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전쟁 본격화…국제유가 하방압력 확대트럼프 취임후 유가 8%↓…산유국 재정난 가능성사우디 예산적자 372억불…발주감소·미수금 우려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석유 증산 정책으로 국제유가가 출렁이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도 본격화되면서 유가는 당분간 약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저유가는 산유국 재정 악화와 신규발주 지연, 미수금 증가 등 리스크로 직결될 수 있어 또한번 '중동 특수'를 노리고 있는 건설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부과를 예고했다. 지난 4일엔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부과를 강행했다. 이에 중국도 보복관세를 개시하면서 '무역전쟁 2라운드'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양국간 무역전쟁으로 세계경제 위축 및 원유수요 하락 우려가 확산되면서 유가 하방압력도 거세지고 있다. 이미 국제유가는 트럼프 2기행정부의 원유 증산 정책기조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 취임후 한달여만에 브렌트유는 8%,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7%이상 떨어졌다.

    저유가는 건설업계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원자재가격을 떨어뜨려 원가부담이 줄어들 수 있지만 반대로 산유국 재정을 압박해 해외수주에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건설업계에선 원활한 중동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핵심 수주텃밭인 사우디아라비아 경우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위한 '재정균형유가'가 배럴당 86달러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국제유가는 지난 10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기준 배럴당 두바이유 77.78달러, 브렌트유 74.66달러에 머물러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유가가 트럼프 말 한마디에 등락을 반복하고 있어 예상하기 어렵지만 하반기엔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저유가가 지속되면 신규발주가 위축되거나, 발주처가 기존에 계약된 공사비를 삭감하는 등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 ▲ 사우디아라비아 파드힐리 가스플랜트 공단. ⓒGS건설
    ▲ 사우디아라비아 파드힐리 가스플랜트 공단. ⓒGS건설
    산유국들의 재정난은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저유가로 재정이 악화되면서 지난해 메가프로젝트인 '네옴'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직선형 거주구역인 더라인 규모는 170㎞에서 2.4㎞, 수용인구 목표도 150만명에서 30만명으로 줄었다.

    '더 아랍 위클리'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올해 사우디정부 예산적자는 372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수주감소보다 걱정되는 것은 미수금"이라며 "기존에도 중동은 마진율이 3~4%로 타지역 3분의 1 수준으로 낮은데 발주처가 예산부족을 이유로 공사비를 후려칠 경우 되려 손해만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가하락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과도한 중동의존도를 낮춰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건설정보통합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지역 수주계약액은 185억달러로 전체 371억달러 49.8%를 차지했다. 이는 2023년 34.3%대비 15.5%포인트(p)나 급등한 수치다.

    현재 건설업계는 우크라이나 재건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금주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종전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건설업계도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대형건설 C사 관계자는 "체코 원자력발전을 제외하면 국내사들의 유럽수주는 아직 저조한 상황"이라며 "중동·동남아·아프리카 등 기존텃밭도 중요하나 정부지원 아래 수익성이 더 높은 유럽 등 대체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화랑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과거 재건특수가 예상됐던 리비아·이라크에서 자금조달 차질, 미수금 등 문제가 발생한 선례가 있어 우크라이나 진출시 면밀한 조사와 검토가 필요하다"며 "특히 우크라이나 재건시장은 미국·유럽기업이 선점할 가능성도 높은 만큼 정부차원 대응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