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패션 보다 뷰티, '립스틱 경제학' 루이뷔통, 화장품 라인으로 새로운 시장 개척이커머스 업계, '럭셔리 뷰티' 시장 확대
  • ▲ 헤라 립스틱ⓒ아모레퍼시픽
    ▲ 헤라 립스틱ⓒ아모레퍼시픽
    경제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명품 시장에서는 고가의 패션 아이템이 판매 부진을 겪는 가운데, ‘빨간 립스틱’으로 대표되는 명품 화장품이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경기 침체 속에서 소비자들이 큰 지출을 피하면서도 자신을 위한 작은 사치를 즐기려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3사의 명품 화장품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16~24%로, 같은 기간 명품 패션 제품의 매출 증가율 약 5~11%을 크게 웃돌았다. 

    백화점3사의 지난해 명품 화장품 매출은 롯데백화점은 20%, 신세계백화점은 16.3%, 현대백화점은 24% 증가했다. 이는 경기 불황 속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명품 화장품을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립스틱 효과(Red Lipstick Effect)'라고 부른다. 경기 침체나 경제 불황 속에서도 소비자들이 고급 제품을 구매하는 대신, 더 적은 비용으로 소소한 사치를 즐길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특히 빨간 립스틱은 가격 대비 만족감을 제공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제품으로, 경기 불황에 인기를 끌어왔다.

    롯데백화점의 민다해 뷰티팀 바이어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명품 뷰티 브랜드를 중심으로 '스몰 럭셔리'(작은 사치)를 선호하는 트렌드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도 "명품 화장품의 매출 신장률이 전체 화장품 매출을 이끌고 있으며, 불황 속에서 명품 가방 대신 화장품을 구입하는 소비 패턴이 ‘립스틱 효과’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커머스 업계도 '럭셔리 뷰티'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10월부터 '알럭스(R.LUX)' 서비스를 시작, 명품 화장품 브랜드를 22개에서 34개로 확대했다. 이 서비스는 명품 패션 브랜드보다 랑콤, 에스티로더와 같은 고가의 수입 화장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최고가 제품은 130만 원에 달하는 주름 개선 크림이다.

    이러한 소비 흐름에 맞춰 명품 브랜드들은 화장품 라인 확장에 나서고 있다

    루이뷔통은 창립 17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화장품 라인을 출시할 예정이다. '라 보떼 루이뷔통'(La Beaute Louis Vuitton)은 올해 가을 출시될 계획이며, 한국에 단독 매장 개설 여부와 제품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지난해 매출은 846억8천300만 유로로 전년보다 2% 감소했다.

    사업별로 매출 증감률을 보면 패션·가죽제품은 3% 감소했으나 향수·화장품은 2% 증가했다

    프라다는 2023년 화장품 라인을 출시하고, 지난해 8월 국내에도 진출해 매장을 확장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더현대서울에 이어 서울 성수동에는 첫 단독 매장 '프라다 뷰티 성수'를 오픈했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에도 명품의 핵심 고객층은 큰 변동이 없지만, 매출 둔화를 피할 수 없다"며 "새로운 사업인 화장품 부문 진출은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