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절반 차지하는 정액세금 탓 착시 현상국제유가 하락폭보다 정유사 납품가 더 떨어져유류세 인하폭 감소도 영향 … OECD 평균 대비 200~300원 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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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휘발유를 주유하고 있다.ⓒ연합뉴스
미중 갈등 심화와 글로벌 소비 침체에 국제 유가가 하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주유소 기름값은 요지부동이란 불만이 나온다. 소비자들은 정유사들이 폭리를 취하는 게 아니냐는 물음표를 던지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1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주로 수입하는 중동 두바이유 가격은 연초 배럴당 75.4달러에서 5월 평균 64달러 선으로 떨어지며 15.1% 하락했다.반면 국내 휘발유 월간 평균 가격은 5월 기준 리터(ℓ)당 1658.1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1월 평균 가격 1709.3원과 비교해 약 4% 하락한 수준이다.국제유가 하락폭이 국내 기름값 보다 훨씬 큰 셈이다. 정유사들이 원유 가격 하락세를 천천히 반영하게 아니냐는 게 소비자들이 불만을 가지는 지점이다.하지만, 이는 소비자들이 접하는 주유소 가격에서 벌어지는 착시 현상이다. 소비자 가격에는 절반 가량의 유류세 등 세금이 정액 부과되기 때문에 국제 유가가 10% 떨어진다 하더라도 소비자 가격은 5% 인하에 그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오히려 유가가 하락해 연료 수요가 늘어나면 정부 세수만 늘어나는 셈이다.실제로 지난 5월 셋째 주 국제 휘발유 가격은 659.74원으로 지난해 12월 첫째 주 715.17원 대비 55.43원(7.8%)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정유사 휘발유 값은 807.11원에서 746.10원으로 61.01원(7.6%) 떨어졌다. 증감액만 보면 정유사가 판매한 휘발유 값이 더 떨어졌다.경유를 봐도 같은 기간 국제 경유 값이 74원 하락할 때 정유사 납품가는 84.67원 떨어졌다. 유가 하락에 정제마진까지 줄어들면서 정유사들도 손해를 감수하는 셈이다.지난달 기준 한국의 세금 제외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781원으로 OECD 평균 값 1077.4원보다 296.4원 싸고, 경유가 193.4원 낮은 수준이다.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하락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유류세 인하폭이 감소되는 등 소비자 가격 인상 요인이 겹치면서 착시 효과가 커진 것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국내 정유사는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투명한 가격으로 안정적인 유류 공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