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경제부총리 잇단 사퇴로 경제 컨트롤타워 부재대내외 경제위기 상황서 차관이 韓경제 이끌어야할 판정치 불안, 경제에 큰 악영향… 대외 신인도 훼손 불가피 외신도 韓 경제리더십에 의문 "협상력·수출 지표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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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표결 전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나란히 물러나면서 국가 경제 컨트롤타워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최 전 부총리가 직접 챙겼던 대미 통상협의가 삐걱댈 수 있고, 대외신인도 하락도 우려된다.2일 관계부처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최 전 부총리가 전날 탄핵안 처리를 앞두고 물러나면서 사회부총리인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수행한다. 경제 사령탑은 김범석 기재부 1차관 체제로 변경된다.대통령 권한대행 역할을 맡던 한 전 총리가 대선 출마로 사퇴하면서 최 전 부총리는 2일부터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와중에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에 갑자기 상정됐고, 최 전 부총리는 탄핵안 표결 전에 사표를 던졌다.한 전 총리의 사임은 어느 정도 예견됐으나 한미 통상협의 대응 등을 주도했던 최 전 부총리의 사퇴는 급작스러웠다. 국가 경제도 큰 위기다. 실질적인 경제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미국의 관세 압박과 내수 부진 등 대내외 경제 문제에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사실상 경제 컨트롤타워의 완전한 공백 사태라는 국가적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지난 1일 밤 최 부총리 사퇴 직후 역외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단숨에 13원 이상 급등하면서 1437.25원까지 올랐다.당장 관세 폐지를 목표로 한 미국과의 '7월 패키지'(July Package) 협의도 비상이 걸렸다. 최 부총리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함께 2+2 통상협의에서 관세·비관세 조치, 경제안보, 투자협력, 환율정책 등 기본 틀을 고안했다. 특히 환율에 대해선 기재부와 미국 재무부가 별도로 논의할 예정이었다.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통상 관련 협의는 주로 맡고 있다지만 협상 테이블에서 상징적인 인물이 사라진 점은 협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국제 사회는 단순한 비즈니스 관계로 이뤄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통상이 성립하려면 각국의 공식·비공식적인 부분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아울러 김범석 차관이 최 전 부총리의 공백을 메운다지만 최 부총리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대형 악재에서 시장 연착륙을 이끌어내던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 운영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대외 신인도 충격도 우려스러운 점이다. 작년 12월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한 전 권한대행 탄핵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최 전 부총리를 비롯한 경제팀은 대외 신인도 관리에 전방위로 총력을 기울였으나, 이번 사태로 외국 투자자들의 불안이 다시금 불거질 수 있다.당시 최 전 부총리는 정치 리스크가 헌법 체계에 따라 적절히 관리되면서 경제 부문으로 전이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비상계엄에 놀란 주요국 재무장관, 국제기구 총재, 글로벌 신용평가사 등에 한국의 정치·경제를 포함한 모든 국가 시스템은 종전과 다름없이 정상 운영되고 있다고 설득했다.그 결과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15일 한국의 장기 국가신용등급을 종전과 같은 'AA'로 유지했으며, 등급 전망도 기존과 같은 '안정적'(stable)을 부여했다.그러나 최 부총리의 사퇴 과정에서 그동안 해온 주장이 설득력을 잃을 수 있다. 특히 신용평가사들이 정치적 안정성을 중요 요소로 고려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야가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양상이 불거진다면 S&P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 입장에서는 국내 대외신인도에 플러스 점수를 주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주요 외신들도 일제히 긴박한 한국 정국을 주목하고 있다. AFP 통신은 "선두 주자에 대한 재심 명령과 핵심 인사 두 명의 사퇴로 정치적 혼란이 더욱 깊어졌다"고 보도했다.로이터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이어진 권한대행 체제를 지적하면서 "이는 미국의 관세라는 험한 파도 속에서 아시아 4위 경제국인 한국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블룸버그 통신은 "한덕수 권한대행에 이어 최상목 부총리까지 사퇴한 것은 정치 위기를 심화시키는 충격적 전개"라며 리더십 교체의 연속성이 한국의 대외 협상력과 경제 안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한국의 대미 수출이 6.8% 감소하는 등 경제지표에도 그 여파가 드러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