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빌 주가, 계엄령 이후 20%↓6.85% 보유 국민연금 기권 유력이사회, 12일 분할·합병 주총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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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안을 결국 철회하기로 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는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할 예정이었으나 계엄령 선포 이후 원자력 사업 불확실성 확대 등 사업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이같은 계획을 전면 중단키로 했다.두산에너빌리티는 10일 이사회를 열고 오는 12일 예정이던 임시 주총을 철회하기로 했다. 앞서 에너빌리티 지분 6.85%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 전날 ‘주가’를 조건으로 사실상 기권 의사를 내비치는 등 주가 변동성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자 선제적으로 내린 결론으로 풀이된다.에너빌리티는 “분할합병 승인을 위한 임시 주총을 앞두고, 예상하지 못했던 외부 환경 변화로 인해 분할합병 당사 회사들의 주가가 단기간 내 급격히 하락, 주가와 주식매수청구가격 간의 괴리가 크게 확대됐다”면서 임시 주총 철회 이유를 설명했다.두산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접은 가장 큰 원인은 주가 하락이다. 에너빌리티의 주식매수 예정가격은 주당 2만890원인데, 9일 종가는 1만7380원으로 주식매수 예정가보다 16.8% 낮다. 10일 주가도 전일보다 소폭 오른 1만7160원에 거래 중으로 매수 예정가에 한참 못 미친다.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책위)는 전날 제15차 위원회에서 에너빌리티와 로보틱스 분할합병 승인의 건에 대해 조건부 찬성을 결정했다. ‘합병 반대 의사 통지 마감일 전일인 10일 기준 주가가 주식매수 예정가액보다 높은 경우’를 조건으로 내걸어 사실상 기권으로 해석됐다.주가가 매수 예정가액 아래를 맴돌면서 국민연금은 이들 기업 주총에서 기권을 선언하고, 일부 지분에 대해 주식매수를 청구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 회사 주주가 주식매수 예정가액으로 보유주식의 매수 청구를 할 수 있는 권리다. 주총 표결 때 기권이나 반대를 표시해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가능하다.임시 주총을 9일 앞두고 터진 ‘계엄령 사태’로 대표 원전주인 에너빌리티 주가가 급락하면서 결국 그룹 개편안도 무산되게 됐다. 에너빌리티 주가는 지난 3일 종가 기준 2만1150원으로 매수 예정가를 웃돌았으나 이날 저녁 계엄령 사태 이후 전일까지 19.1% 급락했다.에너빌리티는 “기존 찬성 입장이었던 많은 주주님들이 주가 하락에 따른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위해 반대 또는 불참으로 선회하면서 분할합병 안건의 임시주총 특별결의의 가결요건의 충족 여부가 불확실해졌다”고 밝혔다. 이에 매수 대금도 상한인 6000억원 웃돌 것으로 봤다.에너빌리티는 “이러한 불투명한 상황에서 주주님들께 계속 불확실성을 남겨두는 것보다 빠르게 의사결정 해 회사의 방향성을 알려드리는 편이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며 “내부의 신중한 검토 및 논의를 거쳐 임시 주총 소집을 철회하니 착오가 없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