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내달 TC본더 수주한화 다크호스로 … 한미, 기술 우위 자신"특허 침해했다" … 소송 변수도
  • ▲ 한미반도체 듀얼 TC본더 장비ⓒ한미반도체
    ▲ 한미반도체 듀얼 TC본더 장비ⓒ한미반도체

    SK하이닉스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12단 샘플을 납품하기 시작하면서 필수 장비인 TC본더 발주도 내달부터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SK하이닉스가 벤더 다변화 작업에 나서며 한화세미텍 시장 진입을 기다려 온 만큼 한미반도체 위주로 형성돼 있던 TC본더 시장이 양강구도로 재편될지 업계 관심이 집중된다.


    2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내달 TC본더 대량 수주에 들어갈 예정이다. 최근 세계 최초로 HBM4 12단 샘플을 고객사에 납품하기 시작한 SK하이닉스는 안정적인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목표다.


    이에 TC본더 시장 내 신경전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TC본더는 열압착을 통해 반도체 칩과 웨이퍼를 붙이는 후공정 장비다. HBM을 제조할때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적층해 TSV(실리콘관통전극)로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그간 이 시장에서 한미반도체는 글로벌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며 사실상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했다.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TC본더 장비를 납품하며 안정적인 입지를 다졌다.


    다만 SK하이닉스가 벤더 이원화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며 시장이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미반도체가 우위의 협상력을 갖기 시작하면서 SK하이닉스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상황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한 때 싱가포르 ASMPT에 30대 남짓의 장비를 납품 받으며 이원화 작업에 나섰지만 수율 등의 문제로 추가 계약은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한화세미텍이 SK하이닉스의 든든한 지원을 받아 시장의 ‘다크호스‘로 등장했다. 한화세미텍은 개발에 착수한지 4년만인 지난해 TC본더를 시장에 내놨고, 최근 SK하이닉스 퀄테스트(품질 검증)를 통과하며 210억원 규모의 TC본더 장비 공급 계약을 맺었다. 한화세미텍은 우선 10대 남짓의 장비를 납품하고, 단계적으로 수주를 늘릴 계획이다. 한화 3남인 김동선 미래비전총괄 부사장 또한 최근 ‘세미콘코리아2025’에 등장해 직접 사업 현황을 살피는 등 이 사업에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 ▲ 한화세미텍 TC본더 'SFM5-Expert' ⓒ한화세미텍
    ▲ 한화세미텍 TC본더 'SFM5-Expert' ⓒ한화세미텍

    이에 한미반도체는 압도적인 기술 격차로 시장 지위 1위를 유지하겠다는 목표다. 한미반도체는 올해 300대 이상의 장비를 고객사에 납품해 후발주자와 격차를 벌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TC본더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올해 4분기 완공을 목표로 인천 서구에 총 8만9530㎡ 규모의 반도체 장비 생산 클러스터도 구축 중이다.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은 지난 17일 "후발업체와는 상당한 기술력의 차이가 있다"며 "ASMPT도 그랬듯 한화세미텍도 결국에는 유야무야, 흐지부지하게 소량의 수주만 받아가는 형국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TC본더 시장 주도권을 놓고 양 사 신경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허소송도 진행 중이다. 한미반도체는 지난해 12월 한화세미텍을 상대로 TC본더 모듈 관련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부정경쟁행위금지 소송 1·2심에서 한화세미텍으로 이직한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승소한 한미반도체는 현재 장비의 카메라, 헤드 구조 등 핵심 기술력에 대한 특허권을 침해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화세미텍은 답변서를 제출했지만 보정 권고를 받았고, 이후 마감 기한을 연기했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되찾기 위해 벤더 다변화에 대한 의지를 지속적으로 보였기 때문에 한화세미텍에겐 기회가 될 것"이라며 "다만 기존 8단 제품에 비해 12단 장비는 기술력이 더 필요한 만큼 이전 사례와 같이 한미반도체가 기술우위로 시장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