 노출형 상품 ‘TIGER 미국나스닥100’과 ‘ACE 미국나스닥100’ 은 각각 5.65%, 5.64% 상승한 반면 환 헤지형 ETF ‘KODEX 미국나스닥100(H)’과 ‘KOSEF 미국나스닥100(H)’은 각각 1.13%, 0.94% 올랐다.

    이처럼 최근 환헤지형 상품보다 환노출형 ETF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오는 11월 미 대선이 다가오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에 베팅하는 ‘트럼프 트레이드’로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10~20% 보편적 기본 관세, 중국산 60% 관세 부과 등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가 실현된다면 재정적자를 막기 위한 대규모 국채 발행, 인플레이션 심화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지연으로 이어져 달러 강세를 부추기게 된다.

    실제 시장에서는 지난 9월 미 연준의 금리인하 이후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지난달 30일 1307.8원을 기록한 이후 반등하기 시작했다. 전날에는 전 거래일보다 1.8원 오른 1390.5원으로 출발해 장중 1391.5원을 터치하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이 장 중 1390원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 7월 22일(장중 고가 1390원)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지난 8월 초 이후 104선까지 상승했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는 점과 일본의 정치적 불확실성 등도 투자자들의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를 높여 달러 강세를 자극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이 같은 달러 강세 현상을 주시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그룹(WBG) 연차 총회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D.C에서 국내 기자단과 만나 “달러 환율이 지금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는 굉장히 높게 올라 있고 상승 속도도 크다”며 “지난번(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는 고려 요인이 아니었던 환율도 다시 고려 요인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하면 환율이 안정적인 방향으로 가겠구나 했는데, 지난 통화정책방향회의 이후 2주간 달러가 강해졌다”고 덧붙였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통화들과 비교해 원화가 움직이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다는 시장의 우려를 잘 인지하고 있다”며 “환율 변동성에 대해서는 경각심을 가지고 시장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강달러 현상이나 변동성 확대로 글로벌 금융시장 내 혼란이 심화할 수 있다”며 “다국적 안정화 노력이 필요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강달러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봤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는 3분기 GDP, 10월 고용지표, ISM 제조업지수 등 미국의 주요 지표가 대거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GDP를 중심으로 양호한 미국 경기가 재확인되며 달러화 상승세를 뒷받침할 것”이라며 “미국 대선이 다가오면서 관련 불확실성 또한 달러화 영향력을 지속할 것으로 트럼프 우세가 유지되는 한 달러화의 하방 경직적인 흐름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트럼프 우세가 달러 강세로 작용하겠지만, 추세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10월 이후의 달러 반등은 미 경기에 대한 우려로 인해 7월 이후 빠르게 하락했던 달러 하락세의 되돌림으로 판단하며 장기적으로 연준의 금리인하와 함께 달러도 내려올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