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부산 여객기 화재사고로 안전강화 목소리 높아져기내 선반에 있던 보조배터리서 최초 발화 추정앞으로 보조배터리, 탑승객 소지 요구 가능성도"안전 이유로 고객불편 커져서는 안돼" 의견도
  • ▲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설치된 위탁 금지물품 안내문 모습. ⓒ연합뉴스
    ▲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설치된 위탁 금지물품 안내문 모습. ⓒ연합뉴스
    에어부산 여객기 기내 화재사고를 계기로 항공안전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보조배터리를 비롯해 전자담배, 라이터, 액체류 등에 대한 규정 강화가 필요하고 이로 인한 고객 불편은 감수해야 된다는 지적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8일 밤 10시경 김해공항에서 홍콩으로 출발 예정인 에어부산 BX391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최초 목격 승무원의 진술과 탑승객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이륙 전 기내 후방 좌측 선반에서 발화가 발견됐다.    

    탑승객 169명, 승무원 6명, 탑승정비사 1명 등 총 176명은 인명피해 없이 전원 대피했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조사 중이지만 기내 선반 안에 있던 보조배터리에서 최초 발화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고에 이어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까지 겹치면서 항공 안전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 주요 항공사들의 반입금지물품 및 반입기준을 살펴보면 리튬이온 보조배터리는 위탁수하물로 보낼 수 없다. 다만 100Wh 이하면 기내반입이 가능하며, 100Wh 초과 160Wh 이하일 경우 1인당 2개까지 기내에 반입할 수 있다. 

    배터리 용량이 10Wh 이하인 전자담배는 기내반입은 가능하지만 기내 충전 및 사용은 엄격히 금지된다. 라이터는 1인당 1개까지 기내에 반입할 수 있지만 반드시 몸에 소지해야 하며, 휴대 가방 안에 지입도 불가능하다. 아울러 토치 라이터, 플라즈마 라이터는 반입 자체가 금지된다. 

    음료, 식품, 화장품 등 엑체류(스프레이) 및 젤류(젤, 크림) 물품은 개별 용기 당 100㎖ 이하로 1인당 총 1ℓ 용량의 비닐 지퍼백 1개 한도 내에서 기내 반입을 할 수 있다. 그 외에는 위탁수화물로 보내야 한다. 다만 이는 국제선 기준이며, 국내선에서는 제한 없이 기내반입이 가능하다. 

    LCC 업계 관계자는 “이륙 전 기내에서 보조배터리의 발열, 팽창, 압축 등으로 화재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내용 등을 안내하고 있다”면서 “또한 육성으로 승무원들이 승객에게 개별 소지하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 ▲ 이번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사고로 인해 항공안전 규정이 보다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 이번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사고로 인해 항공안전 규정이 보다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번 에어부산 화재사고를 기점으로 안전을 위해 규정들이 보다 엄격하게 적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4월 항공안전 혁신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며, 안전 강화에 대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조배터리의 경우 항공사들이 ‘소지’의 개념을 좁게 해석해 기내 선반이 아니라 탑승객이 직접 소지하거나 좌석 앞 등 눈에 보이는 곳에 두도록 할 가능성이 높다. 불이 나더라도 눈에 보이는 곳에 있으면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사고를 통해 항공사들은 물론 탑승객들도 안전에 대해 보다 경각심을 갖게 됐다”면서 “특히 보조배터리의 휴대, 소지의 기준에 대해 알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등이 유사 사례를 축적해 통일된 규정 정비에 나서는 게 필요하다”면서 “자칫 큰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고객 편의보다는 항공 안전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휘영 인하공전 항공경영학과 교수도 “보조배터리는 여러 요인으로 인해 발화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면서 “안전이 지켜지지 않으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으며, 안전이 중시되는 기조가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안전을 이유로 고객 불편이 커져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일부에서는 보조배터리를 비롯해 라이터, 전자담배 등의 기내반입을 원칙적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직 에어부산 화재사고의 정확한 원인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보조배터리의 전면 반입금지 등은 사실상 현실적인 방안이 아니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