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신한·국민·우리銀, 실적 중심 평가서 ‘고객 중심·내부통제’로 변화우리, 내부통제 실패 시 최대 400점 감점 … 하나, 성과 배점 대폭 축소불완전판매·횡령 사태 이후 평가 지표 손질 … 금융사고 재발 방지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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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권이 실적과 경영 철학의 바로미터인 핵심성과지표(KPI) 체계를 대대적으로 손질하고 나섰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단기 수익성과 외형 확장을 중시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고객 만족·내부통제·자본 효율성 등 질적 지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했다.

    불완전판매, 횡령, 부정대출 등 연이은 금융사고와 고객 신뢰 훼손이 KPI 개편의 직접적인 계기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올해 영업점 KPI에서 ‘성과이익’ 배점을 전년 대비 최대 110점 줄였다. 과거 시중은행 순이익 1위에 오를 정도로 공격적인 실적 중심 전략을 펼쳤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영업점은 △리테일형 △복합형 △기업형으로 세분화됐으며, 유형별 특성과 고객군에 맞춘 평가 지표가 적용된다. VIP 고객, 디지털 고객, 청약저축 가입자 등 세부 항목별로 고객층을 정밀하게 분류해 맞춤형 관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기반확대 배점도 최대 60점 낮췄다. 과도한 확장을 지양하고, 기존 고객 기반을 안정적으로 다지는 데 주력하겠다는 전략이다.

    KB국민은행은 고객Biz 부문에서 기업고객 평가 항목에 270점을 배정했다. KPI 전체 배점(1050점) 중 4분의 1에 육박하는 수치이자 전년 대비 2배 이상 확대됐다. 올해는 기업고객 기반확대를 위한 공격적인 영업을 펼친단 전략이다. 

    또 자본효율성 지표인 RoRWA(위험가중자산이익률) 항목을 신설했다. 보통주자본(CET1)비율 관리와 자산 리밸런싱을 병행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KB금융은 CET1비율을 13.5% 이상으로 관리 중이며, 이를 초과하는 자본은 주주환원에 활용할 방침이다.

    아울러 지난해 홍콩 ELS(주가연계증권) 사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소비자보호, 내부통제, 윤리경영 등 고객중심 항목에서 최대 310점까지 감점이 가능하도록 평가 체계를 강화했다.

    우리은행도 KPI에서 내부통제 항목을 독립 운영하고, 위반 시 총점 1000점 중 최대 400점까지 감점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이는 시중은행 중 가장 강도 높은 조치다.

    내부통제 평가 항목은 검사, 소비자보호, 준법감시, 여신감리 등 9개 세부 지표로 구성된다. 자체적인 검사나 금융당국의 검사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날 경우 큰 폭으로 감점되는 식이다. 횡령과 부정대출 등 과거 사고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구조다. 아울러 올해는 개인·중소기업 고객 기반 확대에 방점을 찍고, 핵심 고객 유치(급여·연금 계좌)에 KPI 배점을 집중했다.

    신한은행은 ‘고객 메인화’ 개념을 도입해 개인·기업 고객의 주거래 활성화 여부를 KPI로 평가한다. 신규 유치보다 기존 고객과의 거래 심화를 중시하는 전략이다. 해당 항목에만 70점(고객 부문 150점 중 절반)이 배정됐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이 주도한 ‘RM One Team’ 협업 항목도 신설됐다. 기업금융 담당 전담역(RM)의 영업 협업 성과를 50점 배점으로 평가해 시너지 창출을 유도한다.

    ‘고객가치성장’ 항목(100점)에서는 투자자산관리, 퇴직연금 수익률, 판매 프로세스 준수 여부 등을 점검해 불완전판매 방지와 수익률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4대 시중은행 모두 성과이익 중심 KPI에서 벗어나 △고객 만족 △건전성 관리 △내부통제 △자본 효율성 등 지속 가능성에 방점을 찍었다. 홍콩 ELS, 횡령 사태 등 신뢰 위기를 겪은 이후 고객 보호와 윤리경영을 강화한 점이 두드러진 것으로 보인다. 

    은행 관계자는 “금융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숙’이 KPI 전반의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면서 “신뢰 회복과 건전성 확보를 위한 평가 지표 개편은 장기적으로 은행을 건전성 중심 금융영업 구조로 체질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