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충동 억제가 중요 … 이상동기 범죄·살해로 이어질 확률 극히 드물어사회적 인식 제고 등 변화했는데 '치료 기피' 우려정신과 전문의들 "우울증 원인으로 보면 안 돼 … 종합적 분석 필요"
  • ▲ 초등생 1학년 여아가 살해당한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 시민들이 두고 간 편지와 꽃, 과자, 인형 등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 초등생 1학년 여아가 살해당한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 시민들이 두고 간 편지와 꽃, 과자, 인형 등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대전 소재 초등학교에서 40대 여교사가 8살 여아를 흉기로 살해하는 참극이 벌어진 가운데 우울증 문제가 수면 위로 올랐다. 해당 교사는 우울증 문제로 휴직했다가 지난해 12월 말 복직한 정황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탓에 우울증 환자에 대한 '낙인 효과'가 우려된다. 우울증 100만명 시대에 왜곡된 편견이 조성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울증 환자가 살해 욕구를 갖고 실행에 옮기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판단했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는 지난 2022년 100만명을 넘어섰다. 과거 숨기고 싶던 신경정신과 질환에서 벗어나 사회적 인식도 대폭 개선됐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고 주변인들의 관심과 적극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상식도 널리 퍼졌다. 

    교사가 학교에서 학생을 살해했다는 사상 초유의 사건은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고 살인 교사의 우울증 병력이 공개됐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우울증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경찰 역시 범행 동기와 관련 피의자 진술만 확보한 상황이다. 구체적인 범행 목적이 무엇인지 앞으로 수사를 통해 밝히겠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울증 살해로 연결 짓는 행위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충격적 사건으로 인한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유감의 말을 전한다"고 전제를 한 뒤 "다만 우울증 문제로 살인에 이르렀다고 판단하는 것은 의학적 관점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고 했다. 

    이미 많은 수의 우울증 환자들은 본인의 질환을 주변에 털어놓은 상태인데 자칫 낙인 효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울증이 심해지면 자신을 공격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심리적 방어 기제로 견딜 수 없어 공격성이 외부를 향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살해에 이르는 행위가 발생할 개연성은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백 교수는 "아마 이상동기 살해로 추정되는데 이때 우울증이 있다고 이런 문제가 발생할 확률은 극히 드물다. 현재로선 무관하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했다. 

    살해 교사가 소위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갖고 있었을 수 있고 다른 중증 정신질환, 뇌질환도 의심해 볼 여지가 있다. 중요한 부분은 단편적 정보로 단정을 지으면 안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울증 환자는 주변에 많이 존재한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질환을 치료하며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거나 수면 아래로 숨게 될까봐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김동욱 대한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장 역시 동일한 판단을 내렸다. 

    김 회장은 "낙인 효과로 인해 자칫 우울증 치료를 기피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해 본인도 살해 충동이 있을 것이라는 왜곡된 판단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사건 하나를 두고 일반화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사건인 만큼 면밀한 분석을 통해 재발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화영 순천향대천안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일련의 보도에서 우울증과 살해, 학교 안에서의 참담한 사건 등 자극적 이슈만 강조되는 측면이 있다"며 "우울증 환자는 자살 충동을 억제하는 치료가 중요한 부분이지 살해 충동으로 이어지는 질환이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