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범죄 발생까지 예측 불가 … 행적편의적 발상 직무수행 가능 여부는 별도 위원회 통해 종합적 판단'우울증=살인' 일반화·낙인 멈추고 트라우마 극복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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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욱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장.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참담한 대전초 교사의 학생 피살사건을 보면 행정 편의적 형태로 진단서가 활용되는 경향이 있음이 드러났다. 복직이나 휴직 문제와 관련 의학적 판단을 넘어선 미래 범죄 행위까지 알아내라는 식의 요구는 부당한 것이다."17일 김동욱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장은 비극적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정신질환 소견서만으로 검증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종합적 평가와 판단이 가능한 구조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김 회장은 "진단서는 작성 당시의 의학적 판단을 근거로 소견을 기술하는 것이다. 또 정신질환의 특성상 '완치'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없다. 상태 호전이 있다고 미래에도 절대 재발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적극적인 치료로 일반적인 경과보다 빨리 호전되기도 하듯이 치료 중단으로 급격히 악화되기도 한다. 복직 및 휴직, 운전면허, 맹견 관리 등 문제와 관련해 정신과 의사에게 의학적 판단을 넘어선 진단서를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그는 "일부 공무원 관련 규정에서 '완치' 또는 '직무 수행 가능' 여부를 명확히 진단하라는 요구가 있다. 의사가 진단할 수 있는 영역 밖까지 진단서를 강요하는 것으로 의료의 본질을 왜곡하며 의료법 위반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합리적인 평가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대전초 살해 교사의 경우는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하다는 대학병원 의사의 소견을 받았다가 20일 만에 근무가 가능하다는 진단서를 제출해 복직한 후 사건을 저질렀다.통상 6개월의 정신과 치료는 재활을 포함한 전반적 사안을 포괄한 것으로 휴직시 대체 교사 모집 등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행정 편의적 조치로도 해석된다. 이를 의료계가 암묵적으로 용인해 온 결과이기도 하다.김 회장은 "결국 탓으로 돌아오는 행정 편의적 진단서 요구 등을 멈춰야 하고 이에 응하지도 말아야 할 것"이라며 "공무원의 직무수행 가능 여부는 독립적인 평가 기관이나 위원회를 통해 객관적으로 심사돼야 한다"고 했다.그는 "교사의 정신건강 문제는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므로 공공의 책임 하에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공정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과 진료 이력이 발목잡는다? … 낙인찍기 멈춰야대전초 교사 피살사건은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로 번지고 있다. 국내 우울증 환자는 100만명 이상으로 집계되는데 낙인 효과가 심각히 우려되고 있다. 정신과 진료 이력이 추후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퍼진다.김 회장은 "정신과적으로 심각한 질환인데도 진료받지 않는 경우도 있고 가벼운 스트레스로 병원에 오기도 한다. 진료 이력이 많다고 증상이 심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를 통한 건강 회복의 과정을 선택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꾸준히 치료를 받았고 자기 증상을 인정했는지, 처방대로 약을 복용했는지 등 요인에 따라 증상이 천차만별이므로 진료 이력을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며 "타인에게 폐가 될까 염려하며 편견에도 불구하고 병원을 찾은 환자의 치료 의지가 위축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현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의 중론은 우울증이 '묻지마 살인'으로 이어질 확률은 극히 드물고 성장 과정과 인격, 도덕성, 타 질환 등의 연결성이 있으므로 성급한 일반화를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김 회장은 "살인과 같은 잔인한 행위를 정신질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오히려 정신건강 문제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환자들에 대한 모독"이라며 "낙인찍기를 멈추는 것이 시급한 문제"라고 밝혔다.트라우마 극복을 위해서라도 '우울증-살인' 일반화하거나 괴담에 몰두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그는 "많은 국민에게 심리적 충격을 준 사건임은 분명하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아이들이 학교라는 환경을 두려워하거나 피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가족 및 친구들에게는 충분한 애도의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멀리서 소식을 접하는 학생들은 일상을 지속하는게 좋다"고 권고했다.이어 "비극 이후 건강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정신과 의사들이 열심히 협조할 것"이라며 "이번 주부터 트라우마 상담 등 적극적 활동을 벌이는 것은 물론 정신건강 검진과정에서도 심층적 평가가 가능한 체계 구축에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