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10원 오를 경우 대한항공 510억 증발 … 1500원 땐 年 6900억 손실 LCC 1위 제주항공, 지난해 외화 손실 766억 … 영업이익의 95%"스왑 계약으로 역부족… 외화 수익 구조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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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항공 조원태 회장이 새 CI를 공개하고 있다. 자료사진 ⓒ대한항공
원·달러 환율이 1500원 돌파를 눈앞에 두면서 항공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국제유가와 함께 수익성의 최대 변수로 꼽히는 환율이 급등세를 이어가자 외화 결제 비중이 높은 항공사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발 관세전쟁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항공사들은 단기 손실을 줄이기 위한 대응책 마련과 함께 중장기 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87원을 기록하며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미국 정부가 각국을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점도 지연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달러 강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선 1500원 돌파가 시간문제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이 같은 고환율에 항공업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항공사는 항공기 리스료, 정비 부품, 항공유 등 대부분의 비용을 달러로 결제한다. 반면 매출은 국내선은 물론 국제선 상당수도 원화로 회계 처리돼 원·달러 환율 상승은 원화 기준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구조다.환율이 오를수록 리스료와 유류비 부담은 커지고, 외화 부채 및 미지급금 평가손실도 함께 증가해 전반적인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친다.대한항공은 2024년 말 기준 약 35억달러의 순외화부채와 16억달러 수준의 연간 달러 현금흐름 부족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구조를 기준으로 환율이 10원 상승할 경우 약 510억원 규모의 외화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순외화부채에서 발생하는 환산손실이 약 350억원, 연간 현금흐름 부족분에 따른 실현 손실이 약 160억원 수준이다.2024년 원·달러 평균 환율은 1364.1원이었다. 만약 환율이 1500원 선으로 고착화될 경우, 약 136원 상승하게 된다. 이를 단순 적용하면 연간 외화 관련 손실규모는 6900억원에 이를 수 있다. 이는 헤지 거래나 자산 구조 조정이 전혀 없다는 가정 하에서의 계산이지만, 환율 리스크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임을 보여주는 수치다.항공사들은 환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자연 헤지와 파생상품을 활용한 액티브 헤지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대한항공은 선물환, 통화스왑, 구조화 상품 등을 활용하고 있으며, 외화 자산·부채 매칭을 통해 자연 헤지 효과도 일부 확보하고 있다. 이밖에도 대한항공은 ING 등 금융기관과 350억엔 규모의 통화선도계약을 맺고 달러화 쏠림을 막고 있다.아시아나항공의 경우, 화폐성 외화부채가 5조8254억원에 달하는데 이 중 미 달러가 4조7009억원에 달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나 된다.또 원·달러 환율이 10% 오르면 연간 5192억원의 순이익(세전)이 감소하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은 내부적으로 전력기획본부장을 위원장으로 위험관리위원회를 두고 환율 등 외부리스크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아시아나 측은 "환율의 경우 비용매치, 리딩, 레깅 등의 기법을 활용해 내츄럴 헷지 위주로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 ▲ 제주항공 ⓒ뉴데일리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상황이 더욱 어렵다. 운항 기재의 상당수가 외국계 리스사로부터 도입된 항공기로 구성돼 있고, 자체 환 리스크 대응 역량도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특히 재무적 여유가 부족한 중소형 항공사일수록 외화 리스료와 정비비 부담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국내 LCC 1위 규모인 제주항공은 지난해 외화거래손실 195억6400만원, 외화환산손실 571억1382만원 등 총 766억7782만원의 외화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제주항공의 영업이익이 799억22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외화 손실규모는 영업이익의 약 95.9%에 해당한다.외화거래손실은 항공기 리스료나 정비부품 대금 등 실제 달러 지급 시점에서 발생한 실현 손실이다. 반면 외화환산손실은 결산 시점에 리스부채와 외화 미지급금을 환율에 따라 재평가하면서 발생하는 장부상 손실이다.제주항공도 환율 리스크 관리를 위해 산업은행과 총 875만달러 규모의 통화스왑 계약을 맺고 있다. 해당 계약은 7C Leasing 2018 Ltd.로부터 임차한 항공기의 리스료를 기초자산으로 설정해 운영되며, 약정 환율은 1달러당 1128원이다. 그러나 최근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면서 이 스왑 계약만으로는 환위험을 충분히 방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업계에서는 항공업종 전반의 실적 하향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LCC의 경우, 수익성 방어 여력이 제한적인 가운데 변동성 확대에 따른 투자 리스크가 부각되면서다. 다만 일부에서는 하반기 국제선 수요 회복과 공급 정상화가 이뤄질 경우 항공사들의 수익성이 나아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항공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10원만 올라도 수백억원의 손익 차이가 발생하는 구조에서 1500원 시대가 현실화된다면 일부 항공사는 이익 전환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또 다른 관계자는 "단기적인 환헤지 전략 만이 아니라 외화 수익 구조를 확대하고, 리스 조건을 다양화 하는 등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