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목표 … 기업가치 130억 달러인도 진출 27년 만‘국민가전’으로증시 호황·경제 활성화 조치 호재 구주 매출 우려 불식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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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인도 증시 상장을 본격화하면서 현대차에 이어 잭팟을 터뜨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인도 현지에서 확고한 시장 점유율과 인도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는 점은 호재지만, 구주매출 비중이 적지 않은 만큼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9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6일(현지시간)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에 인도법인 상장예비심사청구서(DRHP)를 제출했다. 심사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내년 상반기 LG전자 인도법인의 기업공개(IPO)가 이뤄질 전망이다.시장이 전망하는 LG전자 인도법인 기업가치는 약 130억 달러(한화 약 18조6000억원)다. LG전자 인도법인의 IPO는 신주 발행 없이 보유 지분의 15%인 1억1182만주를 매각하는 구주 매출 방식으로 진행돼, 최대 18억 달러(2조6000억원)를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앞서 당초 글로벌 IB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조달 전망 금액이 상향조정됐다. 지난달 블룸버그는 LG전자가 인도법인이 지분 매각을 통해 10억~15억달러를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인도법인이 인도 가전 시장에서 꾸준한 매출 성장세를 이어 왔고 확고한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만큼 관련 시장에서 성공적인 상장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LG전자는 인도의 국민가전으로 불린다. TV·냉장고·세탁기·에어컨·전자레인지 등 주요 가전제품군에서 브랜드 신뢰도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오죽하면 중국의 원플러스와 리얼미가 인도 TV 시장에서 생산과 판매를 중단할 정도다. 글로벌 시장에서 스마트폰과 반도체 등 제조업의 중국 추격이 거센 가운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현지에서 고급 이미지로 입소문을 타며 프리미엄 국민 브랜드로 잡은 영향이 컸다.실제 LG전자는 올해 1~3분기 인도에서만 3조733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 3조3009억원에 준하는 수준이다. 인도법인 매출액은 매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1~3분기 누적 기준으로 보면 2020년 1조6062억원에서, 2021년 1조9907억원, 2022년 2조5844억원, 2023년 2조6558억원으로 올해까지 5년간 91.3% 증가했다.LG전자는 확보한 자금을 인도 시장 성장을 위한 투자뿐 아니라 인수합병(M&A), 연구개발(R&D), 주주환원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시장에서는 인도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는 만큼 LG전자의 IPO도 순항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앞서 지난달 22일 현대차 또한 33억달러(4조5000억원) 규모의 IPO에 성공한 바 있다. 이는 인도 증시 역사상 최대 IPO였다.인도 증시가 호황인 점도 IPO 성공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인도 증시는 지난해 19% 상승하는 등 최근 8년 동안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인도 경제가 지난해 6.7% 성장한 데 이어 올해와 내년에는 6.5%~7%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모건스탠리는 인도 주식시장이 2027년까지 일본, 홍콩, 프랑스를 제치고 미국, 중국 다음 세계 3위를 차지할 전망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미중 갈등과 중국의 경기침체 속 중국에 몰렸던 자금이 인도로 향하면서 인도주식시장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영향이다.인도 정부가 인프라 개발 촉진, 글로벌투자 유치 등 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각적 조치를 취할 것을 공표하면서 당분간 소비심리가 낙관적일 것 또한 긍정적 요인이다.다만 일각에서는 구주 매출에 대한 투자자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주매출은 기존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투자자들에게 매각하는 방식의 기업 공개다. 이 경우 기업 공개를 해도 해당 회사에 새로운 자금이 유입되지 않는다. LG전자 인도법인의 경우도 IPO를 통한 조달 금액은 고스란히 본사로 유입된다. 이러다보니 인도법인의 성장보다 모회사인 LG전자의 한국법인의 차익 실현에 집중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동시에 LG전자가 선포한 ‘2030 미래비전’의 매출 100조를 위해 인도법인 상장에 나선 것이란 관측도 있다. IPO가 마무리되면 고속 성장 중인 인도법인의 가치가 재평가돼 LG전자의 전체 기업가치가 올라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우량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인도법인에 급하게 현시점의 가치를 적용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굳이 가르는 것 아니냔 우려다. IPO 후 LG전자가 보유한 인도법인의 지분이 낮아지면서 배당액도 줄어들 수 있다. LG전자가 지난해 인도법인으로 부터 받은 배당금은 7176억원으로, 해외법인 전체로 부터 수령한 배당금 1조7072억원의 42%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