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상 고위급 접촉 주목 … '패키지 딜' 타협 협의 중미국, 인도·중국 등 관세 협상 집중 … 한국도 '정권 교체기'물리적으로 속도 내기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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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무역·통상정책을 총괄하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한국을 찾는다.

    한미 양국이 관세 문제를 비롯한 통상 협의를 진행 중인 가운데 그리어 대표의 방한이 한미 통상협의 윤곽이 드러나는 분수령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11일 통상 당국에 따르면 그리어 대표는 5월 15일과 16일 양일간 제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미 ‘2+2’ 고위급 통상 협의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그리어 대표의 이달 방한 계획을 소개한 바 있다.

    그리어 대표는 회의 기간 제주에 머무르며 APEC 관련 일정을 소화하고, 주요국 통상장관들과도 양자 회담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방한에서 한미 통상 고위급 접촉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정부는 한미 간 ‘2+2’ 협의 직후 브리핑에서 5월 그리어 대표의 방한 소식을 전하면서 이를 계기로 고위급 통상 중간 점검이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지난 4월 26일 방미 귀국길 인천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USTR과 중간 점검 회의는 제가 갈 가능성도 꽤 많다”고 밝혔다. APEC 한국 측 대표는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이지만, 그리어 대표 방한에 맞춰 안 장관이 직접 제주로 내려가 고위급 통상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현재 한미 통상 당국은 ‘2+2’ 협의에서 정한 7월 8일을 협상 시한으로 두고 패키지 딜(줄라이 패키지) 타결을 위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실무선에서 관세·비관세, 경제 안보, 투자 협력, 통화(환율)정책 등 분야에서 협상을 이어가는 중이다.

    미국 측은 아직 한국과의 협의에서 소고기 수입 월령 제한 완화, 구글 지도 반출 등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제시하지는 않은 상태로 전해졌다.

    이에 이번 그리어 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열리는 한미 고위급 접촉이 미국 측의 구체적인 요구를 한국에 제시하고, 추후 협상 일정과 방식을 조율하는 등 통상 협의 방향을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한미 통상 협의의 속도와 관련해 당초 ‘빠른 협의’를 추구했던 미국이 최근 한국과의 무역 협의에 시간이 걸릴 것임을 시사하면서 협상 일정 변화가 생겼다는 점이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8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의 무역 협의에 대해 “상당한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며 “신속한 합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는 미국이 현재 인도, 중국 등과의 관세 협상에 집중하고 있어 물리적으로 한미 통상 협의에 속도를 내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 통상 당국은 일관되게 6월 대통령 선거 등 정부 교체기를 앞두고 한미 통상 협의를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고 신중하게 진행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미국이 협상 타결 케이스를 더 만들려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정부 교체기인 우리 입장에서는 줄라이 패키지를 목표로 기술적인 논의를 진행해 나가고 큰 틀의 합의는 새 정부가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만큼 이를 설명하고 최대한 잘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