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기준 영업 주유소 1만875개… 4년간 700곳 문 닫아고급유 시장 4년 새 2배 이상 증가… 수입‧고급차 확대 효과정유업계, 액침냉각유‧SAF 개발 관심… 윤활유 사업 확장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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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정유업계가 미래 먹거리인 고급 휘발유와 윤활유 시장 투자를 늘리면서 돌파구 마련에 나서고 있다. 특히 과거 대비 전기차 판매와 수입·고급차 판매가 증가하면서 기존 일반 휘발유 시장의 수익을 조금이나마 대체할 수 있는 고급유와 윤활유 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24일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 영업 중인 주유소 수는 총 1만875개로 전년 대비 1.3%(148개) 줄어들었다. 이는 2020년(1만1589개)과 비교하면 6.2% 급감한 수준으로 약 4년간 700곳 넘게 문을 닫은 셈이다. 2004년 1만1123개를 기록한 이래 20년 동안 지켜온 1만1000개 선이 무너졌다.

    문을 닫은 주유소가 늘어난 배경엔 환율 급등과 유가 상승 등에 따른 소비자의 석유 소비 위축 등이 있다. 이러한 원인이 정유업계에 영향을 미쳐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고, 결국 폐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기차가 디젤차보다 많이 팔리는 최근과 같은 상황에서 주유소의 전망은 더 어둡다. 일부 주유소는 셀프주유소로 전환하거나 주변 주유소를 매입해 대형화하는 식으로 자구책을 찾지만, 단기적인 해결책일 뿐 주유소 감소 추세를 거스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정유사들은 이러한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일환으로 미래 먹거리인 윤활유와 고급 휘발유에 눈독을 돌리고 있다. 이들 시장은 아직 규모가 작고 수익성이 큰 시장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신사업을 선점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국내 고급 휘발유 시장이 최근 5년 새 2배 넘게 성장했다. 한국석유공사 자료에 따르면 고급 휘발유 시장 규모는 2020년 173만 배럴에서 지난해 392만 배럴로 약 2.2배 넘게 증가했다. 고급 휘발유를 취급하는 주유소 역시 2020년 전국 1042개소에서 지난해 1669개소로 62.4% 늘었다.

    고급 휘발유 시장의 규모가 급성장하는 배경엔 수입·고급 차량의 판매 확대가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16.7%에서 2024년 18.3%(11월 기준)로 높아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가의 수입차 판매량 급증하는데 발맞춰 정유사들이 저마다 고급 휘발유 시장 확대에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액침냉각유와 지속가능항공유(SAF)로 대표되는 윤활유 사업도 정유사들의 미래 먹거리로 통한다. 

    액침냉각유는 전자기기의 열을 식히는 일종의 윤활유다. 열이 발생하는 전자기기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비전도성 액체(플루이드)에 직접 담가 냉각하는 방식이다. 기존에 활용되던 공기 냉각 방식(공랭식)에 비해 냉각 효과가 빠르고, 전력 효율도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속가능항공유는 바이오 항공유라고도 불리는 친환경 연료다. 석탄이나 석유 대신 폐식용유나 동식물성 기름 등 바이오 연료를 활용해 만든다. 기존 원유 기반 항공유에 비해 탄소 배출량을 80%가량 줄일 수 있어 차세대 항공유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최근 전기차용 시장과 인공지능(AI) 산업 확대로 대폭 증가 중인 데이터센터 냉각용으로 주목받는 액침냉각 관련 기술 투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인 SK에너지와 SK엔무브를 통해 각각 고급휘발유, 윤활유 시장 확대에 노력 중이다.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는 액침냉각유 출시와 상표 출원에 나서며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에쓰오일 역시 전기차 전용 윤활유 브랜드를 출시하고 국제 품질등급에 맞춘 윤활기유를 모두 생산하고 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고급휘발유와 윤활유 시장이 미래 먹거리로 전망되는 만큼 정유업계는 이들 시장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며 "다만 해당 시장 자체의 규모가 아직은 크지 않아 정유사 실적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내연 기관 차량이 제공하는 모델과 옵션을 선호하는 소비자 비중이 높다"라며 "정유업계는 성장하는 전기차, 내연기관 차종 고객 모두에 대응 가능한 포트폴리오를 갖춰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