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젤렌스키 설전에 분위기 험악 외신 "외교적 매복에 넘어간 것" 지적
  •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정상회담이 거친 고성이 오가며 파국으로 마무리된 가운데 외신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의 '미끼'를 물면서 사태가 악화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8일(현지시간) 양측간 회담이 초반 40분간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회담 후반 10분 간 설전이 오가면서 파국으로 치달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양국 회담은 처음부터 분위기가 험악했던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문이 영광"이라고 했고 젤렌스키 대통령도 "트럼프는 우리 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 기자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왜 정장을 입지 않았느냐, 정장이 있긴 하냐"고 지적했을 때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난 (그의 옷이) 마음에 든다"고 옹호하기도 했다. 

    하지만 J.D. 밴스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를 위해 러시아와 외교를 하는 것"이라며 대화를 거들고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발끈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밴스 부통령의 발언에 대해 "도대체 무슨 외교를 말하는 것이냐"며 받아치면서 양 측 간 설전이 시작됐다. 밴스 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에서 미국 언론이 다 보고 있는데 이 문제를 따지는 것은 무례하다"며 맞받아쳤다. 

    결국 양측은 예정된 식사도 함께 하지 않고 헤어졌다. 공동 기자회견도 취소됐고 광물협정 서명식 등도 미뤄졌다. 

    트럼프는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젤렌스키는 평화를 위한 준비가 안 돼 있다"며 "그는 평화를 위한 준비가 됐을 때 다시 올 수 있다"고 글을 올렸다. 

    텔레그래프는 이번 회담 파행을 두고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이 외교적 매복'(diplomatic ambush) 전술을 썼고 젤렌스키가 이에 넘어가고 말았다고 분석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측은 파국의 원인을 젤렌스키 대통령 탓으로 돌렸다. 백악관 관계자는 "부통령의 발언을 그냥 넘길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BBC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패착의 원인으로 "여러분은 좋은 바다가 있고 지금 위험을 느끼지 못하지만, 미래에 느낄 것"이라고 한 발언을 꼽았다. 미국도 러시아에 의해 위협을 당할 수 있다는 경고를 꺼내 든 것이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유럽과 사이에 대서양이 있는 만큼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만의 문제라고 주장해 온 바 있다. 

    이날 회담에 배석한 옥사나 마르카로바 주미 우크라이나 대사의 반응도 화면에 포착됐다. 회담이 고성 끝에 파국으로 치닫자 그는 손을 들어 입을 막았고 이마를 짚는 등 당시 절망적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악시오스는 이번 사태의 책임이 어느 쪽에 있든 우크라이나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