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선임 75명 … 2022년 대비 50% 감축부회장 승진 없어 … 사장도 2명에 그쳐트럼프 대응 … 美 대관라인 확충AI 강화 … 미래성장 대비장녀 최윤정, 성장발굴 조직 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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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의 올해 정기 임원 인사 키워드는 ‘안정 속 쇄신’이었다. 리밸런싱(사업 구조재편)을 추진 중인 만큼 임원 승진자 수는 크게 줄였고 최고경영자(CEO) 급을 상당수 유임해 안정을 도모했다. 반면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해 인공지능·디지털 전환(AI·DT) 태스크포스(TF)를 확대하고 AI 컨트롤타워를 신설하는 등 조직을 신설키로 했다.지난해 최창원 부회장을 SK수펙스위원회 의장으로 선임하고, 주요 계열사들의 수장을 대거 교체하며 대대적인 변화를 택한 것과 달리 올해는 불확실성 확대 속 내실 다지기에 나섰다는 평가다.특히 이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은 SK㈜에서 그룹 차원의 미래 성장 사업 발굴을 위해 신설한 조직을 추가로 맡으며 경영 보폭을 확대해 나가는 모습이다.5일 SK그룹은 SK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SK㈜,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스퀘어, SK C&C, 등 각 계열사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 임원인사와 조직개편 사항을 공유·협의했다고 밝혔다.이날 부회장 승진자는 없었으며, 사장 승진자도 2명에 불과했다. 손현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지원팀장(부사장)이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고, 안현 N-S Committee 담당이 SK하이닉스 사장으로 승진했다. 리밸런싱 과정에서 연중 수시 인사를 단행한 만큼 큰 폭의 사장단 인사는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박원철 SKC 사장, 윤병석 대표이사 사장 등은 내년 사내이사 임기 만료 예정이었지만 연임에 성공했다.신규 선임된 임원 수는 75명으로 최근 4년 내 가장 적은 수준이다. 2022년 164명과 올해 신규 선임된 임원수만 놓고보면 54.3% 줄었다. SK그룹의 신규 선임수는 2022년 164명, 2023년 145명, 2024년 82명으로 지속 감소해왔다.동시에 SK하이닉스의 세계적 기술력을 계열사로 확산하고자 SK하이닉스 출신 임원들을 계열사로 전진배치했다. 지난해 말 선임된 이석희 SK온 CEO에 이어 이번에는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 R&D 실장 등을 담당했던 피승호 SK실트론 제조·개발본부장을 SK온 제조총괄로 선임했다. 이 밖에 SK실트론과 SK㈜ C&C 등에도 SK하이닉스 출신 임원들을 전환 배치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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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개편을 통해 미래 먹거리인 인공지능(AI) 육성에 역량을 집중하고 지정학적 이슈에 선제 대응하는 등 내실을 강화했다.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전략위원회 산하에 있는 AI·DT 태스크포스(TF)를 확대 운영한다. 유영상 SK텔레콤 CEO가 맡고 있는 AI TF는 AI 추진단으로 확대하며, 윤풍영 SK㈜ C&C CEO가 맡고 있는 기존 DT TF와 별개로 DT 추진팀도 신설한다.또한 SK텔레콤 주도로 그룹 전반의 AI 역량 결집을 위한 AI 연구개발(R&D)센터를 신설하고 SK하이닉스 등 계열사 간 시너지 강화에 나선다. 지주사인 SK㈜는 CEO 직속으로 ‘AI혁신담당’ 조직을 신설해 성장 사업 발굴에 나선다.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에 대응해 SK그룹의 북미 대외 업무 컨트롤타워 SK아메리카스 대관 총괄에 폴 딜레이니 부사장도 선임했다. 폴 딜레이니 부사장은 미 무역대표부(USTR) 비서실장, 미 상원 재무위원회 국제무역고문 등을 역임하다 지난 7월 SK아메리카스에 합류했으며 이번 인사에서 그룹 북미 대관 총괄로 역할을 확대하게 됐다.계열사들도 미래 준비에 힘을 주는 모습이다. 우선 지주사인 SK㈜는 투자 기능을 ‘포트폴리오 관리(PM) 부문’으로 일원화해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재편했다. 동시에 성장 사업 발굴을 위해 ‘AI 혁신’ 및 ‘성장 지원’ 등 2개 조직을 신설했다.성장지원 조직은 최태원 회장의 장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35)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이 맡는다. 최 본부장은 기존에 맡고 있던 바이오 사업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그룹 차원에서 투자할 미래 먹거리를 찾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신규 임원으로 승진한 최 본부장은 올해 들어 그룹 행사에 얼굴을 비추며 경영권 승계를 위한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SK하이닉스는 핵심 기능별로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여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C레벨(C-Level) 중심의 경영 체제를 도입한다. 동시에 D램과 낸드, 솔루션 등 모든 메모리 제품의 개발 역량을 결집한 ‘개발 총괄’, 메모리 전(前)공정과 후(後)공정의 양산을 총괄하는 ‘양산총괄’ 등 조직을 신설한다.SK텔레콤도 통신·AI 중심 7대 사업부로 조직을 재편하고 글로벌 AI 컴퍼니 도약을 위한 기술 경쟁력과 AT·DT 실행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SK C&C도 고객 중심 사업 수행 체계를 더욱 강화하고 기술 전문성을 높이고자 ‘AT서비스부문’을 신설했다. AI·ICT 서비스 간 통합 시너지 효과를 높여 그룹 멤버사의 디지털 전환 과제 실행 속도를 가속한다는 구상이다.재계에서는 이번 인사가 최태원 회장이 그간 강조해온 운영개선(OI)이 적극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임원 규모를 줄이는 대신 의사 결정 속도를 높이고 대외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는 등 본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OI는 수익 마진과 지속 가능성 등 핵심 성과지표를 최적화해 사업 수익성을 높이는 경영 전략을 뜻한다.최 회장은 지난달 CEO 세미나에서도 OI를 강조하며 대대적인 쇄신을 당부한 바 있다. 그는 “2027년을 전후해 인공지능(AI) 시장 대확장이 도래할 가능성이 높은데 SK가 성장 기회를 잡으려면 현재 진행 중인 OI를 서둘러 완성해야 한다”며 “OI은 단순히 비용 절감과 효율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본원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