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안 내용에 정치권 일각의 반발 심화한동훈·이준석 등 권한대행에 거부권 행사 요구보험료율 일괄 인상 … 청년세대 부담 가중 가능성"청년 불이익은 과장" 목소리도 … 개혁출발에 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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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3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뉴시스
18년 만에 이룬 '국민연금 모수개혁안'을 두고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한다는 비판이 일면서 청년층 반발이 거세질 조짐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개혁안의 핵심인 보험료율 인상에 대해 "청년 독박"이라며 세대 간 형평성 논란을 제기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일부는 '거부권 행사' 주장까지 하고 나섰다.24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지난 20일 국회를 통과한 국민연금 개혁안이 실행되면 내년부터 모든 가입자의 보험료가 0.5%포인트(P)씩 올라 2033년에는 13%에 도달한다. 당초 정부가 제시한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안'은 국회 논의에서 빠졌다.종전 정부안을 보면 50대는 보험료를 1%P씩 4년간, 20대는 0.25%P씩 16년간 올리는 등 보험료율 13%에 도달하는 속도를 세대별로 달리하는 내용이었다. 청년층에게만 부담이 집중되지 않도록 조정을 하자는 취지다.하지만 보험료율 인상 방식을 모든 세대가 향후 8년 동안 0.5%P씩 일괄 인상하기로 결정하면서 젊은 세대가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을 지게 됐다는 지적이 국회 안팎에서 나왔다. 혜택은 기성세대부터 누리고, 부담은 다시 미래세대의 몫이 됐다는 이유에서다.서울시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30대·남)는 "개혁이라는 게 결국 청년들한테 더 오래, 더 많이 내라는 얘기였다는 것에 실망했다"며 "기성 세대가 혜택을 먼저 보고, 청년 세대에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또 다른 직장인 박모 씨(30대·남)는 "당장 월급도 빠듯한데 지금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낼 생각에 한 숨만 나온다"며 "기금 고갈 문제를 왜 지금 청년 세대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정치권에서도 청년층의 이같은 불만이 반영됐는지 젊은 층 의원을 중심으로 연금개혁안 반대·기권 목소리가 높았다.18년 만의 연금개혁이었지만, 본회의 표결 과정에서 재석 의원 세 명 중 한 명(재석 277명 중 반대 40명 기권 44명)이 이탈하며 균열을 드러냈다. 특히 30대 이하 의원 12명 중 10명이 반대·기권을 택하며 세대 간 온도차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2030 반기에 잠룡도 가세 "거부권" "연대하자" 촉구급기야 여권의 잠재적 대선 주자들도 '세대 간 불공정'에 힘을 실으며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까지 요구했다. 대표적으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86세대는 꿀을 빨고, 청년세대는 독박을 쓰는 것"이라며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를 거듭 촉구했다.국민의힘 안철수 의원도 "연금개악법"이라며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 구조개혁을 촉구했다. 그는 "청년 세대를 위해 이번 개혁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 돼야 한다"며 "소득대체율은 40%로 다시 재조정돼야 하며, 자동조정장치도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안철수 국의원, 유승민 전 의원, 한동훈 전 대표 등을 향해 연대를 제안했다. 그는 "젊은 세대는 당장 내년부터 받아 보게 될 국민연금 인상 청구서에 낙담하고 분개하고 있다"며 "비겁한 야합에 맞설 용기 있는 정치인 간의 연대가 절실한 때"라고 강조했다.그는 특히 "구조개혁을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는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지만 그것에 수반되는 조세 부담을 유권자에게 말할 용기가 없어서 미래 세대에게서 풀 대출을 당겨 부담을 늘리는 야합을 한 것 아닌가"라며 "강제로 곗돈을 넣으라는데 지금 넣는 곗돈과 앞순번의 기성세대가 타갈 곗돈을 생각해보면 숫자가 안 맞는다"고 주장했다.여권 잠룡들이 연금 개혁안에 '거부권 행사'와 '연대'를 촉구하고 나선 것은 청년층의 불만 때문이다. 보험료율은 단계적으로 오르지만 소득대체율은 내년부터 곧바로 43%로 오르면서 청년들이 불리하다는 게 개혁안 반대 측 주장이다.◇ 세대갈등 조짐 우려 목소리도 … "청년 불이익은 과장"정치권의 격한 공방과 달리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모수개혁의 '의의'를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는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형평성 차이가 심한 수준은 아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제학 교수는 "개혁 이전에 납부한(보험료율 9%) 기간에 대해서는 소득대체율이 올라가지 않는다"며 "인상된 보험료율을 낸 기간에 비례해서 소득대체율도 40(개혁 전)~43%(개혁 후) 사이 차등 적용된다"고 설명했다.예를 들어 인상된 보험료를 5년만 더 내면 수급연령에 도달하는 55세 A씨가 있다고 친다. A씨가 20세부터 연금 보혐료를 내왔다고 가정하면, 그는 이미 35년 동안 인상되기 전 보험료를 내왔다. 이때 60세가 된 A씨가 받는 소득대체율은 43%가 아닌 40.375%에 그친다.A씨는 전체 보험료 납입 기간 중 8분의 1에 해당하는 동안만 인상된 보험료를 냈기 때문에 소득대체율 인상분 3%P의 8분의 1 수준인 0.375%P만 증가되는 것이다.김 교수는 이같은 예를 들며 "이번 개혁으로 50대 이상 연금가입자는 큰 혜택을 보고, 청년 가입자는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이와 함께 김 교수는 "현재 국민연금 수익률이 1.78배인데 이번에 모수개혁을 하면서 1.32배로 낮아진 건 맞다"면서도 "1.32배도 다른 어떤 나라의 공적연금보다 높은 수익비다. 복지 국가 대명사 스웨덴도 1.0배 수준이다"고 강조했다.◇ "어렵게 이룬 여야 합의 존중 … 개혁스타트에 가치둬야"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요한 것은 개선이 시작됐다는 것"이라며 "어렵게 이룬 여야 합의를 존중하고, 개혁의 출발선을 끊었다는 것에 가치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신 교수는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젊은 층 표심을 의식해 개혁에 반대하는 모습이 보인다"면서도 "그렇다고 연금개혁을 하지 않을 순 없다. 개혁의 시기가 늦어질 수록 청년 세대의 부담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신 교수는 성공적인 연금개혁이 되기 위해선 자동조정장치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자동조정장치가 없으면 국민연금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연금개혁은 특성상 개혁 한 번에 많은 정치적 비용이 들기 때문에 장기적인 시각에서 개혁이 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김용하 교수는 "여야 합의 정신을 유지하고 청년을 위한 연금개혁 방향을 계속 논의해야 한다"며 "이번 합의로 연금개혁을 위한 시금석이 만들어졌으니, 그 위에서 도약을 해야지 다시 백지화를 해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